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대한 잔상/글

참 좋은 세상..

hhbin2 2010. 2. 15. 21:00

참 좋은 세상..

 

 

명절 다음날이 집사람 생일이다.
그래서 제대로된 생일을 챙겨줄수도 챙겨본적도 없다.
명절음식에 케익 하나 정도다.

그래서 올 부터는 양력 생일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런데 몇일전 달력을 보던 집사람이 내 양력 생일이 지나가 버렸네 라고 말을

했다. 나는 속으로 아이고 이를 어쩌나 하면서 걱정이 서말이 되고 말았다.

실없는 남편이 될 처지에 놓이고 말았으니 말이다.

할수없이 처음이고 달력에 표시가 없어 알수 없었으니 미안하다고 말을 얼버

무렸다. 덩달아 딸들도 엄마 생일을 챙기지 못했다고 미안해 했다.
올해는 수원으로 이사를 와서 처음 맞는 명절이라 패턴이 바뀌었다.

어머님과 형님이 안성에서 이곳 북수원으로 명절을 세러 전철로 오셨고

설 차례를 지낸다음 안성으로 우리가 모셔다 드려야 했다.

안성에서 나오는길에 대부님댁을 들르기 위해 쌍용아파트 근처를 가자 아이들은

비룡초등학교와 다니던 학원을 바라다 보면서 이곳이 더 좋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부님댁에서는 대모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눈후 평택 처가댁으로 향했다.

손위 큰처남만 빠졌고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 모여 있었다.

장인장모님께 세배를 한후 아이들에게 우리도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주느라 때

있는 소란한 시간을 보냈다.
처가집 식구들중 3집이 수원에 살고 있다.
처형이 집사람에게 하는말씀 "너 내일이 생일이지 그럼 수원 사는 사람들
끼리 모처럼 모여 우리집에서 곱창이나 구워 먹자.."
형제들은 물론 아이들도 신이 났다.
빈이에 인이까지도 또래의 아이들이 있는 영통처남집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으
니 어찌 아니 좋겠나..거기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강아지까지 있으니..
집사람과 둘이만 북수원집에 돌아오니 왠지 집안이 썰렁하다.

빈이는 아이들과 어울리는걸 좋아하니 걱정이 없지만 인이는 낯가리가 있는편

이라 약간은 걱정스럽다. 허나 사회성을 기를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다음날이 집사람 생일이다.
아침 늦게 일어나 집사람에게 "미역은 어디에 있어..소고기는 어디에 있고...

볶을때는 무슨기름으로 해야해..양념은 어디에 있고...간은 소금과 집간장중에

어느것으로 해야해..등을 소소히 물어보며 미역국을 끓였다.
그런후 찬밥이 많았지만 새로 밥을 지어 아침을 먹었다.
11시 30분경 영통 처형댁으로 출발하려는순간 큰 처남이 안산에서 오고 있으니

자기차로 가자고 전화를 했다. 차에 문제가 있는 우리로서는 마다할수 없는 처지

니 흔쾌히 좋다고 말을 했다. 가는 길에 세류에서 평택에서 전철로 올라오는

노영공주의 히치하이킹을 허가했다.

영통 처형댁에 들어서자 이미 불판엔 맛갈스러운 곱창이 익어 가고 있었다.
처가집 4형제 일가가 모여 시끌벅적 한우 곱창과 소주 한잔을 마시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생일케익에 초를 꼽고 아이들과 축가를 불러주니 명절

중노동과 훌적거리는 감기에 시달리던 집사람도 한결 나아지는듯 보인다.

알콜 18.5도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처형이 발안가서 5만원어치 한우곱창을

사온 사연과 세영아빠의 회사 이야기, 보라가 강남에 있는 대학교 까지 빠르게

갈수 있는 방법등에 대해 열띈 酒中토론을 했다.
불쌍한건 안성 공도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막내네 뿐이다.
막판에 중국음식을 원하는 동서형님의 원이 불판의 볶음 밥으로 변해서 먹고난후
처형이 말을 꺼냈다. "우리 별샘이가 영국가서 처음 맞는 설이라 외로워 할것
같으니 인터넷화상 통화를 하지~"
처형네 큰딸 별샘이가 어학 연수를 하러 영국으로 떠난지도 한달정도가 되어가고
있다.
혼자 공부하느라 외롭기도 하지만 요즘은 낯선 동양인이라고 영국아이들이 놀려대고
있어 더 의기소침해 있는 모양이었다.

동양인을 보고 얼굴이 평면이라고 flat이라고 해 샘이를 속상하게 하는 모양이다.

세계 어디를 가든 싹바가지 없는 애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니 어쩌겠나 힘을 내서

극복을 해야하지 않을까..
컴퓨터 앞으로 몰려가 모두가 한마디씩 덕담을 하며 샘이가 용기를 얻을수 있도록
진심어린 마음을 전달했다.

세배를해라...세뱃돈도 영상으로만 받아라..등 우수개 소리로 샘이의 마음을 풀어

주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영국에 있는 샘이를 한국의 안방에서 얼굴을 보면서 통화를 할수
있으니...그것도 웹상의 카메라를 이용 무료라니 더욱 놀랍지 않은가...

통신의 발달로 말미암아 세계가 한지붕 가족이라는 말이 점점 실감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