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괴물(인생)의 종말은.
김시진은 무의미한 삶을 지속하는것에 대하여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지가 꽤나 오래 되었다.
그는 인생에서 뭐 대단한걸 바라지 않는다.
대저택이라든지 아니면 값비싼 성능좋은 자동차를 가지고 남들에게 뻐기고 싶은 생각같은건
추호도 없다.
또한 골프, 트럼펫등 잡스러운 즐길거리를 가지고 남들과 거한 점심내기를 한다든지 호탕하게 웃고
싶은 생각 또한 없다.
그는 단지 조용히 물가를 산책하던지 등산을 하던지 가벼운 책을 읽으며 무던한 삶을 즐기고
싶을 뿐이다.
그런 기반이 되는 최소한의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면 하고싶지 않지만 직업이라는것을 가지고 살아야
할수 밖에 없다.
거창한것을 원하지 않는 김시진이 인생에 있어서 직업이라는걸 대하는 의미는 괴물과의 반복적 싸움에
있었다.
그 앞에는 월화수목금이라는 일주일의 괴물이 존재하고 있다.
토일은 김시진이 좋아하는 그저 무미건조하게 멍때리기 좋은 시간이니 고난의 월요일 부터 금요일까지를
버틸 힘의 원천 즉 에너지를 생성해주는 주유소 인것이다.
월요일을 맞이하기전 김시진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올려 결투의 힘을 채우고
투구와 갑옷을 입고 날카로운 일본도를 굳세게 쥐고 서있다.
월요일 아침마다 안개가 낀 저 크나큰 외곽의 성문에는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괴물이 밀고 들어 오려 한다.
얼굴은 뭉뚱그려져 명확한 묘사가 어렵고 몸뚱아리 또한 조각가가 찰흙으로 형체를 만들고 다듬기전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날카로운 움직임은 없으나 약간 굼뜬 그에게 어디라도 잡힌다면 그즉시 삶을 종료해야 하는 처절한
게임을 시작할 타이밍이다.
괴물의 머리는 월, 양팔은 화수 그리고 다리는 목금으로 이루어 져 있다.
몇번에 걸친 괴물의 거친 동작에 허무하게 나가 떨어지길 수차례 하던 김시진은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그러다 밑바닥까지의 온힘을 다해 솟구쳐 오르며 일본도를 크게 휘둘렀다.
괴물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 졌다. 월요일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는 순간이다.
지친몸을 침대에 누운 시진은 악몽에 시달려 선잠과 깨기를 반복한다.
불면이라는 물을 먹어 더욱더 무거워진 그는 몸둥아리를 추스린다.
자 이제 괴물의 양팔 화와 수를 제거할 차례이다.
이번에는 눈과 귀가 없어 팔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던 괴물을 피해 바닥을 기던 김시진이 일필휘지로 일본도를 휘두르자 괴물의 왼팔이 그리고 오른팔이 떨어져 나갔다.
괴물의 화와 수가 떨어져 나갔으니 이제 방향감각 없이 뛰어 다니기만 하는 목금을 처치할 차례다.
왼쪽다리가 떨어져 나가자 괴물은 한마디로 깨끔발 뛰듯 겅중거린다.
김시진은 마지막 금요일은 손쉽게 괴물을 요리하다 오른쪽 다리 즉 금을 단칼에 베어 버린다.
괴물은 이제 몸통만이 남아 그대로 사그라져 버렸다.
이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사투를 마친 김시진은 꿀맛같은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의 휴식기를 맞이 했다.
하지만 일요일은 월요일부터의 반복적인 사투를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 불편한 휴식의 하루가 될뿐이었다.
이러한 일주일 괴물과의 전쟁이 언제까지 계속될것인지에 대해 정해진 날자는 알수 없지만
언젠가 김시진의 삶의 끝에 존재하고 있는 벼랑이 나타날때 이 처절한 싸움도 종료될거라는점은 명확하다
할것이다.
반복되는 괴물(인생)의 종말은.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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