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
이문구
문학동네

 

장척리 으름나무
이 단편은 "내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 중의 한목차이다.
놀라운것은 목차를 이리 소탈하게 무슨 시골동네 주소지 적듯 한 소설은 처음본다는데 있다.

장평리 찔레나무
장석리 화살나무
장천리 소태나무
장일리 개암나무
장동리 싸리나무
장척리 으름나무
장곡리 고욤나무
더더대를 찾아서

참 재미 있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관촌수필 과 "토속적 충청도 사투리를 소설속에 가장 맛갈나게
구사한 문장의 장인이다" 라는 말로 알려진 이문구 선생이 적어도 우리같은 무지랭이 서민에게는
대단한 분이란걸 금방 알아 차리게 하는 부분이다.

 

여기서 나무라는건 그 동네마다 특이하고 고유한 성품을 갖고 계신 분들의 성격을 나타내는 비유적
인격체일 것이다.
장척리 으름나무의 성격은 만능 해학적 사리에 분명하면서도 너무 올곧은 성정으로 사람들과 어울
리기 힘든 노인을 나타낸다.

 

"밉살맞은 사위의 이웃과의 공동체적 생활을 위해 희생적 차원에서 도로를 마련하기 위하여 산소를
옮기라는 공적인 주장에 대해 노인의 반론적 지론은 "문민시대라는게 무엇인가 무단시대에는 꼼짝도
못하던 사람들이 되갚아 주듯 자기 주장을 하는 시대가 아닌가"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그노인의 주장이 맞는 것인지..아니면 자동차가 지나갈때마다 먼지를 뒤집어 쓰는
곤욕을 치를는것 보다는 보상받아 산소를 이장하고 편히 지내는게 좋은것인지는 제 삼자적 입장에서
떠들 위치는 아닌듯 싶다.
다만 우리는 이문구 선생의 감칠맛나는 토속적 언어의 구사력을 감상하는것 만으로도 소설을 읽는
동안의 즐거운 사색의 시간을 한동안 유지 할수 있다는데 만족 해야 할것이다.


그분의 우리동네 라는 책의 목차도 재미 있다.

우리 동네 김씨
우리 동네 리씨
오리 동네 최씨
우리 동네 정씨
....

이런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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