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살인청부업자 H

 

쾌청

 

 

 

 

오늘은 비온뒤 쾌청한 날씨다
아침햇살이 따가울 정도로 간혹 흰구름사이로 파아란 하늘이 싱그럽다.
이곳은 중부의 소도시 안성이다.
한 노파가 낡은 여관을 뒤로 하고 나와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다.
딱히 관광지는 아니지만 바우덕이 같은 지방의 축제와 포도, 배로 많이
알려져 있어 38국도의 우회도로가 생기기 전까지는 제법 손님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손님이 끊기다 시피 하고있다.
"이동성 저기압으로 인한 비가 그치고 오늘은 때이른 더위가 사라져
평년기온을 찾을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온화한 날씨는 주말까지 계속
될것으로 보입니다."
노파 옆의 낡은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일기예보가 흘러 나오고 있다.
"엄마 잘잤어요?" 노파의 딸이 나오면서 말을 했다.
"진미야!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언제까지 자는거니.."
"정말 비가 많이 오더니 오늘은 저멀리 있는 산까지 보이네.."
"늙어서 눈이 잘 안보이지만 날씨가 좋은 날은 냄새가 다른지.."
"예 정말 쾌청한 날씨예요.."
"그런데 오빠한테는 전화가 없었니?"
눈이 잘 안보이는 어머니를 모시고 진미는 낡은 여관을 지키며 어쩌다
들르는 손님을 상대로 식사준비도 해주고 있었다.
오빠 병두는 여관이 낡아서 장사가 돼지 않는다며 대도시로 나가 여관을
다시 지을 돈을 벌러 나간지 여러해가 돼고 있었다.
우회도로가 생긴뒤로 한적해진 길로 중후한 에쿠스가 들어섰다.
노파가 잘 안보이는 눈으로 차를 확인하고
"차네...병두..병두가 아니냐..?"
"아니예요 엄마! 손님이세요."
"그렇구나"
"어서오세요 손님"
"잠자리를 구하는데 혹시 식사도 돼나요?" 날카로운 눈의 손님이 말했다.
"네 가정식 백반정도의 식사는 해드리고 있어요"
"그정도면 좋습니다."
"그런데 꽤나 이른 시간에 오셨네요"
"꼭두 새벽부터 운전하셨나봐요?"
여관 입구에 준비된 테이블에 간소한 아침 식사가 차려지고 손님이 식사를
했다.
"맛은 어때요?"
"이른 아침인데도 맛이 있네요!"
"우리 엄마의 장맛은 최고예요"
"엄마가 나이가 많으셔서 눈도 잘 안보이시고 거동도 불편하시지만 손맛은
최고이시거든요"
"이 여관도 3년전까지만 해도 제법 잘됐는데 우회도로가  생겨 차량들의
통행이 뜸해진뒤로 다른 여관에 손님을 거의다 빼았겼어요."
"몇일 쉬었다 가고 싶은데 방은 있나요?"
"하루에 3만원이예요. 아~ 밥값은 따로구요"
"2층 올라가 처음방 1호실이예요"
"다른거 필요 하신건 없나요"
"없습니다."
여관앞에 순찰차가 와서멈추어 선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파출소 소장입니다"

 

 


"아니 이 이른 아침에 소장님이 손수 여기까지..."
"예 그게 수원에서 벌어진 강도 사건때문에 비상이걸렸어요.."
"강도사건이요?"
"현금 인출기를 파손하고 때맞추어 출동한 사설경비업체 직원까지 칼로
살해를 하고 달아났습니다."
"그리고 1번국도와 38국도 쪽으로 달아났다는군요."
서장과 같이온 경장이 손님이 타고온 에쿠스를 유심히 살펴보다 말을
한다.
"그나저나 좋은 차가 서있는데..무슨차인가요."
"손님 차입니다만..이 주변 사는 남자는 아닌거 같고.. 하지만 걸음걸이가
안정되어 있고, 도망치는 것 같지는 안터구먼.."
"야! 아주머니 무척 날카로우시네요.."
"머플러가 아직 따뜻한게 온지 얼마 안됐네요."
"소장님 한번 알아 볼까요?"
"됐어.."
"들어가 직접 만나보지 뭐.."
소장과 경장이 여관문을 열고 들어 선다.
"안녕 진미씨"
"안녕하세요."
"이야기가 들렸는데 강도 사건이라고요?"
"이 주변으로 도망쳐 들어온 건 확실한건가요?"
"그건 모르지."
"아까 온 손님이란 사람은?"
"설마, 그 사람이 용의자 인가요?"
"그런 말은 안했어."
"낯선 사람이니 확인 해볼 뿐이야"
그때 손님이 2층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얼음물 좀 있나요?"
"죄송합니다. 냉장고에 찬물이 없지요"
이때 파출소 소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여행 하시는 중이신가?"
"예" 손님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디까지 가시나?"
"여기서 내일 바우덕이 공연좀 본후 정선까지 갈 생각입니다만.."
"그렇군."
"많이 기다리셨어요."진미가 얼음물을 가져다 주었다.
"고맙습니다." 손님이 정중히 말을 건넸다.
"자, 그럼 우리도 가볼까? 고맙네 진미양. 또 천하일품 된장찌게
맛을 보고 싶을때 들리지."
"다음번에 들릴때 쯤이면 오빠가 돌아와 있을 거예요!"
"병두가..."
"네"
"그렇군. 대도시로 돈벌러 갔었지. 돈을 많이 벌었나 보지"
"어제밤 수원에서 전화가 왔었어요."
"하룻밤 싫컷 놀고 가겠다구요."
"그래.. 설마.. 술집에서 번돈 탕진하진 않겠지.."
"오빠는 안그래요. 이 여관을 다시 짓기위해 돈벌러 나간 거니까요"
"알고 있어..농담좀 해본거야.."
"병두라면 나이트가서 부킹에 술한잔이면 끝일 테니까."
여관에서 나오며 경장이 소장에게 말했다.
"소장님"
"왜 그러나"
"아까 그 사람 말입니다. 눈매가 무척 날카롭던데 단순한 여행자로
안보입니다. 일단 조사해 보는쪽이 어떨지요."
"무전을 듣지 못했나? 범인은 둘다 애송이 들이라고.."
"그랬었지요. 죄송합니다."
소장이 노파를 보며 말했다.
"병두가 돌아 온다구요? 그것참 기대되시겠군요."
"난 후회 했었지..돈벌러 객지로 내보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무슨 말씀이신지.. 건강히 돌아올 겁니다. 그럼 다음에.."
라고 인사하고 서장과 경장의 순찰차가 멀리 사라졌다.

"어제밤, 수원 인계동 현금인출기를 탈취 2억여원을 강탈하고
사설경비원 한명을 사망케하고 도주한 2인조 무장 강도는 그후
행적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원경찰서에서는 남자
둘중 한명을 부산출신의 조인성(25세)으로 보고, 두 사람의
행방을 쫒고 있습니다."2층 여관방에서 손님이 TV로 긴급 뉴스
를 보고 있다.
그는 여전히 안경속의 날카로운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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