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만석공원 한바퀴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한 봄남 휴일 오후..
내려다 보이는 만석공원 버드나무의 흐린 연두색잎이
어여나와 같이 사교춤 한번 추어 보자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해 나가볼까 하면서
여느때 처럼 내복차림에 뒹굴대고 있는 딸들을 꼬드겼다.
큰딸은 흔쾌히 나가겠다고 준비를 하고 있는
데 작은 딸은 감기에 걸렸다고 나기기를 꺼려 했다.
워낙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작은 딸이 걱정 스럽다.
줄넘기등은  물론 싫어하고 커서 하고 싶은 꿈조차 없다고 말하여
아빠의 속을 요즘 긁어 대고있다. 초등학교 3학년인데 벌써
사춘기일까..
중부경찰서 4차로를 건넜다. 나를 불렀던 버드나무들의 어린 싹
이 모여 너무나 예쁜 색을 연출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노인분들이 모여 따~악, 따~악 하며 게이트 볼 대회
를 하고 계셨고 그 옆 운동장에서는 축구공을 가지고 종횡무진 뛰고
있는 젊은 혈기들이 멋을 발산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정자 옆 벤치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젊은 여인의
담배연기를 뒤로하고 나체상태의 배롱나무를 마주했다.
작년 경주에서 봤던 붉은꽃이 피는 나무다.
"빈이가 길을 걷고 있는데 배롱나무가 메롱메롱 놀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걸으시다 나무하고는 싸우시면 안됩니다."하고
빈이에게 말장난을 건냈다.
나무다리를 건너는데 옆으로 하얀 마르티즈를 앞세운 남녀 한쌍이
우리를 앞지르며 뛰어갔다. 그 방향으로 올 초 삼겹살을 맛있게
먹었던 "어부가 낚아올린 해산물"인가 하는 제목의 음식점이
다른 가게로 바뀌었음을 확인하며 바로 코너를 돌자 물가에
아이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빛나리 머리를 한 흑인 남성이 검둥개를 데리고 서 있었다.
공을 만석공원 물로 던지자 개가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헤엄쳐가
공을 물고 돌아 온다.
그모습에 반한 아이들이 멈추어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빈이도 가까이가서 보고 오더니 개가 정말 크다고 했다.
그모습을 한참 멍하니 바라 보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걷는 오른쪽 편 메인 광장에는 자전거, 씽씽카등을 타고 잔듸밭
에는 음식을 먹는 인파들로 가득하다.
이곳으로 이사온뒤에 보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다.
조금더 가자 오른편 인라인 스케이트 장에는 젊은 남녀가 반원
통 모양의 경기장 안에서 멋지게 보드를 타고 있다.
그 밖 건너편 소나무에는 머리를 기대고 그광경을 보다 잠이든
곱쌍한 처자의 모습도 보였다.
다시 코너를 돌자 조그만 인공 또랑에 맑고 깨끗한 물이 흘러
호수로 들어 가고 몇명의 아이들은 벌써 그곳에서 때이른

물놀이로 신이나 있었다.
만석공원을 겨우 한바퀴 돌았지만 집안에만 있는것 보다는
몸이 활기차지며 그로인해 봄기운을 만끽할수 있는 좋은 휴일
오후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