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딱따구리

 

설명절이 갈수록 쓸쓸해 지고 있다.
우리 가족과 결혼하지 않은 형님이 안성에서 올라 오시는게 전부다.
작은 아버님은 사정이 있으셔서 오시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홀가분하기도 하고...
또 다른 편으로는 이제 명절이라는 의미도 퇴색의 길로 들어 서고
있다는 푸념이 올라온다.
떡국을 끓여 차례를 지냈다.
그리고 진천으로 향했다.
고속국도가 많이 밀린다.
네비를 켜 어느곳으로 가는게 수월할까를 살펴 보았다.
영동고속도로 양지IC를 거쳐 42번 국도로 죽산까지 안내를 하고 있다.
작년 어머님 장례식때 많은 도움을 주셨던 고향 아저씨댁에 들렀으나
아들집으로 명절을 세러 가신 것인지 아무도 없다.
아버님 산소로 향했다.
절을 하고 땅이 얼어 흘러내린 곳을 발로 다지고 있는데...
옆에 있던 집사람이 딱따구리라고 소리를 쳤다.
죽어 있는 나무를 부리로 계속 쪼아 대자 나무 파편이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핸드폰과 카메라로 인증샷을 남기려 했으나 거리가 멀어 제대로
딱따구리의 모습을 얻을수가 없었다.
딱따구리가 날아가 버린후

부모님 산소에 예를 갖추고 있자니..어디선가 오동통한 고양이 한
마리가 올라와 집사람 발목에 몸을 비벼대며 친근한듯 인사를 한다.
곧바로 내 발치로 다가와 같은 행동을 하며 야옹 거린다.
묘소 위부분에 올라가 있던 형님에게도 마찮가지의 움직임을 했다.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 고양이는 몇년을 길러준 주인에게 조차 살갑게 대하는 동물은

아니지 않는가...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님이 우리가 온걸 반갑다고 하시는거 같다고
말하자...
집사람과 형님도 그런것 같다고 하셨다.
사정이 있어 몇년간은 명절 성묘를 하지 못했었다.
집사람의 청이 있어 온 부모님의 묘소에서 뜻밖의 반가운 손님을
만나니 왠지 기분이 좋았다.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님이 아버님과 좋은곳에서 행복하게 사시고
계실거라는 확신이 드는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것이다.
아버님 산소에서 올려다 본 할아버님 산소 또한 햇볕이 환하게 비추
고 있었다.
묘역 앞부분을 막고 있던 잔가지들을 모조리 제거하느라 힘은 들었
지만 그만큼의 값어치는 있는듯 하다.
설명절 성묘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부모님이 다른 세상에서

행복해 하시고 있으니 우리도 좀더 세상을 밝게 살아야 하겠다는 신념을
다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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