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자는 오늘도 봉명초등학교 밑에 있는 봉명 1공원을 몇시간째 배회 하고 있다.
걷기운동기구를 30여분 하다 벤치에 앉아 멍하니 앞의 나무를 바라다 보다 공원주위를 돌다 하며
속에 가득찬 화기가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공원의 고목위에서는 오늘따라 그녀의 속을 알고있다는듯 까치 두마리가 깍깍 거리며 분가를 서두르는듯
머리위를 어지럽게 날아 다니고 있다.

임현자는 공원에서 가까운 천안 봉서산 아이파크 아파트 105동에 살고있다.
그녀는 예전부터 며느리를 맞는다면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가 아닌 엄마와 딸같은 사이로 지내고 싶다는 소원을 주님께 빌고 또 빌었었다.
그러던 중 그녀의 외동아들이 결혼을 하게 되었고 며느리가 들어오면서 아이파크 42평에서 같이 살게 되었다.
그녀의 며느리는 결혼후 6개월까지는 기존 직장을 계속해서 다니고 있었으나 코로나로 인한 경영악화로
집에서 쉬게 되었다.
집에 같이 있게 되면서 임현자는 딸같은 며느리가 그렇게 어려운건지 처음 알았다.
임현자와 며느리 사이는 사무적인 말만 하면서 더욱더 서먹해지기만 했다.
그녀가 살가운 사이가 되기 위하여 며느리에게 같이 장을 보러 가자고 하면 집에서 할일이 있다고 어머니 혼자 다녀오시면 안되냐고 하는가 하면 시장에가서 오늘 살것에 대해 상의하기 위하여 전화를 하면 통 받지를 않았다.
힘들게 돌아와서 왜 전화를 받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다른일에 집중하느라 핸드폰을 묵음으로 해서 듣지 못했다고 할 뿐이었다.
그리고 점심을 같이 먹을 요량으로 요리를 하면 어머니 혼자 드시라고 하곤 본인은 그냥 커피에 토스트면 
족하다고 할 뿐이었다.

어느 조용한 주말 임현자가 아들 고유남을 불러 자신은 딸같이 대하고 싶은데 며느리는 그게 아닌거 같다며 약간 서운 하다는 말을 했다.
고유남은 아내 유언순을 데리고 천안천 건너 아베크로 가서 시원하고 달달한 아이스카페모카 두잔을 시킨후 임현자의 말을 전했다.
유언순은 나도 친엄마같이 살갑게 지내고 싶지만 그건 머리로만 그럴뿐 실제로는 어머니가 어려워서 같이 있으면 신경쓰이고 힘들어 잠시도 같이 있고싶지 않다는 거였다.
그리고 결혼한지 6개월밖에 안됐고 또한 집에서 같이 지낸건 몇주 정도이니 서로 노력 하다 보면 많이 좋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러한 유언순의 말들을 듣고 고유남은 어느정도 공감을 하고 있었다.
그들도 연예할때는 그들 사이를 가로막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 했지만 막상 결혼한후 6개월이 지나자 서로간에 사소한것이 맞지 않아 불협화음이 생기기 시작 했으니 말이다.
유언순이 고유남이 집에 들어오면 여기저기 양말을 벗어 던지는 것부터해서 화장실에서 서서 일을 봐 오물이 여기 저기 튀는것등을 지적 해 오는 터가 아니던가..
거기다 고유남은 사용한 수건은 말려서 몇번 더 사용하는 반면 유언순은 한번 사용한 수건은 바로 세탁기로 보내 빨아 쓰는것 조차 서로 맞지 않아 한동안 고생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서로간의 카르마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허용해주던가 아니면 서로간에 타협이 필요하지 않던가...
고유남과 유언순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후 집으로 돌아왔다.
고유남은 어머니 임현자에게 아내 유언순과 한 이야기를 전하며 너무 조급해 하지 마시고  조금만 참고 인내해  주시면 고부간이 많이 나아지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

그후 이러저러한 노력을 기울이며 일년여가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임현자와 며느리 유언순 사이는 서먹서먹하다.
임현자가 아파트 노인정에 나갔다 들어오면 며느리 유언순은 친구와 전화로 신나게 떨던 수다를 뚝 멈추고 말았고 약속이 있어 밖으로 나갈때면 표정이 그렇게 밝을수가 없었다

많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사이가 좋아 지지 않자 임현자는 며느리의 눈치를 보기 시작 했다.
며느리 친구가 집에 오는경우만 봉명공원에 나와 배회 하던것이 요즘은 아침만 먹고 나면 공원으로 나서고 있다.
오늘도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골몰해 있는 임현자는 아파트구매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투자한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작은 평수 2채를 구입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번주는 아들에게 분가해 줄것을 요구하리라 굳게 마음 먹고 있었다.

이러한 결정을 하기까지 임현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고뇌하고 있었다.
애시당초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는 엄마와 딸이 될수 없었다.
2,30여년을 다른집에서 태어나 살던 사람들이 갑자기 결혼이라는 제도아래 묶여 같이 살면서 살갑게 산다는건 어느 누군가에겐 많은 스트레스의 굴레에 빠져들게 하는건 아닌지 다시한번 곱씹어 보고 있었다.




'무언가에 대한 잔상 >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상 덕  (0) 2022.06.10
엄마하고 왔어요  (0) 2022.06.09
초등학교 반창회  (0) 2022.06.07
이따이 이따이 잉어즙  (0) 2022.06.03
맥풀린 춘식  (0) 2022.06.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