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순은 부모님의 태생을 따른것인지 바다를 무척 좋아 했다.
부모님의 고향이 남쪽 바닷가였지만 정작 본인은 대도시 인 수원 호매실에서 태어났음에도 그랬다.
언순은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며 방학때 친구들과 놀러갔었던 대천 해수욕장, 강릉 경포대, 부산해운대의
따사로운 모래톱과 시원한 블루톤의 바닷물의 추억이 아직도 그녀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인생의 황금기인 대학생 시절 그녀의 단짝 친구인 정혜임과 틈만 나면 인천의 많은 섬으로 백패킹을
다니는것을 낙으로 삼은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언순과 혜임은 낯설고 조용한 바닷가에서 텐트를 치고 작은 의자와 테이블위에 독일식 프랑크소세지를
노릇하게 숯불에 구운후 푸른 바다색을 닮은소주를 곁들이며 젓가락 장단에 맞춰 부르는 노랫 가락을
무척이나 즐겨 했다.
쿵다라 궁다 궁다라 궁따
....
버들잎 외로운 이정표 밑에
말을 매는 나그네야 해가 졌느냐
....
언순의 간들어지는 트롯과 혜임의 젓가락 장단은 그야 말로 어두운 바닷가를 흥겨운 우리내 가락의
난장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젊음을 특이하게 즐기던 그녀들이 백패킹에서 낚시라면 미쳐 못사는 정망근과 박춘식을
만난것은 어쩌면 필연이라 할것이었다.
그런던중 언순에게 희소식이 날라왔다.
그녀의 외삼촌 이재수가 청정 바닷가의 파도리 민박집을 공매로 싸게 낙찰받은 것이다.
민박을해 근근이 살아가던 80대의 노파는 남보다 못한 아들때문에 평생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노파를 딱하게 여긴 이재수는 공매가외에 근처에서 방을 얻을 수 있는 돈을 추가로 지불하고
이사짐까지 날라 주는 미덕을 시전하여 주변 사람들로 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런 이재수 덕분에 언순은 바다를 보고 싶을때 숙소 걱정없이 언제든지 달려갈수 있는 것은 물론
동내 사람들로 부터 갖은 편의를 다 받을수 있게 되었다.
어느 때이르게 따가운 봄날 유언순, 정망근, 정혜임, 박춘식이 파도리 민박집에 도착 했다.
파도리는 어느덧 그들의 베이스캠프가 되어 있었다.
이번 목표는 파도리 남쪽 끝부분에 있는 꽃섬 이었다.
간조시는 걸어 들어갈수 있고 만조시는 거친 강물처럼 바닷물이 가로 막아 버리는 꽃섬은 풍경도
단조롭고 산행은 애매했다.
하지만 꽃섬이 앞으로 20년동안 희귀 동 식물의 자생지 보호와 해안지형 경관 보전을 위해 특별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었고 낚시, 임산물 채취를 위한 출입을 단속한다는 점이 그들의
모험심을 더욱 더 자극 하였다.
그들은 이재수의 탁월한 친화력 덕분에 이장이 이끄는대로 한밤중이지만 서행땅끝 파도리 아치내캠핑장을 지나 편안하게 꽃섬에 걸어서 도착 할수 있었다.
그들 일행은 출발전 기상앵커의 갑자스런 폭풍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를 들었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꽃섬을 즐길수 있다는 흥분에 한없이 들떠 있었다.
이장이 돌아가자 언순, 혜임은 젓가락 장단 공연 준비에 망근, 춘식은 심야 낚시 채비에
바빴다.
그렇게 정신없는 여흥 준비에 그들중 먹구름이 몰려드는걸 눈치 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다 일순간에 쏟아진 폭우와 바람에 더해 집채만한 파도가 그들을 덥치고 말았다.
언순은 한참을 물속에서 정신없이 헤메다 어찌어찌하여 모래톱에 올라 설수 있었다.
그녀는 켁켁거리며 바닷물을 뱉고 섬중턱에 마련된 그들의 텐트로 향했다.
그곳에서 망근, 혜임, 춘식이 걱정스런 얼굴로 언순을 맞이했다.
언순이 반가워 손으로 혜임을 안으려 했으나 그럴수 없었다.
망근, 춘식 역시 마찮가지였다.
언순을 제외한 3사람은 모여서 그녀의 얼굴색이 시커멓고 몸을 만질 수 없다는 것은 그녀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었다.
그들은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지새었다.
아침이 되자 날씨는 언제 그랬냐 싶게 너무나 맑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때마춰 배로 꽃섬에 도착한 이재수와 이장이 그들을 소리내어 찾고 있었다.
언순이 우린 여기에 있고 모두 무사하다고 말하며 그들앞에 나섰다.
그녀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던 이재수가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언순이 여기에 있지 않냐고 뒤를 돌아 봤지만 거긴에 아무도 없었다.
이장이 새벽에 가의도 포구에 3명의 신원 불명의 시체가 떠올랐다고 하더니 그들
이 틀림없을 거라고 말했다.
이재수와 이장을 따라 언순이 배에 올랐고 그 뒤로 시커먼 큰배가 다가 오고 있었다.
그 배위의 검은 옷의 사자가 망근, 혜임, 춘식을 향해 당신들은 이배에 타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무언가에 대한 잔상 >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잃어버린 화단을 찾아서 (0) | 2022.05.11 |
---|---|
술중독에서 헤어날수 밖에 없는 섬득한 이야기 (0) | 2022.05.11 |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0) | 2022.04.26 |
불량권력 오염시키기 -2편- (0) | 2022.04.22 |
불량권력 오염시키기 -1편- (0) | 2022.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