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 남쪽으로 30여분 거리에 발안이라는 곳이 있다.
그지명이 낯설지 않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군데 갔다와서 내 주특기(선반)를 살려 아버지가 친척 형님벌 되는 분께 부탁하여 들어가 다니던
부평의 코리아 스파이서라는 회사가 있었다.
자동차 부품관련 회사로 꽤나 괜찮은 중소기업으로 기억된다. 
그 공장을 2년여 다니다 절삭유의 기름독으로 도저히 버틸수가 없어 그만두고 1년여의 독한 공부 끝에 
들어간 통신회사에서 첫 발령을 받은곳이 바로 발안이었다.
작은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로 우리 부모님에게는 최고의 직장으로 여겨지고 있었으니 그 기쁨은 
더할나위 없었다.
하지만 모든것이 다 그렇듯 즐거움은 잠시뿐 그 속에서 지지고 볶고의 인생살이를 하다보면 답답해
질때가 있다.
그 잘난 회사를 3~4년 다니다 보니 내부 배치에도 불만이 생기기 시작 했다. 
통신으로 들어가 사람을 전기실에 배치 하니 왜 아니 그렇겠는가!
이때 마침 4급과장(원래 과장은 3급이다.)으로 온 사람이 곽노흥 이라는 인간이다.
언제나처럼 낙천적으로 몇년만 더 있으면 자기는 3급 달고 2급 달고 국장 그이상을 할수 있다고
떠벌리기 일수인 사람으로 생기긴 미련곰투가리 같았으나 실상은 천하의 모사꾼이었다.
와 이사람 능력이 엄청 좋은가..우리같은 사람은 답이 안보이는데 어찌 저렇게 자신만만 할수 있을까?
그자가 온지 얼마 안돼 나는 그자의 감언이설에 따라 전기실에서 사무실로 발령을 받아 가게 되었다.
자 이제 나도한계급 승차를 할 때가 되었다.
아니 이미 뒤쳐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일을 하고 있던 어느날 곽노흥이 자기 차 타이어를 바꿔야 한다며 나를 태우고 나갔다.
그때만 해도 너무나도 순진해서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타이어가 헌것도 아닌것을 광폭으로 바꾸는것을 왜 나보고 같이 가자고 하는거지 하며
그냥 대수롭지 않은 의문을 품었을 뿐이었다.
그 사무실에는 나와 동기지만 몇달 늦게 발령 받은 천지석이 있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곽노흥이 나에게 사무실가서 열심히 일을 하면 보장해줄것 같이 말하던 
승차를 가지고 나와 천지석 사이를 오가며 경쟁을 시켜 무언가 잇속을 챙기려 했던것이다.
아마 내가 사회생활의 속물 이었으면 그 타이어값을 냈을 거고 나는 아무 문제 없이
천지석을 앞질러 승진을 했을것이다.
그런던중 곽노흥이 다른곳으로 발령이 나고서도 나와 천지석의 승진문제를 총무과장과 연락 하면서
좌지우지 하려고 한다는걸 알수 밖에 없었다. 
몇일밤을 고민하다 국장을 찾아가 모든 내용을
설명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제가 먼저 왔으니 승진을 먼저하는게 순리가 아니겠냐는 말을 
간곡하게 이야기 했다. 국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후에도 지속적으로 곽노흥은 농간을 부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총무과장과 연락을 주고 받고
있었다.
어느날인가 이런자에게 돈을 줄것인가 아니면 승진을 포기할것인가에 대해 고뇌를 하다 스트레스가 쌓여
분노를 누를길이 없을 즈음 그에게 전화를 했다.
그때는 이런 천하에 모리배 자식 (부하 직원의 승진을 빌미로 돈을 받아 제 사리사욕을 채우고 위사람들에게 상납하여 자신의 부귀영화에 최선을 다하는 자)을 용서할수 없다는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
"당신 내가 승진 안해도 상관없지만 자꾸 전화해서 농간을 부리면 나도 당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
당신같이 높은 자리까지 올라기실분이 소탐대실 하시지 말고 나같이 말귀를 못알아 먹는 사람도 있으니
이번은 군말말고 빠져 계시라고 했다."
그런 몇일이 지난다음 내말에 당황 했는지 곽노흥이 대리님 대리님 하면서 전화를 했왔다.
인생이 즐겁고 탄탄대로인분이 걸림돌에 걸려 넘어질순 없었던 모양이다.
몇달뒤 나는 승차를 할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것이 왜그리 참을수 없었을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