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냄새 응징기 (prequel)

 오후 5시 30분경 평택지제역에서 전철을 올라탄 임현자의 눈에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전동차안의 양끝부분의 노약자 보호석과 중간의 임산부 배려석을 제외하고 3~4칸의 빈자리가
연이은곳으로 부리나케 발을 옮겨 앉는 임현자다.
전동차안의 시원함이 하루종일 무더위속에서 서서하는 노동으로 지친 심신을 꿈나라로 이끈다.
꾸뻑 머리를 떨구려던 현자는 무거운 가방을 바닥에 내려 놓으며 정신을 다잡아 본다.
가방을 열고 안전모를 밀친후 물휴지를 꺼내 붉은색 조끼와 옅은 불루진을 닦아 낸다.
혹시나 공사현장에서의 먼지로 다른분들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서도그렇치만 어지간 하면 빨지
않고 내일도 그대로 입기 위해서 하는 노력일게다.
한동안 눈을 감고 있던 현자가 다시금 안전화속의 발에서 보내오는 가려움에 몸을 떤다.
때이른 무더위에 하루종일 갑갑한 안전화를 신고 일을 하다 보니 양쪽발 모두 무좀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현자는 안전화를 살짝 벗어 안의 열기를 식혀 본다.
하지만 밀려오는 가려움은 어쩔수없다.
가능한 버텨보다 자극이 더욱 심한 오른발의 양말을 발끝까지 내린후 연고를 꺼내 바른다.
그리고 손으로 바람을 불어 약이 스며들기를 재촉해 본다.
불현듯 현자는 옆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다 크게 신경쓰는 승객이 없자 조금만 더 신발을 벗고 가기로
했다.
임현자는 나이 40이 넘어가면서 생활에 보탬이 되고자 고덕 건설현장에서 화재감시자로 일을 하고 있다.
예전같으면 많은 사람들의 선입견에 여자가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꽤나 많은 여자들이 건설 현장에서 화재감시자, 유도원, 신호수등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걸 대중교통을 타다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알수 있다.
임현자도 건설기초안전교육과 자체 건설현장에서 시행하는 시험에 80점이상을 받고 빨간안전모와
빨간 조끼를 입고 용접현장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감시하는 역활을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은 7시에서 5시로 꾸준히 일을 한다면 한달에 3백에서 사백을 받을수 있으니 여자로서
이만한 일거리도 없다.
게다가 서서 화재를 감시하는것외에 특별한 것은 없으니 더위와 아픈 다리를 빼면 노동강도가 그리
강하다고는 할수 없다.
임현자의 경우도 젊어서는 남편이 벌어오는 월급으로 아이들을 돌보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으나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 학원비등 추가로 들어가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하다 동내
아는 언니의 소개로 노가다의 세계로 들어 서게 됐다.
그런 임현자가 눈치 보이는것이 있다면 병점에서 지제역까지 전철을 타고 다니면서 발무좀의 가려움을 
참을 수 없어 안전화를 벗고 싶다는 유혹이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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