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40분 이곳은 신창에서 청량리까지 가는 1호선 전철속이다.
오늘도 장시녕은 퇴근길에 성환역에서 전철 앞 3번째 칸의 첫번째의 노약자석 출입구를 제외하고 
두번째 출입구로 탑승을 했다.
부장이 10분 일찍가는 어느 운좋은 날에는 앞 열차를 타기도 했지만 앞열차와의 인터발이 긴관계로 빈좌석을 발견할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5시 35분에 승차를 했다.
직산역에서 성환까지의 거리가 5Km 남짓인 반면 성환에서 출발한 열차는 평택까지 거의 9.5Km를 달려
승객이 약간의 지루함을 느낄때쯤 플랫폼으로 들어선다.
평택역에서는 많은 사람이 내리고 또 많은 사람이 승차를 한다.
장시녕이 자신의 옆으로 덩치큰 사람이 타지 않을것을 기도하면서 2개의 좌석이 빈것을 확인하는 순간 누군가 뛰어 들어와 앉으며 말한다.
"자기야 여기 빈자리 있어 얼른 앉아" 라는 여자의 목소리가 낭낭하다.
시녕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항상 이시간대에 타는 중년 커플이다.

문춘식과 임현자는 평택역앞 골프 웨어점에서 같이 근무하고 있다.
문춘식이 15년간 다닌 쌍용자동차를 퇴직하면서 받은 돈으로 옷가게를 열었고 처음으로 채용한 여직원이
임현자 였다.
임현자는 결혼후 애기를 낳은 경력 단절 여성 이었으나 목소리가 나긋나긋하고 인상이 좋아 옷판매에
많은 실적을 올렸다.
그렇게 그들 둘은 3년여간 골프웨어점을 키웠고 현재는 옆가게로 까지 확장하여 재오픈한 상태로 오랜동안 같이 붙어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흉허물이 없는 사이가 되었고 남들이 보면 일명 오피스 허즈번드
오피스와이프로 불리만 했다.
장시녕 옆으로 나란히 앉은 두사람은 오늘도 깨가 쏟아 지고 있다.
옆에서 듣기에는 그저 시시콜콜한 신변잡기에 가까운 스토리들이 그들은 그렇게 재미 있는 모양이다.
평택에서 두정거장 지나 서정리에 이르자 아쉬운듯 문춘식의 손을 쓰다듬던 임현자가 내리고...
거기서 세정거장을 더가 오산역에서 입을 앙다문 문춘식이 내렸다.
장시녕이 내리는 문춘식을 멍하니 바라보다 좌석을 보자 거기에 문춘식의 핸드폰이 떨어져 있었다.
뒷주머니에 넣었던 폰이 빠진듯 했다.
어쩔수 없이 병점역까지 들고온 핸드폰을 유실물센터에 접수하려다가 호기심이 발동한 장시녕은 하루만 늦게 신고하기로 하고 집으로 들고왔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폰이 꺼져 있고 비밀번호로 잠겨 있지도 않았다.
폰을 열고 내용을 이리 저리 살펴보니 사진첩에는 문춘식과 임현자의 낯뜨거운 사랑놀이 사진과 동영상이
가득하다.
카톡에도 둘만의 비밀 내용이 가득하다.
본내용은 이러했다 둘은 유부남 유부녀고 애들까지 있는 사람들로서 가게에서 가까워졌고 불륜을 저지르는 관계로 가게에서는 부부처럼 지내지만 퇴근시간만큼은 칼같이 지켜 서로의 가정을 지켜 주기로 약속을 
했으나 요즘들어 임현자가 각자 이혼하고 같이 살것을 요구하고 있는듯 했다.
그리고 이 폰은 문춘식의 세컨폰으로 사용할때는 커놓고 집에 갈때는 끈 상태로 가방속에 보관 한다는것이
흘리고 만것으로 추정 됐다.

장시녕은 밀키트 곱창전골에 소맥을 마시면서 생각했다.
이 미친것들을 어찌 놀려 먹을까하고..
나같이 40대 노총각으로 아직 결혼도 못한 처지로 잠자기전 삼천만원짜리 아파트에 사는 유투브 독거노총각 채널을 시청하는걸 낙으로 사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들처럼 있는것들이 바람까지 피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병점역 유실물센터에 폰을 접수한 장시녕은 그날 오후 컴퓨터에 문자발송 프로그램을 깔고
핸드폰 번호 변경 프로그램으로 장시녕 세컨 폰으로 사랑의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주요 내용은 가게의 못생기고 통통한 중년 아줌마는 버리고 젊고 싱싱한 자신과 사랑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런 내용을 일주일 가까이 보낸 어느날 평택역에서 문춘식과 임현자가 다시 3번째 칸으로 승차를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전과는 달리 멀찍이 떨어져 앉았고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는것이었다.
그리고 문춘식의 얼굴에는 재생밴드가 붙어 있는것이 둘사이에 불화가 생긴것이 분명해 보였다.
아마도 그들은 세컨폰으로 오는 내용을 가지고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넘어 갔지만
일주일 가까이 지속된 내용에 임현자가 반응을 했을테고
불륜인 그들이 그내용을 가지고 경찰에 신고를 할 처지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후로 평택역에서 문춘식은 승차를 했지만 임현자는 보이지 않았다.
장시녕은 속으로 미안했지만
불륜을 저지르는 것들은 불륜상대의 어느것도 믿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했다.

장시녕은 자신이 불륜인간들을 처단하는 정의의 용사처럼 우쭐하면서도 이번엔 내가 임현자를 꼬셔볼까
하는 내면의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자신은 그렇게 저급스러운 인간이 아니라며
귀에 이어폰을 꽂고  The Danish National Symphony Orchestra의 the good(장시녕), the bad(문춘식) and the ugly(임현자)속의 Tuva semmingsen의 품위있고 감미로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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