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비 혹은 초겨울비-야쿠르트에 날아간 서정성
늦가을비 혹은 초겨울비-야쿠르트에 날아간 서정성
11월들어 처음 편하게 쉴수 있는 토요일 아침이다.
평소 습관대로 6시가 되기 전에 눈이 떠지고 만다.
실컷 늦잠을 자고야 말겠다는 굳은 결심이 또다시 깨지고 만다.
(주변인들은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어진다고 하지만...그것보
다는 늦잠을 잘수 없음이 몸에밴 샐러맨의 비애라고 생각한다.)
떠진눈을 다시좀 붙혀 보려고 노력을 해보지만 이번에는 허리가
제발 일어나 운동좀 하라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이또한 이상한 증상이다. 고등학교 시절 여름 방학이면 하루
종일 잠을 청한적도 많은데 허리에서 신호가 온적은 없었기 때문
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몸이 굳어지기 때문일까...)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가니 빗방울이 떨어 지고 있다.
아파트 야외 원두막 밑으로 뛰어가 공을 몇번 걷어 찼다.
놀이터 쪽으로 튀어나간 공에는 흙탕물이 배어 버리고 만다.
공을 주으며 화단쪽을 보니 수북히 쌓인 낙엽이 내리는 비에 더욱
초라해 보인다.
그위로는 거의 대부분의 나무들이 옷을 벗었지만 꼿꼿이 장하게
내리는 비를 버텨내고 있었다.
(아~ 벌써 겨울이구나...이젠 가을이라고 억지로 고집을 부려봐도
더이상은 무리겠구나..)
흙묻은 공을 빗물에 씻어내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25층까지 올라간 위아래 이동장치는 내려오며 거의 모든 층에
멈추어 섰다.
느낌상으로는 거의 10분 이상이 걸리는듯 싶다...
(아~ 토요일 아침에 왠 사람들이 이리도 많지...)
하지만 내린 사람을 야쿠르트 아줌마 한사람 뿐이었다.
은근한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아니 층층이 배달을 하려면 계단을
이용해야지..
아침부터의 서정적 감상은 야쿠르트에 의해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