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잔 같은 부부-1
유리잔 같은 부부
1장
좋은남자친구에서 그저그런 거부하고 싶은 남편으로..
이규연, 그 녀는 오늘도 아침 출근길 그녀의 애마 은색 경차안에 있었다.
의왕을 지나 왕송저수지를 지나며 잠시 차를 세우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팩트로 활기를 불어 넣으며 생각에 잠겼다.
매일 겪는 일이지만 맞벌이를 하다보니 아침식사에 남편 출근준비에 아이들
유치원, 초등학교 준비물에 요즈음은 눈코뜰새 없이 정신이 없다.
몇년전 부터 육체적으로 힘이 부치기 시작 했다.
하지만 그건 별 문제가 아니였다. 정말 골치를 썩히고 있는건 남편과의
관계였다. 그렇다고 남편이 바람을 핀다거나 하는 큰 잘못을 했다는건 아니다.
사소한 오해와 커져가는 성격적 불일치가 문제의 핵심이었다.
어제도 남편의 무뚝뚝하고 자상하지 않는 어투로 말다툼을 하였다.
남편은 애드코리아라고 직원 몇명을 거느린 간판, 프랑카드등을 제작 설치 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벌써 일주일째 남편 하광고의 얼굴을 볼수 없었기에 모처럼만에
들어온 그에게 뽀로퉁한 말투를 건넨게 화근 이었다.
이규연 : 이게 누구세요..제 남편인가요..옆집 남편인가요..그런데 어떻게 오셨어요.
하광고 : 피곤하다. 저녁이나 줘.
이규연 : 아이고 그러셔요..몇일만에 들어오셔서 나한테 하실말씀이 겨우 "저녁이나
줘" 인가요.
이때 하광고가 대꾸 없이 화장실로 들어가 버리고 샤워 물소리가 들려온다.
규연은 남편이 사라져 버린 화장실문을 바라다 보며 한참동안 기가 막힌듯
쇼파에 앉아 있었다.
30여분이 지나 젖은 머리에 수건을 얹고 나온 광고가 식탁에 앉는다.
하광고 : 뭐야 먹을게 없는거야
예의 무뚝뚝하고 감정이 실리지 않은 말투다. 그말에 더욱 속이 끓어 오른 규연이
반대편 식탁의자에 앉으며 말을 했다.
이규연 : 당신 정말 너무 하는거 아녜요..거의 일주일 동안 얼굴 한번 안비추다가
들어와 한다는 말이 밥달란 말밖에는 없나요. 왜 아이들하고 나는 어떻게
지냈는지 조차 궁금하지 않은건가요. 물론 요즘 선거철이라 일이 많고 바쁜
거는 알지만 정말 너무 해요.
하광고 : 이사람이 새삼스럼게 오늘따라 왜그래..
이규연 : 아까 회사에서 돌아 오는데 옆집 진미 엄마가 한마디 합디다. 요즘 자기네
떼돈 벌어서 좋겠다고...그래서 예의상 그렇다고는 했지만 ...당신이 나한테
자세하게 요즘 선거때라 광고일이 어떻고 ..이윤은 어느정도 남고 뭐이렇거
말해 준적 있어요..
하광고 : 그만 해라..피곤하다..
스스로의 감정에 복받쳐 눈물이 그렁그렁 해진 규연이 큰소리로 말을 했다.
이규연 : 당신 정말 나를 아내로 생각이나 하는거예요..
하광고 : ....
이규연 : 한번 말이나 들어 봅시다.
하광고 : ...
잠시동안 그대로 앉아 있던 광고가 일어서 침실로 들어가 누워버린다.
기가 막힌 규연은 앉아 분을 삭힌뒤 베개를 들고 아들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였으나 잠이 올리 없다.
총각때는 규연이 좋다고 따라 다니며 그녀의 온갖 짖굿은 구박과 투정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꽃다발을 말없이 과묵하게 안겨 주던 남편이었다.
그런 그들이 결혼해 딸과 아들 둘을 낳고 살며 십여년이 흐른뒤에는 잠자리조차
같이 하지 않고 각방을 쓸 정도로 서먹해 질때가 있다는건 정말 아이러니였다.
경차가 북수원 회사 근처에 다다랐다.
오늘은 돌아가며 하는 아침청소 당번이라 일직 출발 했음에도 시간은 이미 8시를 한참
이나 넘어 버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회사에는 요즘 농구선수들을 위한 체육관 건립과 그에 딸린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그러니 공사하는 몇달동안은 회사안에 주차 공간이 없어 주변 아파트와 계약을 통해
차를 세우다 보니 도보로 회사까지 5분여가 소요된다.
허겁지겁 사무실로 들어서자 남자직원이 상큼하게 인사를 한다.
손상큼 : 어서 오세요..좋은 아침입니다.
이규연 : 예..손과장님 좋은 아침이예요..
인사를 마치자 얼른 청소를 하기 위해 손걸레를 들었다.
이 모습을 지켜 보던 손상큼이 말했다.
손상큼 : 이규연 과장님 늦으시는것 같아 제가 다 했으니 오늘은 쉬세요.
이규연 : 손과장님 정말 감동이예요..고마워요...
속으로 그녀는 생각했다. 자기 남편도 손상큼 처럼 자상하고 매너 있는 남자였으면
좋겠다고...분명 그녀도 결혼전에는 터프하고 말없는 남자를 좋아했음에도 말이다.
규연은 고마운 생각에 커피를 탔다.
이규연 : 손상큼 과장님 제가 커피를 탔으니 저하고 차한잔 하세요.
손상큼 : 예~
손상큼은 삼십대 후반임에도 아직 총각이다...친절하고 회사내에서는 천사표로 불릴만
큼 좋은 성격임에도 결혼을 안했다는데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 있지만..
왜 그런지 사실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규연 : 손과장님.. 커피는 한잔밖에 안탔으니 서로 번갈아 마실래요..
이말에 나이답지 않게 손상큼은 얼굴을 붉혔다.
이규연 : 깔깔깔...손과장님 농담이예요..여기 손과장님 것도 있어요.
규연은 여자로서는 짓궂은 농담도 잘하고 직원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라 여직원들
보다 남자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그래서 인지 사적으로 데이트를 요청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공적인 회식 자리
외에 어울리거나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래서인지 얼마전 부터는 무뚝뚝한 남편에 답답해 하면서 손상큼 같은 남자와 한번
사귀어 봤으면 하는 하소연적 상상을 하기도 했다.
2장
남편을 컨트롤 할수 있다면...
지방선거가 끝난지 몇일이 지났는데도 하광고는 집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이규연 엮시 회사일과 아이들을 돌보느라 여느때처럼 일이 끝났어도 시청 공무원
들을 상대로한 로비를 하느라 그러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녀가 그렇게 생각한것은 평소 하광고가 바쁘지 않아도 애드코리아의 간이 침대방에서
먹고자고를 흔하게 한 탓도 한몫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규연이 회사에 회식이 있어 2차 노래방까지 끝내고 집에 돌아가자 남편이
거실에 앉아 포도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규연 : 당신 들어 왔어..오늘 회식이 있어..아이들은 도우미 아줌마한테 부탁 했는데
잘자고 있나보네..
하광고 : 당신 너무 한거 아니야..회식이라고 해도 가정 주부가 일찍들어와 애들을
돌봐야 할것 아냐...
일마치고 들어 오니 애들이 무섭다고 울고 있잖아..
이규연 : 아니 도우미 아줌마는 어디가고..
하광고 : 갑자시 바쁜 일이 생겼다며 저녁만 차려주고 갔다는거야..
이규연 : 그래서 자기가 애들 씻기고 재웠어..
하광고 : ...
광고가 답배를 꺼내 물었다.
하얀 답배 연기가 거실 을 통해 베란다로 날아 간다. 흡사 용이 승천 하는 모양 같기도
하고 그들의 갈등을 표현하는 듯도 했다.
하광고 : 당신 회사 그만 두고 집안 일만 하지...
이규연 : 무슨 그런 소릴...나두 그렇고 싶지만 아파트 중도금에...아이들 교육비는
어떻게 하라고..
하광고 : 내가 다 벌어다 주면 돼잖아..
이규연 : 그러셔...그런 분이 생활비를 몇달에 한번씩밖에 안주고 한달에 몇번밖에
집에 안들어와요..
생각해 보세요 한번에 많은 돈을 주는것보다 가정 생활에는 작더라도 꼬박꼬박
들어 오는 돈과 자상한 관심이 필요한거라구요..
하광고 : 그거야 일이 바쁘니까..그렇치.. 오늘도 태국 골프 갔다가 도착 하자마자
돌아 온건데..
이규연 : 뭐요..태국이요..마누라 한테 말도 안하고 외국까지 갔다오나요..몇일씩..
하광고 : 그게 뭐 대수라고.. 생각해봐라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아닌 야당 시장이
당선 됐잖아 그러니 앞으로 일을 하려면 그쪽에 줄을 대야 할거 아냐..
시청광고일 못하면 우리사업 힘든거 알고 있잖아..
이규연 : 아이고..내가 지금 일 때문에 말하는건가요..아무리 무뚝뚝하고 무관심 하다 해도
외국 여행 가면서 까지 가족한테 말도 안하고 가느냐구요..그러고도 우리가 가족
이냐구요.
하광고 : 그럼 어쩌라고 ...
한참을 악다구니를 하며 혼자 떠들다 규연은 잠자리에 들었다.
옆에서 자고 있는 아들 녀석의 얼굴을 보면서 화가 사그러 들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남들은 이렇게 규연이 속터지며 살고 있는줄도 모르고 돈잘벌고 좋은 성격의 남편하고 살고
있다고 부러워 하고 있으니...그런 상념을 하다 규연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남편하고 손상큼하고 성격이 바뀌었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