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지난주에 집사람 병원 검진갔다가 수원 영통 처형네 아파트를 방문 했다.
아파트 앞 정원마다 블그레해서 어여쁜 감들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들이 봄의 화사함을 능가하는 자태로 서 있었다.
"어! 여기는 감나무에 감들이 아직도 그냥 다 있네요..
너무 멋있는 아파트예요!"
"어머 그래요.. 여기는 사람들이 감 안따가요. 그냥 두고
보는거 같아요"
나는 안성의 우리 아파트를 떠올리자 짜증이 밀려온다.
안성에 신규 아파트들이 밀려 오기전 우리 아파트에는 특히
우리 동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사셨다.
그래서 인지 감이며 대추 같은 것들이 늦게 까지 그 자태를
뽑내며 서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분들이 다 이사를 가신건지.. 아이들이 많아 지면서
대추, 감들이 파랄때부터 땅바닥에 뒹굴고 지금은 거의
꼭대기에 몇개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얼마나 흔들어들 댔는지 나무 가지도 부러지고 잎도 많이 떨어져
젊은이들을 다떠나 보낸 깡촌 시골 풍경 같다.
얼마전 주일 낯에 집에 있는데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면서 창가를
무심히 보다 깜짝 놀랐다. 창가 앞 감나무에 무언가 시커먼 것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자세히 보니 그건 한 50대 되어 보이는 낯선 아저씨였는데
3~4개 달려 있는 감을 마져 따가려고 용을 쓰고 있었다.
순간, 무어라 말하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다. 아파트께 당신꺼요..
하면 뭐 딱히 할말은 없으니 말이다.
그런 분들한테 "보기 좋찮아요" 이런말은 안통할거 같다.
얼마나 감이 먹고 싶으면 그럴까...하고 생각을 누그러 뜨렸다.
집사람 한테 말하니 그사람 지난번에도 그랬는데...하였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집앞 대추나무 흔들던 사람도 그아저씨 였던것 같다.
몇일후 아파트 위층 형님들한테 누군가 감을 따가더라고 했더니..
그거 자기껀데..못따가게 해야지...하신다.
나두 가을이면 예쁜 감이랑 대추가 주렁주렁 달린 아파트에서
살아 보고 싶다.
너무 과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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