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깡통을 걷어차는 습관

이자수는 이른 아침마다 장거리 출근을 위하여 전철역사를 향하여 걷고 있었다.
그는 십여분을 걷는 도중에 체육회관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건너면서
퇴근시 보이던 천원에 3개짜리 잉어빵을 파는 경차를 떠올리고 있었다.
좀더 걸으면서 좌측으로 버스 승강장이 보이는 자전거길을 이자수는 졸리지만 새벽기운에 힘을 내고 있었다.
그러다 앞에서 다가오는 예의 붉은 패딩모자에 마스크로 얼굴까지 가려버린 나이드신 아주머니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이런 이른 시간에 어디론가 계속해서 출근을 한다는건
성실한 직장인임을 증명하는것이고 전철역 반대편으로 이른시간에
시작하는 회사가 떠오르지 않는걸 보면 그녀는 아마도 공동주택의
미화원일것이라고 그는 직장 경험을 살려 짐작을 하고 있었다.
이제 길의 모퉁이만 돌면 그가 항상 승차하는 전철역이 보일것을
기대하면서 발아래를 내려다 보자 그의 앞에 음료수 캔이 놓여 있었다.
이자수는 순간적으로 아 이게 왜 길 한복판에 있지 하면서 아시안컵에서의
손흥민의 후리킥을 떠올리며 시원스럽게 오른발 슈팅을 하였다.
캔은 한참을 날아간후 정원의 돌틈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이자수는 속으로 꼴인 꼴인 한국의 위대한 축구선수 이자수가 오늘도 시원스런 한방으로 승리를 견인합니다.라고 외쳤다.
겨울임에도 비가 질척거리는 다음날 아침에도 그는 어제 그자리에 놓인 캔을 시원스럽게 차버릴수 있었다.
그렇게 이자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누군가 같은자리에 가져다논 깡통을 차며 스트레스를 날릴수 있었다.
금요일에는 몇미터 전부터 힘차게 달려 그것을 날려 버렸다.
주말을 쉬고 다시 출근하는 월요일 아침 이자수는 은근히 깡통이
그자리에 놓여 있고 그것을 힘차게 차는 자신을 상상하며 빠르게 걸어 가고 있었다.
역시나 그를 실망시키지 않고 그것은 그자리에 있었다.
그는 멀리서 부터 나라를 빛내야만 한다는 상상속 굳은 각오를 다지면 힘차게 달려가 깡통을 걷어찼다.
그순가 그는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강한 통증을 오른발에 느끼며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의 신음소리에 모여든 사람들이 괜찮으냐고 말을 걸어 오는사이 그는
일그러진 깡통사이로 땅속깊히 박혀있는 쇠막대를 볼수 있었다.
그런일이 있은지 일주일후 이자수는 오른발에 두꺼운 기브스에 목발을 짚고 출근길에 나서고 있었다.
그는 어떤 미친놈이 쇠말뚝에 깡통을 감쪽같이 씌워 놓는단 말인가 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조그만 이물질이라도 만나면 멀지감치 피해서 길을 걷고 있었다.
아무튼 세상은 미친놈들이 많으니 조심에 또 조심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진리를 온몸을 떨며 깨닫는 이자수 였다.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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