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함박눈과 로렐라이(Loreley)

 

 

3월 하순을 향해가는 어느날 하늘로 부터 버라이어티한 눈이 쏟아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오는가 하면 싸래기 만한 눈이 오고..주먹만한 눈이 오나 하면 어느새
조약돌만 해진다.
모처럼만에 가족들에게 다운되어 있는 분위기를 일신하자는 취지에서 문자메세
지를 보냈다.
막내 딸한테 온 답장은 "하느님이 남아 있는 눈을 모두 내보내는 중이예요"라고
왔다.
와아~ 그거참 적절한 말이다.
하늘에서 봄은 왔는데..창고에 아직 눈이 많이 남아 있어 이 지상 백화점에나
있을 법한 창고 대방출을 기획 하셨다는것은 얼마나 참신한 소재인가..
창고 대방출을 상상하며 입속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창문 너머로 내리는 눈을
한참 바라다 봤다.
그때 크게 내리는 함박눈 하나를 발견하고
따라 가며 보자니 꽃을 따러 날아 다니는 나비의 비행과 비슷하다.
눈이 혼란 스러운게 그속으로 빨려 들어 갈거 같다.
정신이 혼미하고 어지럽다. 마치 TV에서 나오던 최면술 같다.
중학교 때인가..로렐라이라는 독일 가곡을 부르던때로 갑자기 날아 간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퀼른 사이에 요정의 바위라는 뜻의 로렐라이가 있다고
하는데 라인강을 넘나들던 뱃사람들이 그 곳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요정의 노랫
가락에 취해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다 배가 난파 하고 말았다는 내용의 전설
을 담고 있다.
얼마나 멋지길래 하면서 로렐라이에 잠시 취해 있다 옆에서 치는 자판 소리에
제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은 고운 떡가루 같이 내리고 있다.
나비는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꿀벌의 날카로운 비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곤...
로렐라이에게 홀렸던 뱃사공은 다시 현실이라는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