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길

 

그는 언제 부터인가 구내식당에서 먹는 밥이 좀 비루해 보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식당 아주머니가 처음 문을 연날 푸짐한 반찬에 놀랍고
반가워 하면서도 이러면 몇일 못갈텐데 라는 걱정이 앞서던걸
금새 잊어버리는 단기성 기억 상실증에 걸린걸까...
입에 맞는 찬이 없다는 타박으로 속이 허하지만 오후의 무료함을
어느정도 완화하기 위해서는 뜨거운 열사를 뚫고 용감하게 나아가
서 시원한 나무그늘을 차지 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할수는 없다.
학창시절 무서운 선도부가 정문을 지키고 있을때 학생 본분의
부족함을 무마하고 무사히 교실에 입실하기 위해 넘던 담을
생각하며 주차장 옆 사철나무을 통해 길가 그늘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철제 주차장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어디가"라고 소리를 쳤지만 무표정하고 냉정해 보이는 그녀는
아무 대꾸없이 묵묵히 계단만을 오르고 있었다.
새초롬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약간의 실망감을 안고 한번더
부르려다 포기를 하고 말았다.
속으로야.."나두 따라가두 돼" 하며 비위 좋게 비비적 거리고 싶지만
겸연쩍음으로 손톱위에 물든 봉숭아 처럼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남자로서 독립해서 혼자만의 고독도 즐기고 해야지 하면서
그저 속으로 허허허 웃고 열사의 검을 길로 나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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