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쌀국수

 

추석명절전 비오는 일요일이다.
그래서 인지 어제밤에는 꽤나 추웠다...뭐 추운 이유가 여름에 더워서 베란다 창문과
큰딸방 창문을 열면 내가 자는 안방에 맞바람이 불어 시웠했었는데 ...이제는 그게
추우니...집사람과 아이들은 거실에서 문 모두 닫고 잤으니 몰랐겠지만..나만 추워서..
오들오들 떨면서 잠을 청했다. 창문을 닫던지 ...이블을 덮지 그랬냐고 하겠지만 아시다시피
비몽사몽하면 못일어 나는지라...
아침에 일어나 집사람에게 한마디 했다. "아니 날씨가 이렇게 추우면 베란다 창문을
닫아 주지 치사하게 거실 안 문만 닫고 자냐...남편 얼어 죽으라고 일부러 안닫아 줬지.."
12시가 넘어서며 추석 명절에 쓸 야채를 사러갈까 하면서 신문에 난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열릴장소로 짐작한 버스터미널 근처의 농산물 유통센터로 나섰다. 빗방울은 강해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질퍽한 바닥을 조심하며 유통센터 안으로 들어서 길가에
늘어선 가게에 야채 가격을 물어보니 집근처에 비해 싼가격이 아니다. 속이 전혀
차지 않은 배추가 6000원이니...과일 파는 곳에서 사과, 대추, 귤만 사가지고 빠져 나오고
말았다. 아무래도 농산물 직거래 장터의 위치를 잘못 판단한 모양이다. 이곳이 아닌 도청
근처같은데 비가 점점 심해져 일단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차안에서 누님 큰아들 진혁이한테 전화를 했다. 고려대학교를 다니다 휴학하고 청주근처
공군부대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다. 언제 시간을 내서 면회 한번 다녀와야 겠다.
집근처에 다가오면서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를 이야기 했다. 칼국수를 먹자는 의견이 나왔다.
어느 칼국수집으로 갈것인가를 이야기하다 어제 회사 예쁜줌마들이 맛있다고 했던 월남음식점이
생각이 나 만석공원 길 맞은편으로 향했다.
2층으로 올라가 안으로 들어서자 적당한 크기에 제법 깔끔한 실내가 눈에 뛴다.
처음 왔다고 주인장에게 이야기 하고 어느것이 좋을까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쌀국수 스몰 3개와 라지 1개를 주문했다.
국수가 나오자 주인장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뜨거운 육수에 우선 숙주를 넣어 먹으면
아삭하고...소스는 매운것과 달콤한것이 있으니 선택해 넣어 먹으면 된다고 했다.
숟가락으로 육수를 한입 넣자 국물은 시원한데 향이 좀 거슬린다.
"비프스파이스믹스"라는 베트남 쌀국수 특유의 향신료가 들어서일까..
그래도 어른들은 매콤한 고추를 시원한 국물에 넣어 먹고 있는데 아이들 입맛에는 영 아닌 모양이다.
언제나 모든 음식을 잘먹던 둘째 인이도 오늘은 쌀국수의 양이 줄질 않는다.
급기야 사이다를 주문해 한잔씩 따라주고...김치와 단무지를 곁들여 엄마가 반강제로 먹이기
시작했다. "여기온 이유중에 하나가 너희들 친구들이 베트남 쌀국수 먹었다고 이야기 할때 못먹어
봐서 몰라 라는 말 안하고 베트남 쌀국수 맛은 이렇더라라고 말할수 있는 경험을 쌓아주기 위해서
온거야.."이렇게 말하면서 더먹어 볼것을 주문했지만 결국 반이상을 남기는건 불가피 해 보인다.
내가 먹어 봐도 따듯할때는 잘 몰랐는데...식은 국물을 입안에 넣어 보니 느끼하고..숙주의 비릿한
맛이 섞여 있어 단번에 비위가 상할듯 하다. 우리가족이 베트남 쌀국수를 맛나게 먹기위해서는
더많은 훈련과 적응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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