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성시에는 시내를 시원스럽게 가로지르는 냇가가 있다.
얀성천은 이전엔 주변으로 버려지는 생활 쓰레기와 하수로 인해 한때는 죽음의 하천으로 까지 불렸지만 
최근들어 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의식이 깨어 나면서 시와 시민단체에 의한 정화작업으로 많이 깨끗해 졌다.

새벽 2시 얀성천 상류 으슥한곳에 버큠로리 메가 5톤 분뇨차가 주차되어 있고 호스가 길게 늘어져 있다.
문춘식은 고무장갑과 마스크를 쓰고 어제 내린 폭우를 틈타 무언가를 냇가에 쏟아 붓고 있다.
그는 즐거움에 엉덩이를 실룩실룩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맑게 개인 아침 뚜루루루
낚시대를 메고 자바자바
...
첫번 고기잡아 구워 아빠갖다 드리고,
다시 고기잡아 구워(구워~~) 엄마 갖다 드리고..
문춘식의 분뇨수거업은 지난해 상반기 까진 수효가 없어 폐업 직전까지 몰렸었다.
그러던 그에게 얀성 지식산업센터의 저가 배터리 연구 업체의 초등학교동창 장시녕의 제안은 달콤함 
그 자체 였다.
지난해 부터 일주일에 폐수 5톤트럭 1대분을 처리 해주는 조건으로 한트럭당 백만원을 받기로 하고 
꾸준히 일을 하고 있었다.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고질적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첫째부터 천만원씩 지원을하자 출산율이 많이 오르기 시작 했으며 각종 방송에서 유명한 연예인들이 앞장서 아기의 정서적 완성도를 위해서는 모유를 수유하는 게 좋다고 떠들자 이때다 싶은 홈쇼핑 채널에서는 산모 모유수유 활성화에 최고라는 찬사로 잉어즙을 판매해 대박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자수 출근길

아침 5시 30분 이자수는 이른 출근길에 얀성교위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난간에 서서 담배를 물었다.
그옆으로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담배 연기에 손을 휘젓든 말든 무신경한 이자수가 다리 아래를 바라보니
언제나 처럼 팔뚝만한 잉어들이 떼로 유영을 하고 있다.
그러다 그는 어젯밤 홈쇼핑을 떠올리며 저거다라고 소리치며 무릎을 탁쳤다. 
그날밤 이자수는 뜰채로 많은 양의 잉어를 낚아 올렸다.
그리고 얀셩시내에 있는 친구의 건강원에 가져가 비린내를 잡는 당귀와 함께 즙을 내어 
팩으로 담았다.

이자수는 나이가 70으로 젊은시절에 벌어논 재산이 없고 연금조차 변변하게 가입한것이 없었다.
그러니 꼭두새벽 얀성야채시장 청소를 해서 받는돈 50만원으로 근근히 버틸수 밖에 없었으며
새정부의 노령연금 40만원 공약에 조차 기대가 클수 밖에 없었다.

이자수는 즙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자신이 잉어즙을 한달간 먹어본 결과 심리적효과인지 아침에 일어나기 좀 쉬워 졌다는것 말고는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
이자수는 그때부터 아는 사람들을 상대로 홈쇼핑보다 싸고 약효가 좋은 잉어즙이며 한번 먹어보라고
파우치 10개씩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건강식품으로 팔기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난후 많은 매출을 올려야 겠다는 욕심으로 초등학교 동
창회에 가지고가 홈쇼핑을 핑계삼아 효능에 대해 과장 광고를 했다.
이자수가 1년여간 잉어즙 장사가 잘돼어 얀성시 외곽에 넓직한 주택을 마련하고 미인형의 60대 과수댁 임현자와  살림까지 차린뒤 병원으로 실려간것은 그녀가 데리고 온 고양이 때문이었다.
그날도 새벽 3시 잉어를 낚으러 나가기전 거실에 있던 고양이가 그앞을 지나가면서 날린 털로
심하게 재채기를 하면서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했다.
이자수가 임현자의 차를 타고 얀성종합병원에 도착해 여러가지 엑스레이 검사를 한후 담당의사의 안내가 있었다.
의사 고육나가 하는말은 실로 믿기 어려웠다.
이자수의 갈비뼈 2개가 골절 됐다는 거였다.
무슨일이 있었냐는 고육나의 질문에 이자수는 그냥 재채기좀 심하게 한것 뿐이라고 했다.
고육나가 피검사등을 추가로 해보자고 했다.
다음날 오후 고육나가 찾아와 피검사 결과 중금속 중독으로 판명 되었으며 일본이름으로 이따이 이따이병
이라고 말하며 고령에 치료가 잘될지 모르지만 일단 장기간에 걸쳐 중금속 배출을 위한 킬레이트제와 비타민D의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자수는 고통속에서도 곰곰히 생각했다. 자신이 중금속에 오염될일이 있었을 턱이 없지 않은가..
젊어서는 반 백수로 지냈고..늙어서 일한것이라고는 야채시장 청소 뿐이지 않는가..
그러다 떠오른것이 잉어즙이었다. 얀성천에서 잡은 잉어의 즙을 몸에 좋은것같아 자신도 일년간  장기 복용 한것이 문제 같았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신으로 부터 산모에 좋다고 사먹은 사람들은 괜찮을 것이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진
끝에 이자수는 가슴통증을 참아가며 한달치 약처방을 가지고 병원에서 도망치고 말았다.
이자수는 캠핑을 위해 서온산 깊숙히 마련해 놓은 오두막에 몸을 감추었다.
다음날 얀성시 외곽의 이자수의 집에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분뇨처리 사업의 문춘식과 저가 배터리 연구소 장시녕이었다.
문춘식과 장시녕은 분노에 찬 표정으로 이자수를 찾고 있었고 임현자를 다그치며 은신처를 대라고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자수와 초등학교 동기동창 이었으며 공교롭게 그들의 며느리 들이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하여 동창회에서 이자수의 말만듣고 잉어즙을 사간 사람들이었다.

이자수는 오두막에 숨어 마련해둔 공기총으로 무장하고 밖을 살펴보고 있었다.
마침내 그의 눈에 분노에 찬 문춘식과 장시녕이 오두막을 향해 걸어 오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들은 이자수의 이름을 부르며 어떻게 자신들에게 오염된 잉어즙을 팔수 있냐며 가만 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하고 있었다.
이자수는 더이상 다가오면 공기총을 발사하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자신들이 사다준 잉어즙으로 며느리와 손자를 사지로 내몰았다는 죄책감과 분노에 사로잡힌 그들이 멈출리가 없었다.
이자수가 공기총을 들고 하늘로 한발 발사 하였다.
그순간 방아쇠를 당겼던 이자수의 오른 손목이 골절되었다.
그의 비명소리가 푸른 하늘을 가로 질렀고 문춘식과 장시녕은 몸을 움츠렸다.
총을 던져 버린 이자수가 오두막 뒤문을 통해 산속으로 달아 나기 시작했다.
문춘식과 장시녕 역시 그를 잡기위해 재빠르게 따랐다.
작은 바위를 뛰어 넘던 이자수가 두 발목의 골절로 다시 비명을 질러 댔다.

거의 온몸에 기브스를 한 이자수를 고육나가 바라 보고 있다.
임현자는 이자수의 뼈가 무르게 되는 이따이 이따이 중금속 오염이 심하고 고령 이기 때문에 회복이 될수 있을지  알수 없다는 말을 고육나에게 듣자 집으로 돌아와 현금과 패물등을 모두 챙겨 그날로 사라지고 말았다.
오늘도 이자수는 뼈가 녹아 내리는 듯한 고통을 돌보는이 없이 홀로 견뎌내고 있었다.

얀셩종합병원 의사 고육나의 신고로 얀성시보건환경원에서 얀성천 오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중금속으로 심하게 오염되어 있고 아울러 그속에 살고 있는 잉어등 물고기의 체내에도 많은 오염물질이 축적되어 있는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얀성경찰서에서는 산모의 골약화가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 하는 한편 지난 1년간 얀성시의 임산부 사망사례가 타도시에 비해 높은점에 대해 폭넓은 수사를 시작했다.

죽이고 싶던 이자수를 병원으로 보낸후 문춘식과 장시녕역시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중국으로 밀항 하기위해 핑탁항에서 브로커 김경옥과 접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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