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단공포증(trypanophobia)이 있는 사람은 회의 도중 무심히 반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들고 있는
펜 때문에 생각을 정리 할수 없어 그필기구를 내려 놓아 줄것을 요청해야 한다고 한다.

먼저 직장에서는 4명이 모여서 관리단에 관한 문제로 회의를 자주 했었다.
그중 달마 닮은 분(이분 사진을 걸어 놓으면 모든 불길한 액운과 집안의 수맥을 차단해줄것 같다.)
이 회의를 주관하고 대부분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 이분이 바로 선단 공포증이
있어 다른사람의 연필등을 옆으로 밀어 버리는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어 나를 빙그레 미소
짓게 하고 있다.

그 올라간 입고리를 타고 초등학교 1학년 교실로 나를 찾아가면 재미있게 수업을 하고 있겠지 
하지만 누군가 전해준 불주사 뉴스의 공포감은 나의 모든 감각을 마비 시키고 있다. 
그렇듯 어린 마음을 졸이고 있다보면 교실 앞문이 서서히 열리며 공포의 불켜진 알콜병이 들어왔다.
나의 이성은 이미 반쯤 허공을 떠돌고 저뾰족이를 도저히 허용할 수 없다는 자의식이
강력히 거부할것을 종용받고 있다.
그곳에 남은 이성은 없다. 뾰족이를 안맞기 위해 강력히 저항하며 이를 제지 하는 이들을 향한
쌍스러운 언어만이 있을 뿐이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때 가끔 위상황을 우스게 처럼 말씀 하셨지만 내 입장에서는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을수 없다.
왜 그랬을까..주사바늘에 대한 공포감은 현재도 남아 있지만 초등학교 1학년의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초등학교 입학전까지만 해도 어머니 손을 잡고 읍사무소옆 건물에 예방주사를 맞으러
갔고 맞고나면 어머니가 업어주던 기억은 있지만 이렇게 까지 뾰족이에 대한 반이성적 행동은 없었다.
그당시 왜 그랬냐고 계속 추궁하면...
초등학교 1학년에 선단공포증이 최대로 발현됐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말끝을 흐릴수 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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