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섭 단편전집2-소외의 문제/부모의 무책임
손창섭 단편전집2-소외의 문제/부모의 무책임
가람기획
저녁노을
이 단편전집은 주리고 헐벗은 소외의 문제를 다룬다는 말을 실천하듯 단편전집 2의
첫번째에 놓여 있는 저녁노을만 읽었는데도 그 처량한 기운이 가득하다.
지금껏 들어온 이야기들중에 이러한 내용의 레퍼토리는 너무나도 흔하디 흔하다.
아버지는 한달이면 절반은 백수에...마누라는 집을 나간지 오래다..게다가 어린 자식들을
돌보는데는 무관심하며...어쩌다 벌어온 돈으론 술마시고 계집질 하기에 정신 없다.
인갑과 인숙은 배다른 오누이간이다. 분명 어머니가 한명이상인데 현재의 집에는 아무도
없다. 누더기 옷에..냄새나고 더러운 이블...어린 아이들이 해먹는 아침 저녁...
툭하면 여자 끼고 들어와 어린 아들 시켜 가불에 외상술 심부름이나 시키는 사람을 과연
아버지라 불러야 할까...
책을 읽다 보니 속으로 부터 부화가 치밀어 오른다. 왜 세상의 아버지들의 어느 한부분은
이런 인간들로 구성원을 채워야 했을까...
모름지기 부모란 자식에게 따끔한 가름침을 해야 할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애롭고 인자하여
언제나 비벼댈수 있는 언덕이어야 하지 않던가..
이복 남매지만 인갑과 인숙은 서로를 의지하며 새로 들어온 작부 출신의 새엄마와 아버지의
핍박을 견디어 낸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안가서 인숙의 생모가 그녀만을 데리고 가버려
인갑은 거의 외톨이 신세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어려서의 고생은 어린 아이들을 너무
빠르게 철들게 만든다고 했던가..
동생을 떠나버리고 돌아오는 인갑은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눈에 들어오는 저녁노을을 보며 인숙과
그녀의 어머니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버지까지 불쌍한 사람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자비로움으로 가득 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