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이들(부제 가스라이팅)

김시진은 모처럼만에 휴가를 사용하여 집에서 쉬고 있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에어콘이라도 틀고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었지만 목이 컬컬한것이 몸컨디션이 더 나빠질것같아 참고 있었다.
김시진의 집은 2층으로 1층 주인집과는 별도의 계단으로 큰가로수가 있는 한적한 이차선 도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쇼파에 누워있는 시진을 보고 애완견 뭉치가 계속 짓어대고 낑낑거리고 있었다.
한동안 뭉치를 멍하니 바라보자 뭉치는 짧은 다리로 바닥을 긁어 대며 더욱 소란을 피웠다.
저러다 짧은다리가 아예 없어지면 어쩌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와이프 언순이 울고불고할텐데..쩝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웰시코기에게 목줄을 채운 시진이 더운 집안으로 바람이라도 통할겸 현관문을 열어 말발굽을 받쳐 놓고 문고리에 묶어 놓았다.
그리고 밖을 내다 보았으나 평상시 워낙 한가한 길로 행인한명 보이지 않는 적막감이 감돌고 있을 뿐이었다.
시진은 다시 쇼파에 얼굴을 묻고 있자 시원하지는 않지만 창문을 통과하는 바람이 현관으로 흐르면서 한결 쾌적해지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문을 열어줘서 인지 뭉치 엮시 조용히 앉아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시진이 비몽사몽 소란스러운꿈속을 벗어나 정신을 차리고 일어앉았을때 현관문에서 뭉치가 다시 낑낑대기 시작했다.
시진은 찌부듯한 몸을 추스리며 뭉치를 데리고 동네 산책이라도 할겸 현관으로 나서자 그곳에는 곰같은 얼굴을한 차우차우가 있었다.
뭉치가 한층더 차우차우를 보고 몸짓을 격렬하게 하자 멈칫멈칫거리던 차우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시진이 이런 곰같은 녀석을 쫏아 버려야 하나 하다 심심해 난리인 뭉치와 놀게해 주는것도 나쁘지는 않을것 같다는 생각으로 그냥 놔두기로 하였다.
그러다 계단 옆 가로수옆에 앉아 있는 두명의 젊은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반바지에 어께선이 들어나는 러닝을 입고 있었다.
무언가를 수근거리는 그들이 문득 말소리를 멈추고 시진을 돌아다 보았다.
시진은 무언가에 홀린듯 순간적으로 고개를 끄덕 했다.
아니 내가 저들을 언제 본적이 있던가 내가 왜 인사를 하지 하고 있을때
그들중 눈매가 날카로운 청년이 씨익 웃었다.
그리곤 다시 그들은 무언가 자기네끼리 알수 없는 말을 하며 킬킬대고 있었다.
멋쩍게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진의 시선에 말랐지만 탄탄해 보이는 그들의 근육질 팔둑이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알수없는 불안감에 휩싸인 시진이 차우를 내보내고 문을 닫으려다 괜한 헛발질로 아래 두근육질의 성질을 건드릴 필요가 없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적 불안감에 휩싸인 시진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뭉치는 그저 꼬리를 흔들며 차우의 엉덩이를 따라 놀고 있었다.
하는수 없이 다시 쇼파에 누워있던 시진이 굳은 결심을 하고서 현관으로 향했다.
뭉치를 안으로 끌고들어 오자 차우가 따라 들어오려고 했다.
시진이 발을 굴러 차우를 밖으로 내보내려는 순간 아래 근육질중 하나가 소리 쳤다.
어이 아저씨, 우리가 뭐 건달같아 보여서 문을 닫는겁니까.
정중하게 말하는듯 하지만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든 시진이 허리를 굽히며 아니예요. 바람이 너무 불어서
문을 좀 닫으려고 하는겁니다. 라고했다.
그순간 눈웃음을 치며 그들이 계단으로 올라왔다.
그러며 차우차우를 부르자 그들을 한번 돌아본 차우가 다시 집안으로 들어왔다.
근육맨이 말을 했다. 
아니 우리는 그냥 가고 싶은데 저 곰돌이가 아저씨가 너무 좋은가보네요.
그럼 우리도 신세좀 지겠습니다.
시진은 순간 흠짓 놀라며 안된다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그말을 하지 못하고 아네 이동네분들 같은데 인사할겸 잠시 오셔서 음료수라도 하나 드시고 가시죠.
그러면서 캔음료 두개와 사과를 가지고 나왔다.
시진은 속으로 이들이 나의 친절함에 감복을 해서 음료수만 마시고 그대로 차우를 데리고 가기를 계속 평소 믿지도 않는 하느님과 부처님에게 빌고 있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쇼파에 앉은 그들중 한명이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어 사과를 능숙하게 깍기 시작했다.
어이 아저씨도 이리와 같이 드시죠.
아닙니다. 저는 아까 먹어서 생각이 없어요. 라고 말하는 시진의 얼굴에서 땀이 한방울 흘러 내렸다.
시원스럽게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시고난 날카로운 눈매의 절제된 근육맨이 잠시 신세좀 지겠습니다.
하더니 쇼파에 벌러덩 누워 버렸다.
또한명은 목이 아직도 마르다며 냉장고문을 열고 맥주캔을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시진은 더이상 이들에게 끌려가면 안된다고 하면서도 이미 주눅이 들어 그들에게 심리적으로 억압되어 거부의 말을 할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뭉치와 차우가 거실을 이리뛰고 저리뛰고 엉망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시진은 개들에게 조차 아무말을 할수 없었다.
시진은 그들의 친절한 말투속 무게감과 행동에서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다.
우리동네에 이렇게 친절한 분이 계시다니 오늘 우리는 운복이 터졌다야
라고 날카로운 눈매가 말하자 다른 근육맨이 거실 바닥에 누우며 나두 한숨 자고 가야 겠다.하며 들어 누워 버렸다.
현관문으로 나온 시진이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기 시작하자 이를 눈치챈것인지 날카로운 눈매가 소리쳤다. 
이거 또 친절한 아저씨가 너무 친절하게 경찰서에 신고해 주시는건 아니겠지.
이말을 듣자 시진이 황급히 뛰어 들어가며 그럴리가 있습니까. 같은 동네 사람끼리.라고 말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거실바닥에 있던 다른 근육맨이 이아저씨가 우리를 언제 봤다고 동네 사람이라고 한다 라며 크게 웃었다.
시진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었다.
조금 있으면 그의 와이프 유언순이 퇴근해 돌아올것이고 
그렇타고 경찰에 신고 했다간 근육맨들에게 해코지를 당할것이 뻔한것이 아닌가.
그렇게 시진이 줏대없고 강단없는 고민에 빠져 있을때 갑자기 차우차우가 밖으로 나가 버렸다.
같이 따라 나가려던 뭉치를 잡아챈 시진이 근육맨들에게 소리쳤다.
저기, 차우가 밖으로 나갔는데요.
그러자 눈을 비비며 일어난 그들은 시진을 보면 씨익 웃으며 잘자고 잘먹고 간다며 어깨를 툭치며 현관을 나섰다.
그렇게 그들이 가고 나자 바로 와이프 유언순이 들어왔다.
그녀가 시진을 보며 오늘 잘쉬었어 몸이 좋치 않다고 하더니 하면서 얼굴을 바라 보더니 몸이 않좋긴 하나보네 얼굴이 핼쓱해 졌네.
힘들면 내일도 휴가내. 그리고 보약좀 해먹어야 겠다고 말하자.
시진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며 절대로 휴가를 내지 않겠다고 극구 거부를 하고 있었다.

낯선이들(부제 가스라이팅). 종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