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성격 조절기
몇달뒤 무척 기분이 좋아 보이는 이규연이 남편 하광고와 태안의 천리포 해수욕장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바람을 쐬러 갔다.
피서철은 이미 지난지 오래지만 아직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백사장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파도를 즐기고 있었고 그 한쪽에 규연의 가족도 파라솔을 빌려서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낭만을 즐기고 있었다.
저멀리서 너무도 편안해 보이는 하광고가 아이스크림과 캔맥주를 사서 오고
있었다.
하광고 : 여보 ..여기 캔맥주 사왔는데 우리 러브샷 한번 해볼까...
이규연 : 에이 ..사람도 많은데 ..뭘 그런걸..
규연도 쑥스럽지만 싫지는 않은듯 팔을 내밀었다.
아이들이 물에서 놀다 나오며 이광경을 보고 얼래리 꼴래리를 하며 놀려댔다.
하광고 : 왜 너희들 질투나냐 엄마 , 아빠가 사이가 너무 좋아서..
그러면서 하광고는 마른 안주를 들어 규연의 입에 넣어 주었다.
규연은 신혼의 잠깐 시절 말고는 이렇게 행복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그녀의 표정 한편에는 어두움이 깃들어 있었다.
하광고 : 여보 날씨도 더운데 우리도 해수욕이나 할까..
하면서 규연을 안고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한참을 재미있게 웃고 해변가로 나왔다.
그순간 사람들로 부터 무언가를 걷으면 건장한 깍두기 머리의 험상굿은 두청년이
다가 왔다.
깍두기1 : 어 재미들 좋은신가본데...재미 보신 만큼 자리세를 내셔야지..
하광고 : 예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이 파라솔 이라면 이미 돈을 냈는데요..
깍두기2 : 이거 뭘 모르시는구만 그거 말고 세금에는 부가세라는게 있잖소..부가세..
이규연 : 무슨 소리예요.. 바닷가 파라솔에 무슨 부가세가 있어요.
깍두기1 : 어허 뭐야 이거 그래서 못내겠다느거야..
깍두기들이 험상굿게 인상을 쓰며 목청을 돋우자 하광고가 더욱 움츠러 들어 말했다.
하광고 : 그럼 부가세는 얼마를 내야 하나요..
깍두기1 : 재미를 이렇게 오래 보셨으니 십만원은 내야지..
깍두기2 : 십만원 싸다 싸..우리도 뭐 남는거 없어..여기 관리 하려면..
이규연 : 관리요..여기 관리 할게 뭐가 있어요..
규연이 대들자 깍두기들이 밀어부쳐 백사장에 넘어지고 말았다.
하광고 : 여보 괜찮아...죄송합니다. 제 집사람이 신경 쓰게 해드려서... 여기 십만원 있으니
가지고 가시죠..헤헤..
넘어져서 한심하다는 듯 그모습을 보고 있던 규연이 파라솔 밑의 가방에 손을 넣어 무언가
버튼을 눌렀다.
핸드폰 크기의 기기에는 성격 조절기(personality controller)라고 쓰여 있고 5개의 버튼이
있었다.
그것은 브릭스와 마이어 모녀에 의해 개발된 MBTI에 바탕을 둔 성격분류를 기준으로 제작
사람의 성격을 조절 할수 있다고 해서 항간에 소문이 자자 했지만 그 부작용과 과도한 비용
문제로 인해 법적으로 판매가 금지된 제품을 모방 한듯 보였다.
그순간 온화해 보이던 하광고의 눈매가 날카로워지며 몸의 근육도 부풀어 오른듯 보였다.
하광고 : 여~어 너희들 뭐야 이런데서 무슨 자릿세를 걷고 난리야..
깍두기1,2 : 뭐야 ..좀전까지 쩔쩔매던 인간이 갑자기 뭘 잘못먹었냐..
그러면서 깍두기들이 하광고에게 달려 들자 빠른 몸놀림으로 그들에게 주먹을 날렸다.
몇대씩 두들겨 맞은 깍뚜기들은 바로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아이들이 와아 우리 아빠 멋있다를 외치고 주변 사람들은 모여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4장
원점으로위 복귀
해변에서 집으로 돌아온 이규연의 아파트 TV에는 저녁 뉴스가 방송돼고 있었다.
앵커 : 몇년전에 인간의 목부분 중추신경계에 작은 마이크로 칩을 삽입해 미세한 전기적
신호로 성격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사이코패스를 치료할수 있게 됐다고 항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뇌연구 세계 최고의 권위자 KIST의 신경과학센터장인 박박사가
체포 돼었습니다. 경찰 특수 수사대에 의하면 박박사는 이 연구가 인간에 대한
부작용으로 사람을 정신박약 상태에 빠트릴수 있으므로 오류를 해결할때까지 사용을
금지 시킨 법원의 결정을 위반하고 성격 조절기를 불법적으로 조폭이 개입된 민간
업자에게 넘겨 고가에 판매해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뉴스를 듣고 있던 이규연은 얼굴 표정이 더욱 어두워 졌다.
잠자리에 들기위해 옷을 갈아 입고 있던 하광고가 쓰러진건 바로 그 때였다.
다음날 하광고는 아주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그리고 대기실에서는 이규연이
박형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박형사 : 그럼 남편의 성격을 조절하기 위해서 5천만원씩이나 주고 강제로 시술을 시켰다는
말입니까..
규연이 흐느끼며 대답을 했다.
이규연 : 형사님..그때는 정말 못살것 같았어요..그렇다고 남편과 이혼을 하고 싶지는 않았구요
저는 단지 무뚝뚝한 남편이 아닌 자상한 남편하고 살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형사님 ..그게 그렇게 잘못 된 건가요..
박형사 : 부인..그게 잘못 된게 아니구요..서로 말로서 맞추어 가야지 불법적인 방법으로
남편을 강제로 성격을 변화 시키려고 하니 이런 문제가 발생 하는거 아닙니까..
그리고 지금 남편분이 지금 사경을 헤메고 있는데 그런 말씀이 나오시나요..
그때 담당 주치의인 아주대 정신신경과 유연숙 박사가 다가 왔다.
유연숙 : 하광고씨 부인 돼시나요.
이규연 : 예..박사님 제 남편은 정상으로 돌아 올수 있는 건가요.
유연숙 : 지금으로선 알수가 없습니다. 전문적 기술이 없는 자들이 마구 잡이로 중추신경계
손상시켰기 때문에 칩을 제거 하는데 더욱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잘못해서 신경계를 더 손상 시키면 사망에 이르거나 목 아래 부분이 모두 마비가
될수 있습니다.
이규연 : 다른 방법은 없는건가요.
유연숙 : 지금으로선.. 위험을 감수 하더라도 칩을 제거 할수 밖에 없습니다.
이규연 : ...
박형사 : 남편의 상태도 그렇고..악의적으로 이런 일을 저지른게 아니기 때문에 이규연씨에
대해서는 당분간 불구속 처리를 하기로 법원이 결정을 내렸으니 남편이 회복돼도록
최선을 다해 간호 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이규연 : ...
이규연은 마음속으로 피눈물로 후회를 하고 있었다.
그냥 남편 성격대로 무뚝뚝하게 살게 둘걸...자신이 좀 참으면 됐을걸 하고 수도 없이
되네이고 있었다.
지금으로선 남편 하광고가 처음의 상태로 돌아 오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1년뒤 아주대 병원에는 휠체어에 몸을 실은 하광고를 이규연이 뒤에서 밀고 있었다.
목숨이 위험한 칩제거 수술에서 다행히 다리부분의 약간의 마비만 빼고는 상반신은 정상으로
돌아 와 있었다. 유연숙 박사의 말에 의하면 하반신도 꾸준히 물리치료를 하면 많이 좋아져
정상인과 같은 일상생활을 할수도 있을거라고 했다.
이규연은 지금도 1년전의 일을 생각하면 온몸이 저려 온다.
이대로 무뚝뚝하지만 살아만 있어준다면 남편에게 더 바랄것은 없을 거라고 하느님께
빌고 또 빌고 있는 요즘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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