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꽃분 할매는 세는나이로 70살이다.
3년전 정망근 할배가 하늘나라로 간후 탑캐슬아파트 21평에서 줄곧 혼자서 지내고 있다.
생활비는 노령연금과 자식들이 주는 용돈으로 쓰고 있으며 가끔 폐지를 주워모아 고물상에
갔다주면 몇천원 정도의 소득을 올릴수 있었다.
할매가 고물주우러 나가는것 외에 하는것이라곤 그저 집에서 선풍기를 틀고 버티는 것 뿐이다.
그러다 보면 하루에 한끼만 먹는 경우도 허다 했고
건강또한 좋치 않아 동네 병원에 가면 라면등 밀가루 음식을 삼가고 되도록 최소한의 고기와 
신선한 야채를 많이 먹도록 권고를 받는경우가 허다 했다.

꽃분 할매가 큰맘 먹고 탑캐슬에서 나와 큰길가로 옛 S농대 방향으로 산책길을 잡았다.
그러다 탑동 시민농장에서 농작물을 가꾸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어찌하여 이좋은것을 내가 몰랐을까라고 꽃분할매가 자신에게 자문하며 농작물을 손보고
있는 나이지긋한 할배에게 물었다.
꽃분할매:저~물어보입시다. 여기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어떻게 해야 텃밭을 할수 있는겁니까?
할배:수원시에서 무료로 하는데 매년 2월 말경에 농업기술센터로 신청하면 추첨해서 배정
해줍니다.
할배:특히, 노인등에는 더많은 기회를 주니 한번 해보세요. 솔찬히 재미 있습니다.
그말을 들은 꽃분 할매는 어렸을적 아버지를 따라 밭에나가 놀던 추억이 새로워 짐을 느끼며
부러운 눈길로 시민농장의 여기 저기를 둘러 보았다.
그날이후 꽃분할매는 달력에 표시를 해가며 매일 체크를 하면 2월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다음해 2월 꽃분할매는 옆집 총각에게 부탁하여 인터넷으로 텃밭을 신청하였고 고령자 우대로
77번 텃밭에 당첨이 되었다.
코로나로 당첨자에 대한 직접 교육은 없고 서약서에 싸인만 하면 되었다.
서약서에는 시민농장은 비닐, 화학비료, 화학농약 등 화학자재를 금한다고 쓰여 있었다.
3월하순 농장 개장에 맞추어 거름을 줘야 했으나 한포 가격이 오천원으로 한푼이 아쉬운 꽃분
할매는 S대 나무 숲에서 부엽토를 구르마에 담아와 텃밭에 뿌려 주었다.
거름 다음은 모종이 문제였다. 남들은 이미 커 있는 쌈채소등의 모종을 사다 심었지만 꽃분할매는
그것 2~3개 살돈이면 엄청많은 씨앗을 구매할수 있었으므로 3월 중순부터 방안에서 부엽토에 씨를
뿌리고 싹을 키웠다.
4월 초순경 날씨가 많이 온화해지자 꽃분 할매는 쌈, 쑥갓, 옥수수등을 심었고 고추 모종은 
엽텃밭 하는 사람이 몇개 더 사왔다고 하여 얻어 심었다.
그리고 남은 세두덕에는 시민농장 안내원이 준 씨감자를 심었다.

꽃분할매는 집에서 걸어 1킬로미터 남짓한 텃밭을 매일 아침 저녁으로 다니며 잡초 제거와 물주기
미생물 뿌리기등의 온갖 정성을 다해 돌보았다.
그렇게 잘 자라던 텃밭이 시원찮아진것은 가뭄이 극심해진 5월부터 였다.
꽃분할매는 물통을 구해 저녁마다 텃밭에 물을 길어 주었으나 어느날 부터 시민농장에서 
준비해 놓은 저수조에서 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유는 너도나도 가뭄에 텃밭 물주기를 하니 저수조안의 물이 고갈돼 미처 차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5월 어느 주말 오후에도 꽃분할매는 텃밭을 둘러 보러 나갔다. 어제 저녁에도 잘나오지 않는 물을
억지로 받아 주었지만 벌써 밭이 매말라 갈라 지고 있다.
꽃분할매가 물통을 들고 저수조로 갔다.
거기에는 두개의 물조리개로 자기 텃밭에 물을 주는 중년 사내가 있었다.
하나로 물을 주는 사이 다른 하나로 물을 받으니 흘러 넘치고 있었다.
그순간 꽃분할매는 쾌재를 불렀다.
할매:(옳다 요놈 저녁에 저수조에서 물이 안나오게 하는 범인을 잡았다)
할매:아니 물 아까운줄 알아야지...이렇게 낭비를 하면 돼나..그러니 저녁에 물주러 오는 사람
은 물을 줄수가 없는거 아니야..
이 한마디를 하자 중년사내가 눈을 치켜 뜨며 말했다.
중년사내:(건성으로) 아네..~ 죄송합니다. 
중년사내:(멀리 돌아서 가면서 중얼거린다) 아니 노친네가 별걸 다 간섭이야.. 물이 넘치건 말건
무슨 상관이냐구...꾸덜 꾸덜
이말을 들은 꽃분할매는 물아끼라는 말한마디가 그렇게 고깝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오히려
봉변을 당할것 같아 꾸욱 참았다.
안그래도 이사람 저사람에게 여러가지 말을 해온터라 모두가 자신을 잔소리꾼으로 알고 있었다.
중년사내:(다시 물조리개를 들고 오며) 할매요..내가 물좀 흘려서 저녁에 물이 안나오는게 아니라
펌프가 고장났거나 배관이 막혀서 그런거니 관리소 가서 말씀하세요..
할매는 화가 났지만 그대로 꾸욱 참고 자신의 텃밭으로 가서 김매기를 시작 했다.
속으로는 이눔들 뭐라하던 내가 하는 말이 맞는거 아니냐고 투털 거리며 요즘것들은 싹아지가
없다고 작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전 같았으면 꽃분할매는 기운이 없어 이런 분노조차 낼수 없었으나 텃밭을 하면서 운동이 되고 신선한 야채를 먹으면서 건강이 많이 개선되어 활기찬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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