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전18기로 들어선 전기감리도 이제 한달 보름이 되어간다.
감리라는 일의 흔적조차 없던 뇌리에 희미하나마 뭉글거리는 형태가
생성되어 갈무렵 그렇게 추웠던 영하의 날씨도 온기가 서려오기 
시작한다.

값어치 이상을 하는 대학병원 구내식당의 식판을 칼국수와 게눈감추듯이
해치우고 네이버지도에서 어제부터 봐온 남산을 향해 걸음을 재촉 했다
편도 20분이니 왕복하면 40분이 걸릴터다.

이곳 봉명동 부근의 풍경에는 기시감이 든다.
부분부분에는 최신식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으나 대다수의 주택가는
낡고 어두운 재래식이고 골목마다에는 늙수그래한 남녀가 쓰래기 더미를
어디서나 본듯한 대도시와 같이 뒤지고 있다.
낮은 남산가 무료급식소 주변에 다다르니 일회용 그릇에 담긴 음식을 젓가락으로 
휘적휘적 먹고 있는 한남자와 그옆에 구부정한 여인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또하나의 중년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이들을 지나치며 느끼는
이곳의 이미지는 낡고 쇠약한 풍경화다.
조금더 걸어 바라본 산역시 소박한 표고 50미터의 깔끔한 산이 아니다. 
초입은 주택들로 파헤쳐지고 정상에는 때아닌 정자가 보인다. 
실망이 크다.

돌아서 오는길가 냇가에는 추위를 피해 군데군데 모여 있는 물고기떼와
자맥질을 하는 오리가 보이고 전철이 오르는 고가 난간에는 비둘기가 구구
구하며 저기가는 저사람 첫풍경에 너무 실망한것 같다며 지들끼리 수다를 
떨고 있다.
연두색 잎이 돋아나는 사월이 오면 천덕꾸러기들의 꿋꿋한 수다처럼 이 낡은 
풍경이 좀더 살갑게 다가올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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