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빌라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들은 마스크로 코를 동여맨채로 빌라 오른편에 쌓아져 있는 재활용 더미를 가리키며 큰소리로 떠들고
있다.
그러다 몇사람이 모아져 있는 물건들을 이리 저리 헤쳐 보고 있다.
"아니 이건 유모차네,,,,이건 함지박이고..상자하고..들통, 쓰레기통, 깨진 화분등은 왜 모아 놓는거래
이러니 빌라 앞에서 나쁜 냄새가 나지.."라고 102동 최모숙이 투덜 거리며 말했다.

오늘은 기필코 꽃분 할매와 싸워서라도 이 쓰레기 더미를 치우자고 의기투합을 하고 있는 이들은 다가
빌라에 사는 다섯세대의 사람들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서 떠들고 있는 앞으로 대형마트에서 쓰는 카트에 재활용품을 잔뜩 담아 끌고 오는
허리굽은 김꽃분 할매의 모습이 나타났다.
비타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는 모습에 최모숙의 중학교 아들이 뛰어가 꽃분할매를 도와 카트를 밀고 있다.
최모숙:(혀를 끌끌 차며) 아이고..누구 착한 아들 아니날까봐..
최모숙:(아들을 향해) 빙두야...지금은 그랄 때가 아니다..퍼뜩 이리 온나.
병도:(카트를 다밀고 쭈볏쭈볏 거리며 자기 엄마 앞으로 다가 오며) 어무이 저 잘했지요.
어무이가 언제나 남을 도우라 하지 않으셨습니꺼
최모숙:(주변사람들 눈치를 보며)..내가 몬산다..그래 그래 잘했데이...근데 빙두야 오늘은 엄마가 좀
그렇테이...
김꽃분:(카트를 세우고 재활용품을 내리면서) 아니 동네 사람들이 어째서 여기 다모여 있어..
최모숙:꽃분할매 우리가 우짤라고 여기 모여 있겠십니꺼..
김꽃분: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병도 엄마가 나한테 말해 준적 없잖어...
최모숙:꽃분할매여..내가 즌에도 말했지만요...오늘 당장, 즉시, 라잇나우,빠르게 이재활용 품들좀 
치워 주셔야 겠습니더..
다가 빌라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 했는데에...전부 냄새가 나서 몬살겠데요..
김꽃분:(눈을 찌푸리며 이마의 땀을 닦는다)나도 말했지만 우리 망근할배 치료비를 한푼이라도 더마련 할려면 어쩔수 없다.
최모숙:할매 그럼 왜 팔지 않고 이렇게 쌓아만 놉니꺼..더운여름에 냄새나서 창문도 못열고로..
김꽃분:(대꾸도 하기 싫다는 표정으로) 몰라..그냥 여기에 쌓아 놀거니까..알아서들해..
김꽃분 할매가 막무가내로 재활용품을 내려 쌓아 놓고 101호 들어가자 빌라 사람들이 모여 다시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아무래도 할매한테 이야기 해서는 해결될것 같지 않으니 서울서 은행다니는 잘살고 있다는 
큰딸한테 이야기 하자며 그 대표로 최모숙으로 뽑았다.

동네 사람들로 부터 이야기를 들은 큰딸 정혜임은 그러지 않아도 고령의 어머니가 걱정스러워 요양원에
들어갈것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있었으나 꽃분 할매는 도무지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고집불통 어머니와의 해결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그녀는 꽃분할매를 모시고
요즘 TV에서 가족의 각종 문제를 상담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오금영박사를 찾아서 상담을
신청했고 일단 꼭꼭 닫혀버린 어머니의 마음을 열기위해서 같이 가족 여행을 해보라는 권유를받았다.

정혜임 자신도 무능력한 남편과 이혼후 하나뿐인 딸을 키우기 위해선 일을 할수 밖에 없는 자신을 
탓하고 있기보단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한달뒤 정혜임은 큰맘먹고 자신의 엄마와 따듯한 남태평양으로 크루주 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일주일간의 여행시 그동안 나누지 못한 어머니와 딸로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올 예정이며
엄마를 요양원으로 보낼수 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 시킬예정 이었다.
출발하는 날 여행용 대형 가방을 한손으로 끝고 등에는 배낭을 맨 정혜임이 어머니 김꽃분할매의 
손을잡고 웃는 얼굴로 승선하였다.
그들은 숙소를 배정받고 선상을 이리저리 둘러본후 저녁을 먹고 첫날의 피곤함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정혜임이 잠을 깬것은 새벽역으로 비바람 소리와 배가 심하게 요동을 쳤기 때문이었다.
옆을 쳐다봤지만 김꽃분 할매는 화장실을 갔는지 그자리에 없었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 객실문을 열고 복도로 나온 혜임은 밀려오는 바닷물에 휩쓸리고 말았다.

김꽃분 할매는 이름모를 무인도 해변가에 서있다.
그옆에는 아주 멀끔하게 생긴 청년이 같이 있다.
꽃분할매:(코발트색의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며) 젊은이 여기가 어디야?
청년이 웃는 눈으로 할매를 바라 보며 말했다.
청년:꽃분이 여기는 남태평양의 섬이야..크루즈가 태풍을 만나 좌초되고 말았어..그래서 우리는 이곳으로
표류한거야..
꽃분할매:(젊은 청년을 한참 바라보다..누군지 알겠는 표정으로) 망근씨...망근씨예요..
정망근:그래 할멈 이제사 날 알아 보겠어..
꽃분할매:(눈물 맺힌 눈으로 망근의 손을 잡으며) 당신 아파서 앓아 누웠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멀쩡해 졌어요..
정망근:내가 언제 아팠다고 그래..보라고 난 이렇게 젊고 팔팔하다고..
하면서 망근이 팔뚝의 알통을 보여준다.
김꽃분 할매는 너무 좋아 숨이 넘어갈듯 망근의 손을 잡고 아픈 다리로 팔짝 팔짝 뛰었다.
정망근은 근처 숲으로가 나무와 야자잎으로 해변가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해변가에 떠내려온 물체에서 날카로운 쇠조각을 떼어내 나무에 묶은후 그것을 가지고 바닷물로
들어가 많은 열대 물고기를 잡아왔다.
그리고 나무로 만든 도구를 이용하여 애쓴끝에 불을 피웠다.
꽃분할매:어쩜 망근씨는 못하는게 없어..
정망근:할멈은 잊었어..내가 캠핑을 좋아해서 야생 전문가라는거
그렇게 그들은 몇일동안 생선구이로 끼니를 해결하며 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정혜임은 남태평양 주변 국가들의 구조 활동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크루즈에 승선했던 많은수의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실종 되었다.
그녀는 구조자와 입원자 그리고 사망자 명단에서 어머니의 이름을 찾았지만 그 어느곳에서도
김꽃분은 없었다.
남태평양 구조 센터로 가 계속해서 크루주 좌초 지역을 중심으로 구조대가 활동을 하고 있다는걸 확인한후
어머니 소식이 있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뒤 어머니가 인근 무인도에서 구조 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혜임은 부리나케 구조센터로 달려갔다.
정혜임:엄마..너무 다행이야..정말 다친데가 없는거야..
꽃분할매:(딸은 본체 만체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망근씨는 어디갔니..구조 될때까지 같이 있었는데...
정혜임: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아빠는 3년전에 돌아가셨잖아..
꽃분할매:(입으로 계속 중얼거린다.)아니야..조금전까지 니아버지가 여기 있었어..여기에 말이야..
정혜임:그건 그렇구 아무것도 못먹었을 텐데 배 고프지..
꽃분할매:아니야..너희 아빠가 물고기를 잡아줘서 아주 잘먹었어..
그리고 배가 난파 되던날도 너희 아빠가 와서 위험하니 먼저 나가자고 해서 객실을 나왔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섬 해안가였어..
정혜임:(할매를 붙잡고)엄마..엄마가 자꾸 이러니까..내가 형편상 모실수도 없고 그러니..
양로원에 모실수 밖에 없잖아..
그후 병원에 입원한 꽃분 할매의 메디컬 체크를 담당한 현지 의사가 꽃분 할매의 현상태는 다친곳이 없을
뿐더러 영양상태도 아주 정상이라고 말했다.
퇴원후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꽃분 할매는 딸 정혜임을 꼭 끌어 앉아 주면서 말했다.
꽃분할매:혜임아..네가 정말 고생이 많치...
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내가 정신이 나갔다 들어갔다해서..
내가 돌아가면 다가빌라 재활용품 쌓아 논것 정리하고...
양로원에 들어갈께.. 빌라는 네가 처리해..
정혜임:(눈물을 흘리며) 네..엄마..미안해요...
꽃분할매:그리고..네 아빠가 너와 모든 어려움을 이해하고 같이 화해를 하라고 무인도에서 나를 살려줬나보다..
정혜임:네..그런가봐요.돌아가서 같이 아버지 보러 고향 산소에 가요.
그렇게 두모녀는 꼭잡은 손을 한동안 놓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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