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찍힌 도야지의 엉덩이 물도장

구월의 어느날 퇴근시간 다섯시에 전동차에 올라탔다.
좀더 덜 붐빌것으로 판단되는 맨앞칸에서 전동차 안을 둘러 봤으나 빈좌석은 없었다.
다만 좌석 한쪽 끝에 자전거가 놓여 있는것을 보고 이럴경우 대개 천안 아니면 두정역에서 하차하는경우가 많아 그앞을 차지하고 서서 가기로 했다.
역시나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몸집이 작은 여대생이 끝자리에서 일어서 자전거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나는 바로 그자리에 앉기 위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으나 옆좌석에 있던 뚱뚱보 도야지가 끝좌석으로 몸을 끌어 옮겼다.
어쩔수 없이 도야지가 앉았던 좌석을 차지할수 밖에 없었지만 나는 그앞에서 잠시 멈춰서 망설일수 밖에 없었다.
그 플라스틱 좌석에는 도야지의 엉덩이 모양의 물도장이 찍혀져 있었다.
앉을까 말까를 고민하다 뒤주머니에 넣어둔 휴지가 생각나 세차게 의자를 문질러 댔다.
한참을 닦고 에어콘 바람이 불어대자 의자에서 물기가 사라져 가고 있었다.
옆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는데도 그 현상을 제공한 도야지는 눈을 감고 태연하게 자는체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도야지를 한차례 째려본후 여전히 찝찝하지만 수원까지의 머나먼 길을 고려해 앉을수 밖에 없었다.
아 정말 찝찝하다 찝찝해...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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