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대한 잔상/글

투돌이와 1박2일의 여행-1

hhbin2 2010. 5. 10. 21:37

 

오늘은 햇볕 좋은 주말이다.
늦게 시작한 공부의 마지막 중간고사날이기도 하다.
답답한 가슴을 훌훌 털어버릴수 있는 여행을 어데론가 떠나고 싶다.
남편과 딸들에게 11시 내 시험만 치르고 파도리로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제안을 했다.
딸들은 친한 친구 "지원이네도 같이 가"냐고 물어와 아직은 불분명하다고 말하자
약간은 실망한 표정으로 좋다고 했다.
말많은 투돌이 남편또한 반대는 하지 않는다.
시험을 치르는 학습관까지는 그리 멀지 않지만 중간에 차들이 밀리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10시가 넘자 바로 출발을 했다.
투돌이 남편이 운전대를 잡았다.
투덜,투덜 언제나 불만에 섞인 말을 잘하는 남편이지만 장거리나 급할때는 내가 하는
것 보다는 아무래도 노련하니 도움이 될법도 하다.
오목천동을 통과하는데 역시나 길이 막힌다. 한참을 씨부렁 거리던던 소심한 A형 남편이
반대편 차선으로 차를 몰아 가는 모처럼만의 과감함을 자랑한다.
남양가는 큰길로 돌아나오니 막히지 않는다.
얼마가지 않아 발안 방향으로 접어들자 바로 학습관이다.
시계는 벌써 10시 50분을 가르킨다. A4 두장분량의 내용을 적어내야 하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제왕절개 마취의 영향인지 도무지 깜박거려 도입부의 단어들이 머리속
에서 튀어 나오지 않는다. 급한김에 손바닥에 몇자 적었지만 불안하고 떨리기는 마찬
가지다. 시험 시작후 거침없이 써대는 옆자리 젊은이들은
30여분이 지나자 대부분 나가고 나는 끙끙대며 시험지를 겨우 채우고 나왔다.
딸들이 "엄마~"하며 반겨온다.

투돌이는 타고 싶어하는오토바이에 필이 꽂혀 한참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차안은 후덥지근 하다. 에어콘을 틀자고 하니 찬바람이 나오지 않고 뜨듯한
바람만이 나온단다.
속으로 그럼 나 시험볼동안 "옆 정비소에서 수리좀 하지"라고 하고 싶었지만...투돌이
남편한테서 날아올 말들로 모처럼만의 여행을 망치고 싶지는 않아 그냥 나오는 말을
눌러 참았다.
봉담을 지나 잠시 길을 가다 고속도로 팻말이 보여 그곳으로 가면 빠를것 같다고 하자
그게 아니라고 투돌이 남편이 묵살을 해버린다.
"어 여기에 이런 사거리가 없었는데.."라고 남편이 말을 하자..."자기가 여기 있던데가
언제였는데 길이 있니 없니 해...!!!" 하며 밉살스러운 남편을 쏘아 부쳤다.
발안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기위해  IC로 들어 서는데 구제역 소독약이 우리차로
날아 온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동물 돌림병들이 이제는 정례화 하는 느낌이다.
고속도로로 올라서면서 우리는 놀라고 말았다. 서해대교 쪽으로 향하는 차들이 그야
말로 서행을 하고 있었다.
남편  투돌이가 나오기 시작한다.  "아~ 어쩌지..왜이리 밀려...도로공사 녀석들 이렇게
길이 밀리면 IC에서 미리 이야기를 해줘야지.."
"단체를 구성해서 이럴경우는 도로공사 책임이 막중하니 고속도로비를 내는게 아니라
오히려 돌려 받아야 한다니까.."
내가 "라디오를 들으니 서해대교까지 계속 밀린다고 해요. 청북 IC에서 빠져 나가요"
라고 말을 하자 남편도 동의를 했다.
"알았어 그게 낫겠는걸..."
IC를 빠져 나오면서 투돌이 남편이 돈받는 아주머니에게 화풀이를 해댄다.
"아~ 이렇게 밀리면 돈을 안받는게 맞는거 아닌가요..."
내가 " 아줌마가 무슨 잘못이야 도로공사에 전화해서 이야기를 해야지 그 아줌마 괜히
스트레스 받아요.."라고 말하며 남편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