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묘약

 

내이름은 김향미다.
나는 40대 중반의 일하는 아줌마다, 즉 커리어(career) 우먼이다.
내가 우리나라 유일의 향수 제조회사인 에스뻐에서 남성용 전문 수석 연구원으로
발탁된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폴고티에클래식에 잠깐이라도 발을 담갔었던
인센티브 덕분 이었다.
지금의 남성향수 전문 연구원이라는 신분과 연봉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회사는 지금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 상황이다. 바보같은 영업사원들이 판매할 상
품이 부족하다며 손발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리 궁상들.. 판매가 안돼면 당장
자뻑이라도 해야 하고 그것도 안돼면 타뻑이라도 해야 하는게 영업사원의 책무
임을 망각한것인지..
그래서 나는 회사에 최대한의 충성을 다하고 있고 초세계적으로 히트를 할 최고의
향수개발에 전심 전력을 다하고 있다.
향수 개발의 단초는 화학적 결합을 하는수도 있지만 동물과 식물에서 발현하는 특
유의 향을 체취하는게 제일 쉬운 방법일것이다. 그러한 사유로 내가
초세카이 적인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것이 숫사자의 체취이다.
숫사자...어떻게 그많은 암사자들을 한번에 휘어잡고 무리를 이끌고 나갈수 있는지
에 대해서 지금까지의 연구는 무력을 앞세워 다른 숫사자들을 제압하는데 있다고
알려진게 상식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무력도 일조를 하겠지만 많은 암사자들을 일거에 휘어잡는데는 숫사자 특유의
매혹적이 향이 있어서라는게 나의 초지일관 무너지지 않는 신념인것이다.
내가 지난해 아프리카를 몇달간 여행을 한것도 숫사자의 체취를 연구하기위한것이고
쉬는날이면 동물원 사자우리 앞에서 떠날줄 모르는것도 연구를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드디어 그결실이 맺어지고 있었다.
이 기쁜날을 위하여...공로를 혼자서 차지하기 위하여..나는 얼마나 많은 날을 홀로
부하연구원들의 도움없이 날밤을 세워 왔던가..
중년이라곤 해도 예뻐보이고 싶은게 여자의 마음이건만..항상 피곤에 쩔어 까칠한
피부로 누가 나다니고 싶겠는가...
아무것도 모르는 직장의 여러 부류들은 나를 보고 연구소의 괴짜 아줌마라고 여겨서
별명을 "괴짜줌마"라고 부르고 있다는건 일찍이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곧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영화의 주인공이 돼는 것이다.
바보들..이제 나는 회사로 부터 초 세카이적 향수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 받아 대단한
인센티브를 받게 될것이다.

그때는 모두 국물도 없게 될것이다.
그럼 가족은...아들과 딸은 어느정도 보상을 해주겠지만 남편은 학원사업을 한다고
평촌에서 안성까지 출퇴근을 하면서 너무 멀다고 심심하면 외박을 하고 있다.
게다가 나도 연구실에서 밤을 세우기 일쑤이니..몇달에 얼굴한번 보기도 힘이 들다.
이제 서로간의 무관심함을 넘어서 모르는 남과 같다.
남한테 나의 인센티브를 나누어줄 의무는 당연히 없는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