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산에 사는 백로야... 인간이 보기엔 뽀얀한게 서호천 또는 호매실 논에 늘씬하게 한다리로 
서 있는 애들 말이야 


백로라고 하면 쇠백로,중백로, 중대백로, 대백로등이 있어 거기다 인간이 보기엔 왜가리도 비슷하게
보일터이니 정확한 호적을 대도 구분은 잘 못할꺼야
하지만 나는 적어도 대백로는 아니야... 그아이는 겨울 철새이기 때문이지..
왜냐면 우리들은 매년 3월 말경 수원으로 와서 여기산 중턱에 집을 짓고 살면서 새끼를 낳아 기르고 10월 
말경 따듯한 남쪽 나라로 가지                                                                                                               
어때 인간들 보기엔 우리가 대단하지 먼 남쪽나라로 갔다가 나침판도 없는데 정확하게 여기산으로
돌아오니..거기다 비행거리가 짧기나해..인간들보다 우리가 훨씬 훌륭한거 같은데..
그런데 인간들중엔  이렇게 멋진 우리를 싫어하는 부류도 있지
우리를 보고 시끄럽고 똥을 아무렇게나 싸서 더럽다고 하지
예를 들면 대전시에 사는 우리 동료들은 그런 이유들로 이리 저리 쫏겨 다닌다고 했어
카이스트에서 시끄럽다고 나무를 베어서 다른곳으로 이사 가니 그곳은 아파트 가까이라 안된다고
벌목을 해서 또다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고 해

인간들에게 쓴소리를 하자면 최소한 우리동료들은 잘못한것이 없다는 거지
우리는 원래 살고 있던 곳에서 계속 살고 있는데 인간들의 숫자가 불어 나면서 우리가 살던 구역까지
침범한것이지..그러니 인간이 우리보고 시끄럽다거나 더럽다고 하는건 어불성설인거지.

우리가 뭐 인간들 처럼 잘먹고 잘살기 위해 개발이라는거를 해서 지구환경을 오염 시키지는 않잖어
아...똥싸고..좀 시끄러운거...아이고..그것도 인간들이 버리는 쓰레기와...데모한다고 틀어놓는
스피커 소음에 비하면야 나 우리 새들 비하 하는 말 같아서 쓰기는 싫은데 인간 말대로 하면 
조족지혈이야                                                                                                                                              

그리고 우리가 가끔 가서 고기잡아 먹고 하는 서호라는데 가봤어 인간들아..내가 우리 조상한테 물어
보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여기 터를 잡은 이유중엔 인간들이 서호를 인공으로 만든것이 한가지 이유일수 
있어 그렇다고 우리가 서호에만 의존하지는 않고 하늘 높이 우아하게 날아 내려다 보면서 반경 넓게 냇가와 논등에서 개구리, 민물고기등을 잡아 먹으며 생활하고 있지..
우리는 최소한 서호에서 사는 민물가마우지 처럼 일년내내 인공섬을 초토화 시키지는 않잖어..
아마도 내가 물어본바로는 개들은 원래 겨울 철새 였는데 서호가 너무 좋아서 인지 그곳에 아예 눌러 살고 있는 텃새가 됐다고 하거든...

이러다보니 내가 인간들에게 계속 투덜거리거나 잘난척 하는거 같은데 그건 절대 아냐 여기산을 보호구역
으로 만들어준건 정말 고마운일이지
적어도 인간들 때문에 이리저리 옮겨 다닐 이유는 없으니 말이야
그런데 이른 아침 안개낀날 푸른 산에서 긴날개 펴고 멋지게 할강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멋지지 않아..
그거하나만 해도 우린 인간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고 여겨질거 같은데..
그러니 인간들아 앞으로도 다른 도시처럼 우리가 인간생활에 도움이 안된다고 내쫏을 생각은 털끝도
하지 말아..
제발 부탁이야..
알았지..
착하지..인간들아..우리 같이 오래오래 잘살자..
여기산에 사는 백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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