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명역에서 다가동 쪽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철망 울타리가 있고 그안에 거위 두마리가 
있다. 그들은 언제나 처럼 전철 고객들을 바라 보며 의심에 가득찬 호전적 꽉꽉이 소리를 낸다. 
그래서 예전에는 개 대신에 집지키라고 거위를 기르는 가정이 꽤 있었다.


그런 그들이 오늘은 다른 행동을 보였다.
작업복 차림의 인상 좋은 중년 아저씨가 내려오자 그들중 한마리가 마당을 돌며 꽉꽉소리를 높혀
질러댔다. 이어 아재가 철망 가까이 다가가 두드리자 꽉꽉이가 주둥이를 들이 대면서 꽉꽉꽉꽉꽉.....
반복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그런데..말입니다. 내귀가 이상한건지 몰라도 그 꽉꽉  소리가 평상시의 음정이 아니라
사람으로 치면 비음이 섞인것 같았단 거지요.
이렇게요 꽈~앙, 꽈~아~앙...... 그러면서 몸짓과 날개짓을 어떻게 할지 모르더라 이거지요.


저는 속으로 웃으면서 "이숙의 맨 처음 고백"이라는 노래가 떠올랐지요.
(물론 1975년식 송창식의 순진무구하게 담백한 노래를 좋아 했지만 최근에 트로트 꺽이하듯 느끼한 
창법으로 변경된것에 불만이 있어 허스키한 파워로 군더더기 없이 노래하는 이숙양의 맨처음 고백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꽉꽉이가 아재에게 하는 고백 노래는 이런식이 겠지요. 

꽉꽉 해도 좋을까
꽉꽉하고 있다고
부리 한 번 쪼는데
하루 이틀 사흘
돌아서서 꽉할까
마주서서 꽉할까
이런 저런 주둥이질에
일주일 이주일
맨 처음 꽉꽉은
몹시도 힘이 들어라
털만 날리며 우물쭈물
거위 같으니
.....

안개비 내리는 흐린 날씨에 유쾌한 상상을 하면서 돌아와 무지막지하게 땡겨 버리는 "이숙의 맨 처음 고백"을 수 없이 반복해서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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