무언가에 대한 잔상/글

안성 서운산 자락의 약사사-기분좋은 단거리 가을여행

hhbin2 2009. 9. 20. 19:30

9월 20일 가을 날씨가 너무나 좋다.
집에만 있으면 갑갑함을 호소할수도 있겠다 싶다.
늦은 아침을 대충 먹고난 오후시간..딸들이 생각해낸 먹고싶다는 메뉴에는
자장면과 탕수육이 있다.
계동에 새로지은 이름있는 현무관에서 남은 자장면 자투리에 밥까지 비벼먹고
나니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엔 이상한 마음의 설레임이 있다.
드라이브라도 할 요량으로 서운면으로 향했다. 구수공단 초입에 석남사
라는 절의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온다. 아이들 절구경 시켜 주는
것도 좋겠다 싶어 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초라한 팻말에 적혀 있는
약사사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 온다.
올타구나..이곳에 한번 가보자 ..너나 할것없이 공감대를 형성해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가는길 중간에 보니 언제 생겼는지 골프장도 있고 모
대기업 연수원도 한참 마무리 공사중에 있다.
가던 2차선 길에서 좌회전해 가는길에 약사사 팻말이 다시 보인다.
동냇길 좌측 위부분에는 몇채의 예쁜 집들이 들어서 있다. 누구가들이
마음 맞는 자기네끼리 땅을 구매해 들어온것이리라..
잠시 기존 동네 집들과 확연히 구별이가서..무언가 위화감이랄까..
비조화..같은게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문득 든다.
조금더 안길로 가니 배과수원이 있고 작은 저수지가 나타난다.
그 왼편으로 벌초에 한참이 사람들이 보이고..더들어가니 불교 수호신
이라고 불러야 하나..다른 절에서는 사대천왕이라고 부르는거 같은데..
이 절 초입에는 절이름도 없이 그냥 두분의 근육맨들이 지키고 서있다.
차를 멀찍이 세우고 딸, 집사람과 걷기 시작했다.
길 양쪽에는 작은 돌을 쌓아올린 돌탑들이 있다.
딸들도 한번 도전을 해보는데 마음대로 잘돼지는 않는다.
두분의 근육맨외에 길가에서 절입구를 지키는 곤충의 제왕 사마귀군도
열심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집사람이 길가에 서있으면 위험하다고 발로 미니 두 낫같은 앞발을 들어
전투자세를 갖추고 덤벼 든다.
니가 그래 봤자지...하면서 집사람이 길가장자리로 옮겨주었다.
절은여느 절과는 다르게 모양세도 틀리고 주지스님도 보이지않는다.
절에 사는 아이들이 졸졸 우리 뒤를 따라 다니는데..오죽 심심했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딸들은 절에 사는 삽살개와 고양이에 반해서 절에서 한참 물러 나올때
까지 사줄것을 조르고 있었다.
되돌아 나오며 아 안성 서운산 자락에도 이런곳이 있구나..이런 동네에
헌집 하나 사서 텃밭 가꾸며 사는것도 좋겠다 하는 상념에 젖어 한참을
헤어나지 못했다.
아무튼 생각지 않은 단거리, 근거리 가을 여행은 우리가족을 한참은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오늘도 이렇게 기분좋은 몇시간을 허락해 주신 하늘에 계신 분에게 감사
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