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순은 수원의 동쪽끝 아파트로 둘러 쌓인 상가지역에서 라온헤어살롱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미용관련 자격증에 합격한 후 수원 중심가의 꽤 큼지막한 대형 체인 헤어숍에서 혹독한 수습
기간을 버티며 기술을 익히려 노력했었다.
숍에서 청소와 샴푸등 허드렛 일을 해가며 선배 미용사들이 하는 각종 헤어 기술을 눈썰미로 익히며 
몇년을 버텄지만 화순은 아직도 핵심기술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영리한 선배들은 잔심부름등 성가신것은 최화순에게 시켰지만 정작 밥벌이에 필요한 기술은 제대로 
가르쳐 주려 하지 않았고 권위만을 내세워 그녀를 힘들게 했다.
그녀가 헤어숍에 사표를 낸것은 다음날 쓸 수건의 세탁분이 충분하지 않다고 선배에게 한시간여의
잔소리를 들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최화순은 사표후 바로 시골로 내려가 아버지에게 헤어숍에서의 전후 사정을 이야기 한후 자신이 미용실을
차린다면 충분히 잘헤쳐 나갈수 있으니 한번 믿어봐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수원으로 다시 올라온후 최화순은 부동산으로 부터 그녀가 살고 있는 원룸 가까이에 있는 라온헤어살롱의 
전주인이 사정이 있어 다른곳으로 이사가면서 긴급히 가게를 내놨고 팔리지 않을 경우 보증금이 있는 월세로 할 의향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최화순이 가게를 오픈한지 한달밖에 안되었지만 그녀의 외모를 보고오는 중년 남자손님들 때문에 숍은 꽤 
붐비는 편이었다.
그녀는 사실 이혼녀였다.
고등학교 철모르는 시절 나쁜남자 꾀임에 넘어가 살림을 차려 버렸던 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 되었다
는걸 술만 먹으면 주먹질 하는 남편이란 작자에게서 느낀 이후 아이가 없다는걸 다행으로 여기고 
헤어져 버렸다.
그녀의 나이가 삼십대 후반이 될때까지 남자를 쳐다보지 않은것은 그때의 영향이 컸고 경제적 독립을
위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익히고 해보려고 했지만 손에 맞는것을 찾지못하다 미용 기술을 익히기로 
하였던 것이다.
많이 찾아 오는 남자손님들의 머리는 사실 큰기술이 필요치 않았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혹가다 찾아오는 여자 손님들의 손이 많이 가는 헤어 손질이었다.
물론 학원과 체인 헤어숍에서 눈팅으로 익히고 약품사용법등을 기록을 해놨지만 익숙하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신경이 날카로울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손쉬운 남자머리만 만질수는 없으니 손질이 어려운 여자 손님이 오는경우 다른 손님은
돌려보낸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케어에 임했다.
그러다 그녀는 간단한 일을 보조해줄 직원을 뽑기로 결심을 했다.   

그녀는 30대 초반의 직원 이자수를 바라보며 흐믓해 하고 있었다.
이자수는 가게에 들어온지 한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숍안의 일을 이해하고 최화순이 편하게 전문미용에 
전념할수 있도록 모든일을 척척 처리 하였다.
두달째 되는 달부터는 군대의 이발병 실력에 틈틈이 최화순이 가르친 덕분에 간단한 남자 손님들의 
머리까지 완벽하게 처리 하였다.
물론 남자손님들은 최화순의 손길을 느끼길 바랐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부터 가게 뒤마당 빨래 건조대에 업무용 수건외에 옷이 걸리기 시작했다.
최화순은 개인 빨래는 집에서 하는게 좋다고 생각 했지만 특별히 뒤마당을 가게 손님들이
보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잔소리는 하지 않았다.
몇일후 건조대에 청바지와 티가 걸려 있는데 아무리 봐도 치수상 이자수가 입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라벨등을 자세히 들여다 보던 최화순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젊은 여자들이 선호하는 상표 였기 때문이었다.
이자수가 들어 오자 최화순이 업무특성상 개인 빨래를 몇가지 하는건 상관이 없겠으나 여자친구 옷까지 
숍에서 하는건 좀 아니지 않냐고 주의를 줬다.
이자수가 자신이 세들어 사는곳 옆에 시멘트 공장이 있어 빨래를 널어 놓으면 먼지로 오염되는걸 여자
친구가 싫어해서 어쩔수 없었다고 했다.
최화순은 자신이 너무 했나 하는 생각에 더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미용실에서 특별한 예약손님때문에 확인해볼 염색 약품이 있어 아침 일찍 출근한 어느날 뒷마당을 열어본 
최화순의 눈이 휘둥그래 졌다.
거기에는 여자 겉옷외에 속옷들까지 여러개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아니 아무리 그래도그렇치 어떻게 여자친구 속옷까지 여기서 건조를 하는거지 하며
이자수가 출근하는 대로 따끔하게 한소리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최화순이 한참동안 염색약을 살펴보다 창문밖으로 길건너 앞건물 오피스텔 베란다에서 여자 옷을 걷고 있는 이자수를 발견했다.
그녀는 이자수가 저건물에 산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왜 저기서 여자 옷을 걷고 있지라고 생각
했다.

몇일후 라온헤어살롱으로 경찰이 찾아와 이자수를 찾았고 경찰서까지 동행했던 그는 몇시간뒤 돌아왔다.
최화순이 무슨일이냐고 물어 보니 이자수가 요근방에서 자꾸 여자옷이 사라는데 자기와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는 신고가 있어 동행 했는데 알리바이가 있어 풀려 났다고 말했다.
최화순은 몇일전 앞건물에서 그를 본것을 이야기 하려다 말고 무슨 알리바이냐고 물었다.
이자수는 그시간에 화순 원장님과 같이 있었다고 이야기 했으니 경찰에게 그렇게 말해주면 나중에 은혜를 
갚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자수는 자신이 군제대후 경제적으로 어려워 여러가지 직업을 전전했는데 최화순 원장이
받아줘서 여기서 일하는것과 또한가지는 인터넷 여자 중고옷 판매점인 리-클로우즈에 옷을 공급해왔
다는걸 사실대로 고백했다.
최화순은 처음에는 그럴수 없다고 했으나 시골 아버지로 부터 차용해온 가게 보증금을 빨리 갚기위해
이자수에게 리-클로우즈에서 번돈의 50%를 줄것을 요구 했다.
요구지분이 너무 많다고 난색을 표명하던 이자수는 어쩔수 없음을 인정하고 그러자고 했다.

5달후 라온 헤어살롱의 운영을 이자수가 하고 있다.
최화순은 독한 펌약과 염색약등으로 손과 몸이 망가져 더이상 미용실을 운영할 수 없게 되어 가게를 
이자수에게 넘기고 아버지가 살고있는 시골로 내려가고 말았다.
이자수는 라온헤어살롱의 여자손님을 상대하는 전문 미용사를 자신이 고급미용 기술을 익힐때까지만 
고용했고 본인은 남자손님들을 상대로 간단한 머리 손질만 했다.
그리고 그의 두번째 직업의 범위도 여러곳까지 확장해 더 많은 중고옷을 훔치고 있었다.
이자수는 숍에서 손님의 머리를 감기며 생각 했다.
욕심이 과한 최화순이 그녀가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약품에 자신이 독한 화학성분을 섞은걸 모르고 
사용하다 몸이 망가져 다 죽어 가고 있는건 자업자득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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