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킬거리며 상상하기 4
피곤한 월요일 아침 앉아서 갈수 있을까?

밤잠을 설쳐 더욱 일어나기 싫고 출근하기
싫은 월요일 아침이다.
그래도 세수하고 아침먹고 기운을 차린후
전동차에 몸을 실었다.
수원역을 지나 세류역에서 후줄근한 추리닝
차림에 30대 초반이 남자가 전철을 올라탔다.
그는 좌석끝 문쪽 손잡이를 잡고 다리를 꼬고
서서 좌석을 이리 저리 계속 살피고 있었다.
나는 자는척 눈을 감고 슬쩍슬쩍 그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병점역에서 일부사람이 내리기는 했으나
후줄근이 서있는 부근에서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후줄근은 꼬질한 슬리퍼를 짓이겨 밟으며
손잡이에 매달린 박쥐인간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이 후줄근 아저씨는 왜이렇게 힘들어 하고 있
을까?
여기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기로 하자
첫째로 후줄근은 술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가 아무리 술을 좋아 하더라도 일요일은
자재를 해야한다는걸 잘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료하게 누워서 낮잠을 청하던
후줄근의 목줄기가 너무나 아려오고 있었다.
그의 몸은 시원한 알콜을 너무나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참고참던 그가 동네 친구에게 핸드폰을
때리고 말았다.
그는 밤 한시까지 부어라 마셔라를 해댔다.
둘째로 후줄근씨는 주말이면 드라마를 몰아
보기에 빠져 있었다.
지난 주말에는 넷플릭스에서 닥터 차정숙을 
보느라 잠을 잘수가 없었다.
십화에서 엄정화가 김병국의 혼외자 사실을
아는데까지 멈추지 않고 보고 말았다.
후줄근의 눈은 충혈되고 머리속은 온통
차정숙으로 가득차 있었다.
세번째로 후줄근씨는 현재의 직장생활에
불만족을 느끼고 몇일 남지 않는 기술사
시험에 매달리고 있었다.
주말이면 도서관에 엉덩이를 붙히고 
다른 일정은 모두 폐기처분 하고 있다.
일요일도 밤 열한시까지 도서관에 있다
집에 돌아와서도 공부한것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니 그는 피곤할수 밖에 없다.
비비 꼬이는 다리를 겨우 손잡에로 버티며
송탄역에 이르자 좌석이 하나 비어가고
있었다.
좌석에서 일어서 내릴준비를 하는 사람의
뒤꽁무니에 바짝 붙어 다른 사람에게 
좌석을 인터셉트 당하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는 자세를 취한후 겨우 앉을수 있었다.
앉자마자 그의 눈꺼플은 감겨 버렸고
전동차에 누웠다 싶은 자세로 잠이 들어
버리고 말았다.
하아 그가 직장이 있는 역에서 내릴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되는 장면이 아닐수 없겠다.

킬킬거리며 상상하기 4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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