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관리 현장은 근무 여건상 직원들이 장기 근속하기가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직원이 오래 근무할수록 얻게 되는 이점도 많습니다. 특히 기계·전기(기전) 분야에서는 단지 내 시설물의 특성을 꿰뚫고 있어, 문제 발생 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큰 강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 근무가 늘 긍정적인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모든 경우에 해당하진 않겠지만, 숙련도가 오히려 조직에 독이 되는 사례도 분명 존재합니다.

 

10년 차 경리 주임의 사례: "내 월급이 제일 적다"는 방어막

한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근무 중인 경리 주임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녀는 늘 불만이 가득합니다. 자신은 쉴 틈 없이 일하는데 월급은 가장 적다며, 기전직원들과 비교하며 불평을 쏟아냅니다. 기회만 있으면 누구에게든 "내 월급이 너무 적으니 올려달라"는 말을 관리소장이나 동대표에게 전해달라며 압박하곤 합니다.

이러한 보상에 대한 불만은 '업무 회피'로 이어집니다. 자신이 맡은 고유 업무 외에는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역력합니다.

 

숙련된 경험이 낳은 '민원 떠넘기기'

특히 민원 처리 과정에서 그녀의 노련함(?)은 빛을 발합니다. 입주민의 전화번호를 저장해두고 민원 성향을 미리 파악한 뒤, 상대가 용건을 꺼내기도 전에 전화를 과장에게 돌려버리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전화를 넘겨받은 과장이 민원인으로부터 "바꿔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왜 전화를 돌리느냐"는 당황 섞인 항의를 듣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동료 직원이 업무를 물어볼 때도 태도는 한결같습니다.

"왜 월급 제일 적게 받는 나한테 물어봐요? 월급 많이 받는 과장님한테 물어보세요."

하소연 섞인 핀잔으로 질문 자체를 차단해 버리는 것입니다.

 

업무 효율이 아닌 '자기 편의'를 위한 진화

민원이 접수되면 상황을 파악해 입주민이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과정 자체를 소모적이라 여기는 듯합니다. 갈등을 피하려는 건지, 단순히 귀찮은 건지 몰라도 모든 민원을 거르지 않고 기전팀에 그대로 넘겨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묵묵히 일하는 기전팀원들의 불만은 쌓여만 갑니다.

외부에서 보기엔 특별히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아닌데, 왜 유독 그녀만 유별나게 구는지 의문이 들 법도 합니다. 예전에 다른 아파트의 사례를 들며 조언해 보아도 그녀의 대답은 늘 똑같습니다. "현장마다 특성이 다른 법"이라며 선을 긋습니다.

결국 그녀는 '능구렁이'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 머물며 어떤 일이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줄지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이를 재빨리 피해 가는 '회피 기술'만 만렙이 된 것입니다.


다년간의 경험은 본래 업무 효율을 높이고 동료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 소중한 경험치가 오직 '자신의 편의'만을 위해 사용되는 모습이 참으로 씁쓸합니다. 아마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이미 그녀의 이런 성향을 충분히 파악하고 냉가슴을 앓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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