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멍해진 머리-집사람은 나의 거울

 

호미도 날이지마는
낫과 같이 잘 들 까닭이 없습니다.
아버님도 부모님이시지만
위 덩더듕셩
어머님과 같이 사랑하실 분이 없도다.
아, 임(세인)이시여
어머님과 같이 사랑하실 분이 없도다.

 

내게 고려속요 사모곡을 읽어볼 자격이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머님이 병원에 입원하신지 이제 열흘이 넘어 섰다.
지금까지는 혹시나 하는 마음을 위안삼아 왔다.
늑막 조직에서 음성판정이 나왔다고 했었다.
기관지, 폐를 통한 내시경 검사는 좁아진 통로로 인해 불가
했다고 했다.
그래서 어제 가슴을 통해 바늘을 넣어 직접 폐로부터 조직을
떼어냈다.
6시간여를...기흉을 걱정하여 움직이면 안되었다.
통증은 없으시다고 했다.
결과는 일주일 이상이 걸려야 하니 일단 퇴원한후 설명절을 세고
보자고 했다.
퇴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오늘 집사람이 병원으로 갔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시사를 한후 전화기를 보니 아내로 부터
부재중 전화가 있었다.
뚜루루...
"여보세요..."
전화를 했었냐고 했더니...울먹거리며 아내가 말을 했다.
월요일 내시경시 나온 분비물을 검사했는데 거기서 조직이 발견
됐다고 하며 울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 혹시나 하고 있었는데...이제 어떻게 해..."
순간 말문이 막히며 정신이 멍해 온다.
전화기 너머 울며 말하는 아내의 목소리에 나의 눈에도 물기가 고였다.
어쩌지...하며 있을때..
오히려 내가 아내를 위로하고 있었다.
"어떻게해..병원 입원하셨다. 퇴원 하셨다 하면서 모셔야지...할수 없지.."
일순..생각해보니...나보다 아내가 어머니를 더 생각 하나보다.
세상에 시어머니가 암이라고 눈물 흘릴 며느리가 요즘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멍해진 머리속에 집사람이 나의 거울이구나 라는 생각만 떠오른다.
그저 고마워해야 할뿐...
어머니가 자식복은 없으셔도..며느리 복은 있으시니 다행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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