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고육나는 얀성초등학교 반동창회에 나서고 있다.
50대 중반인 고육나의 초등학교 반은 남자 32명 여자 30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반동창회에 꾸준히 참석하는 인원은 남자10여명에 여자8명이 다였다.

최근 몇년동안 계속해서 초등학교 모임에 참석 하고 있는 고육나는 자신이 이 거지같은 모임에
계속 나가는 이유에 대해 오늘도 골똘히 생각 하고 있다.
3년전 처음으로 동창회 모임 초청장이 핸드폰으로 도착 했고 그는 수십년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모습이 얼마나 변했을까하는 호기심에 덜컥 참석 하겠다는 동의서를 보냈었다.
얀성 서운산 자연휴양림 석남사 근처 소나무 펜션에서 첫모임을 갖었을때는 소박하게 삼겹살
바베큐에 소주 한잔씩 하며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반창회가 시작이 되었다.

그의 반창회는 처음의 소박함에서 시작 했으나 갈수록 이해 타산적으로 변해갔다.
자동차 세일즈맨을 하는 회장이 하는 일은 툭하면 A가 어느학교 교장으로 승진했으니 축하한다는 
안내문을 보내거나 모임에서 B가 공무원으로 면장직에 임명 됐으니 다함께 박수를 치자느니
하는것 뿐이 었다.
고육나가 생각하는 반창회의 바람직한 방향은 누가 잘됐다고 떠벌리고 자랑해주고 자신의
영업적 잇속을 챙기는 것이 아니고 힘들고 어려운 동창들을 찾아내어 도와주고 이끌어 주는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지하고 있었다.

고육나가 동창회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꾸준하게 참석하는 이유는 
바로 초등학교 5,6학년때의 짝꿍인 최화순 때문이었다.
초등학교시절 짝궁인 최화순을 짝사랑 했던 고육나는 자신이 찐따라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50대 중반인 지금은 그때의 다가가지 못했던 순수함이 오히려 도움이 돼고 있었다.
최화순은 50대의 아줌마였지만 아직까지 몸매도 빼어나고 얼굴도 예쁜 편이었으니 많은 동창놈들의
대쉬가 있었다.
1박 2일 동창회가 있고... 술한잔하고... 노래방기기에 맞춰 춤추고 노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킵십이 
오갔으며 더욱더 흉허물이 없어졌다.
고육나는 최화순에 대해 다른 놈들이 들러붙으려 하는것을 무척이나 싫어 해서 따로 만나자고 했으나
유부녀인 최화순이 단독만남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있으니 동창회를 이용하자고 했다.
고육나와 최화순은 오늘도 동창회 참석 눈도장만 찍고 둘이 슬그머니 빠져나와 서운산 등산길에 올랐다.
오늘의 코스는 석남사를 거쳐 서운산 정상을 넘어 은적암을통과하는 코스였다.
맞잡은 손을 흥겹게 흔들며 같이 걷는 서운산은 말그대로 천국의 계단 이었다.
그들은 걷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는 입맞춤과 포옹을 하며 한껏 사랑을 즐기고 있었다.
어느덧 정상을 넘어 은적암에 이르렀을때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린 고육나가 쓰러지며 주위에 쌓여 
있던 돌탑을 쓰러 뜨리고 말았다.
나뒹굴었던 고육나를 부축여 일으켜 세우던 최화순이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무너진 돌탑 안에 많은 무리의 뱀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본 고육나는 무릎등이 까진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등산배낭속에서 비닐봉투를 꺼내 막대기로
이리저리 휘저으며 뱀 몇마리를 잡아 넣었다.

그런일이 있은 다음 동창 모임에는 더욱 밝고 기운넘치는 고육나가 최화순옆에 앉아 있었다.
회장이 공지사항을 이야기 하였다.
동창모임중 서운산 등산순서가 있으나 이번에는 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그 이유는 누군가 은적암옆의 소원탑을 계속해서 쓰러뜨리는 만행을 저지른다는 민원으로 등산코스
가 폐쇄됐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도 고육나와 최화순은 단둘이 폐쇄된 등산코스를 굳이 걷고 있다.
최화순이 고육나를 향해 자기 요즘들어 힘이 넘치는것 같다며 아양을 떨자 고육나가 다 서운산 돌탑속
의 뱀을 고아 먹은 덕이라고 말했다.
그에 최화순이 그럼 자기는 더 먹어야 겠다며 고육나의 옆구리를 꼬집고 멀찍이 달아나고 있었다.
그 둘은 폐쇄된 등산로에서 나잡아봐라를 시전하며 즐거운 산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은적암 소원 돌탑에 이르자 집게를 꺼내든 고육나가 발로 돌탑들을 걷어차 무너 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뱀들을 집게로 들어 자루속에 담기 시작했다.
그모습을 신기한듯 바라보던 최화순이 육나가 힘이 더쎄지면 누가 좋아 할까..라고 코소리를 섞여가며
소리 쳤다.
그 말에 대꾸하려 돌아보던 고육나가 독사에게 손가락을 물리고 말았다.
나죽는다고 소리치며 쓰러진 고육나의 팔뚝을 수건으로 단단히 묶은 최화순이 입으로 독을 빨아내고
있었다.

얼마후 서운산 은적암의 한스님이 이곳을 지나다 쓰러져 사경을 헤메고 있는 남녀 둘을 발견해 119
구조대에 신고를 했고 그들은 응급구조 센터로 이송 되었다.
하지만 뱀에게 물린지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뒤라 그들은 증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메고 있었다.
경찰이 찾아와 남자는 맹독성 까치 살모사에게 물렸지만 여자는 물리지 않은것 같은데 왜 쓰러진
거냐고 묻자 의사가 입속에 상처가 있는상태에서 독을 빨았기 때문에 쓰러진거라고 답했다.

한달뒤 겨우 퇴원한 그들은 팔과 입속의 피부괴사와 연조직염으로 커다란 흉터가 남았다.
고육나는 한여름철에 짧은 옷을 입을수 없었고 최화순은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였다.
천만 다행인 것은 반창회에서 그들의 사이가 그렇고 그런사이라고 쑤군거리긴 했지만
그들 배우자에게는 남들의 소원탑을 걷어차서 벌받은것 같다는 말만 해댔다.
하지만 그들의 배우자가 동창회에서 금지한 산행을 둘이 한 이유에대해 궁금해 하지 않는다면
그건 더 이상한 것으로 그들의 파국이 점차 다가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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