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수는 충남 태안에서 보험회사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최소한의 생활비만 벌어 쓰자고 오픈한 시골 대리점은 주로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재난재해 관련 보험가입에 주력하고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 대도시에서 보험설계사를 하면서 타고난 친화력으로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며
부와 명예를 누렸었다.
그러던 그가 나이 60줄에 들어서면서 결혼한 아들과 딸에게 가지고 있던 재산을 나누어 물려준후 
자연을 벗하며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파도리의 바다 가까이 낡은 주택을 구매한후 
현대식으로 개조하였다.
그곳에서 그는 몇년전에 재혼한 아내와 행복한 노년을 꿈꾸며 살고 있었다.


이자수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자주 보아야 하며 각박한 세태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친화력에서 얻을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그것을 실행하며 살고 있었다.
그는 오늘도 형제들을 불러들여 바닷가 가까운곳에 심어놓은 마늘을 같이 수확하면서 핏줄의 정을 한껏 
누리고 있었다.
이자수:(땡볕에 마늘캐기에 녹초가 된 형제들을 바라보며) 야~너희들 고생이 많다.
저녁에는 화합과 체력을 보강해줄 최강의 해산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힘들내라고..
그의 형제는 3살터울로 이혜연, 이혜정의 여자 형제와 그아래 이자규, 이자민의 남자 형제가 있었다.
이혜연:(환호성을 지르며)역시 우리 오빠가 최고야!
모두 열심히 한 결과 오후 1시경 여러 사이즈의 마늘자루 100여개가 집 마당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그옆 마당 한켠에는 특대사이즈의 광어 2마리와, 꽃게, 놀래미, 갑오징어, 간재미 그리고 전복이 쌓여 있었다. 이것은 이자수가 파도리로 오면서 동내 이장과 옆집 형님등을 살갑게 대하며 사겨논 친화력의
전리품 같은 것이었다.
전직 일식 전문가였던 막내동생이 소리를 질렀다.
이자민:우와~ 나만 죽었다. 이걸 언제 다 손질한데..
이혜연:으이그 짜식아..너만 하겠냐..우리 이씨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 같이 나눠서 해야지..
그들은 너무 많은 해산물에 질리며 그중 다수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꽃게 찜을 저녁으로 전복을 안주
삼아 밤 늦게까지 호호하하대며 가족 친목 잔치를 벌였다.
다음날 아침 형제들의 차량 트렁크에는 15자루의 마늘과 골고루 나눈 해산물이 담겨 있었고
서해대교에서 차량이 막히기전 일찍 출발하자는 의견이 그들을 일요일 아침 일찍 나서게 하였다.

소란스럽던 집안에는 덩그러니 이자수와 그의 아내 유언순만 남아 있었다.
유언순:(울것 같은 표정으로) 당신 정말 너무 한거 아니예요
이자수:자기야 앞으로는 만나는 횟수를  줄여 나갈테니 좀 봐주라
유언순:지금 우리 집 꼴을 보라구요..형제들이 다녀가면 오이김치 쪼가리 하나 남아 있질 않아요
이자수:(말꼬리를 흐리며) 그래도 어떻게 해...맛있다고 하면 줘야지..
유언순:마늘만 해도 그래요..왜 15자루씩이나 줘요.. 우리가 밭얻고, 물주고, 풀뽑고 다했는데..
심을때하고 캘때 하루와서 노동한것 치고는 너무 많이 주는거 아니예요.
이자수:미안해...혜연이가 조금 준다고 투털대서..같이 더 주다 보니..
유언순:고생한 우리 몫을 챙기려고 제가 미리 마늘 산다는 사람한테 30자루를 계약해 놨는데
시어머니것까지 75자루를 줘버리니 25개 밖에 안남았어요..계약을 지키려며 우리돈으로 사서 줘야
할판이예요..
이자수:앞으로는 형제들 한테 마늘 1자루씩만 줄께..
유언순:내가 이번것만 가지고 이러는줄 알아요..우리가 파도리로 올때는 편하게 살자고 온건데요
나는 허구헌날 자기 손님 치르느라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어요..자수씨는 그거 알아요. 내손이
엉망이 된거..
나 좋다는 사람이 당신 말고도 있었는데 요즘은 내가 선택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

그후 몇일간 고민을 하던 이자수는 파도리 통개항 남쪽 뒤끈이산 중턱에 있는 낡았지만 텃가 꽤넓은 오두막 집을 동네 이장 소개로 유언순 몰래 구매 하였다.
그는 유언순에게는 보험 영업 하러 간다고 하고 주말이면 뒤끈이산 오두막으로 향해 집수리를 하기
시작 했다.
한달이 지나자 지내, 거미등 온갖 곤충이 살던 집안은 제법 말끔해 졌다.
이자수는 행복했다. 이제 그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 초대해서 같이 즐길 베이스캠프가 완성 됐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이자수는 별장 완성 기념으로 인천 승봉도에 넓직하고 좋은 집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 하던 초등학교 동창이자 전직장 뺀질이 라이벌 장시녕을 액댐한다 치고 초대했다
이상한것은 이자수를 처다보지도 않던 장시녕 역시 그의 초대에 응했다는것이다.
장시녕:야 이자수 니가 나를 다 초대하고 왠일이냐...내가 대량 보험 가입자 뺏어 갔다고 화내며 다시는 
안보겠다고 퇴사한놈이...
이자수:(장시녕이 꼴이 보기 싫지만 가능한 활짝 웃으며) 우리가 그래도 어려서 부터 친구였는데 환갑나이가 돼서는 화해를 해야지..안그러냐..
장시녕:어이구..이자식이 인간이 됐네..ㅎㅎㅎ. 그래 좋다.
이자수는 장시녕에게 파도리 남쪽의 멋진 풍경과 뒤끈이산에서 보는 해넘이의 신비함을 자랑하기에 바빴다.
장시녕:그래 승봉도도 멋지지만 여기도 정말 괜찮네...나두 니 옆으로 이사오고 싶다야..
그렇게 그들은 해산물에 곁들인 소주로 한껏 여흥을 즐겼다.

새벽까지 마신 소주가 20병이되자  연예계 주당으로 소문난 정준하의 주량에  견줄만한 알콜이 그들이 이성의 끈을 놓게 하고 말았다.
장시녕:(질질 울기 시작한다.) 이자수 난 너 정말 싫어한다! 너야 내가 니고객 뺏었다고 날 싫어 하겠지만
나에게도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이말이야..
이자수:이자식이 술에 맛이 갔고만 질질 싸는거 보니...
그렇게 말하는 이자수 역시 혀가 완전히 꼬여 한국말을 하고 있음에도 미국 본토 인토네이션이 나오기 시작 했다.
장시녕:이자수 잘들어..유언순이..말이야..너만 좋아 한거 아니다. 나도 그 레스토랑에 드나 들면서 카운터에 있는 유언순이 한테 한눈에 반해서 꼬셔 볼려고 무던히도 노력 했지 말이야..
그런데..거의 넘어와서 데이트가 성사 되려던 찰나에 너.. 너..이자수 니놈이 나타났던거야..그래서
내 자존심이 다 망가지고 말았어..
그후로 내가 이를 갈면서 복수할날만 기다리다..니가 대량 보험 고객과 접촉 한다는 말을 듣고 내가 가로채기 작전을 폈지..으으으..
장시녕은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지 못할 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자수:이자식아..그랬다면 친구지간에 진작 이야기하고 풀어야지 치사빤스처럼 조용히 있다 복수를 해...넌 그러니 뺀질이라는 소문이 따라 다니는거야..
장시녕:뭐..이자식이 남의 여자 가로 챈놈은 좋은 놈이냐 ..그럼...
이자수:헐..정말 나쁜놈이네..넌 마 법적으로 와이프가 있잖아..
그렇게 그들 둘은 술에 취한채로 몸싸움을 벌이다 6.25때 피난 동굴로 썼다는 해식동굴 앞바다로 떨어지고 말았다.
해병대 출신인 이자수는 비록 술에 취했지만 몸에 배인 수영 솜씨로 가볍게 해안가로 나올수 있었지만
운동신경이라고는 일도 없는 장시녕은 지난 몇년간 갈고 닦은 격투기가 무색하게 바다속으로 가라 앉고 말았다.
뒤늦게 정신차린 이자수가 어둠속 바닷가 여기저기를 찾아 봤지만 장시녕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일년뒤 뒤끈이산의 별장은 외지인의 손에 넘어가 있었고 이자수는 보험 대리점 일에서도 손을 떼었다.
그대신에 작은 고깃배 한척을 사서 이재수는 유언순과 오순도순 고기를 잡으러 다니고 있었고 그의 집에는
형제자매를 포함한 손님의 발길이 끊겨 있었다.
그리고 장시녕의 부인은 사라진 자신의 남편을 찾으려고도 하지 않았고 실종신고 또한 하지 않았다.
그녀는 술만 먹으면 자신을 때리고 주기적으로 뭇여자들과 바람을 피워온 그가 돌아오지 않는것에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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