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발주처와 회식이 있었다. 
올해들어 3번째의 회식이지만 다들 편하지만은 않을것이다.
고용주 대리인 입장인 사람들과의 회식이라는건 접대의 의미가 있어서일게다.
퇴근시간이되어 쭈꾸미네로 몰려갔다.
아랫것들이 자리잡고 앉아 있으려니 맹숭맹숭한것이 영 아니다.
장군같은 몸짓에 목소리까지 사단장급인 여주인이 밑반찬을 깔아주자
그걸 께지락 거리며 몇젓가락 입맛을 다시고 있다.
위에것들은 그나마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대기좌석에서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기다린지 사십여분이 지나자 그때서야 그들이 왔고 상위의 귀빈인 
쭈꾸미 샤브샤브가 차려졌다.
이제 장군여주인이 나설 차례다.
샤브샤브 국물이 끓고 있자 낙지만한 싱싱한 쭈꾸미를 가지고와 주변사람들에게
조심하라고 소리를 친다.
쭈꾸미가 주변으로 먹물을 쏠까봐서일까?
살짝 데쳐진 쭈꾸미 머리는 샤브샤브 국물속으로 들어가고 다리는 한번더 데친후
생채와 콩나물 그리고 무쌈에 싸서 먹는다.
쭈꾸미의 꼬들꼬들함과 생채의 아삭함이 겹쳐지면서 입속에서 식감이 살아 난다.
다리를 다먹고 나면 머리를 꺼내 먹어야 하는데 이때는 주의사항이 있다.
그것을 꺼내자마자 입속에 넣고 씹었다가는 입안을 모두 데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한참을 식힌다음에야 천천히 먹으면 꼬소한 맛이 올라온다.
이제 샤브 국물은 먹물을 품어 거무죽죽하다.
이것이 사람몸에 좋다고는 하는데 의학적으로 검증된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아무튼 짭쪼름해진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서 먹고나면 배속이 따뜻해지며 더이상
다른것을 먹을수 없을 정도로 포만감이 올라온다.
나야 술을 좋아하지 않아 속을 채우는데 주력하지만 다른 주류파들은 열심히
알콜을 들이키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는 이제사 시작이니 말릴 길이 없을 것이다.
적당한 시간에 전동차에 맞추어 그들만의 대오에서 살짝 이탈해 본다.

장군같은 여주인이 있는 쭈꾸미네서 저녁 회식. -종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