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르게 찾아온 한여름 더위에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린 윤덕성은 뜬금없이 생각이난 백소장에게 전화를 했다.
윤:어이 백소장님 잘있는거여...
백:오~ 어쩐일이세요.
윤:어쩐일은 뭐..갑자기 생각이 나서 전화 해봤지..요즘 뭐하고 지내나 해서..
백:관리단하고 이야기 해서 관리업체 변경하느라 신경좀 썼죠
윤:와~ 소장으로 간지 6개월 밖에 안됐는데 벌써 작업을 하셨네...
백:벌써가 뭐예요. 정성관리회사 도사장님이 내가 이리 오면서 부터 계속 푸쉬를  했어요.
백:관리회사 변경작업을 하기위해선 관리단에 무언가 확실한 실적을 보여줘야 했어요
백:그래서 지난 겨울부터 관리비를 절감하기 위한 변압기 최적화 작업에 대해 알아 봤고 관리단에서 최종 승인이 났어요.
윤:역시 백소장님은 일을 보는 눈이 빠르시네..벌써 관리단 맘에 쏙드는 일만 진행 하고 있으니

윤덕성과 백빛남은 지난해 까지만 해도 도소장이 관리하는 미우빌딩에서 전기료등 사용료 부과업무와 인테리어, 하자보수 업무를 각각 나누어 담당 했었다.
윤덕성은 내향적인 성격에 꼼꼼한 편으로 각 호실별로 사용내역을 단독으로 처리 하는걸 선호하는 편이었고 그에 반해 백빛남은 외향적이고 밑에 직원들을 동원하여 큼지막한 일들을 도맡아 해결하였다.
백빛남의 일처리가 그만큼 선이 굵었고 도소장에게 보고 없이 단독으로 처리 하는 경우도 많아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소장으로 독립돼어 나가는데는 최적의 기질이라 할수 있었다.

도소장은 야망이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건물관리 회사를 갖기를 소망 했다.
그래서 그는 그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미우빌딩관련 관리단과의 일을 세세하게 공유하고 있었다.
차후에 회사를 차렸을때 필요한 인력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던중 주차문제로 입주사와 문제가 발생했고 도소장과 백빛남이 같이 출동하여 민원 처리를 시도 하고 있었다.
주차하면 안돼는 구역에 주차된 차량을 다른곳으로 이동해 달라고 했으나 여사장은 막무가내로 점심시간에만 그대로 두겠다고 버티고 있었다.
도소장이 논리적으로 설득을 시도하고 있던 도중 참고있던 백빛남이 여사장을 향해 "차빼~"라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차빼라는 말한마디에 놀란 여사장이 신고하여 경찰이 출동하고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입주사를 위한 서비스를 최상의 신조로 삼고 있던 도소장이 여사장을 설득하였다.
쌍방간에 경찰서까지 가서 잘잘못을 가리시든지 아니면 자신(도소장)의 인맥으로 백빛남을 다른빌딩으로 전출시키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하든지 하자고 제안을 했다.

백빛남은 광교부근의 309세대 규모의 광교더뗏목오피스텔 소장으로 영전(榮轉)하게 되었다.
그곳은 2012년에 분양된곳으로 1층 상가 대부분이 경기침체로 문을 닫은 상태로 오피스텔만 관리하면 되는 아주 조용한 곳이었다.
백소장이 그곳으로 부임하자 나태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교대근무자 2명을 교체 했고 지상 1층의 너저분한 상가주차장을 도소장이 설립한 정성관리회사의 도움으로 눈이 부실정도로 깨끗하게 유지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관리단의 신임을 얻은 백소장은 전기료 절감방안을 실행 중에 있었으며 또한 체납된 관리비 일제 정리 기간을 정하여 소액재판을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이러한 노력에 따라 기존 관리회사에서 정성관리회사로의 전환은 아주 손쉽게 이루어 질수 있었다.
반면에 윤덕성은 미우빌딩 소장자리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본인은 관리분야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골치
아프게 살고 싶지 않다고 거절한후 얀성시의 아주 작은 꼬마 빌딩을 관리 하고 있었다.
그가 맡은 빌딩은 6층 규모로 상가 10호실로 이루어 져 있으며 회계업무는 외주를 주었고 민원은 하루에 한건도 없을 때가 많았다. 
그날도 따분한 작은 사무실에서 주말에 백소장을 불러 텃밭에 키우고 있는 마늘을 수확한후 술한잔 하면서
유유자적한 노자의 삶을 자랑하고자 전화를 한것이었다.

윤:그나저나 주말에는 뭐하시나..안바쁘면 얀셩시에 와서 같이 술이나 한잔 하지
윤:식사 메뉴는 토요일 아침  전복죽,  점심  꽃게찜과 꽃게탕,  저녁  굉어회, 낙지탕탕, 소라무침
    일요일 아침 민물 새우탕 그외 더 드시고 싶은게 있으면 추가하고..
윤:대신 작업복은 잘 챙겨 와야 합니다,
백:근로기준법에서 작업복은 원래 사장님이 주는건데요
윤:그래요 그럼 몸빼바지 하나 사주고 코피 쏟을때까지 시킬까요?
백:헉 그럼 안사줘도 돼요...ㅎㅎ 농담이구요
    이번 주말은 마장동으로 소고기 묵으러 가야 해요
윤:도소장님이 마장동으로 오래요?
백:그건 아니고 여기 광교더뗏목 관리단장님이 사준다고 해서요, 돈 많은 사람이니 가서 얻어 묵어야죠
윤:그럼 편한 자리는 아니네요
백:뭐...별로 부담되지는 않아요..걍 가서 얌얌하고 올려구요...하두 부자라 소고기 정도는 뭐...
윤:관리단이라고 밥한번 안사주고 관리소장 들볶는 인간들보다는 훨낫네요
백:어제 미납관리비 1500만원 해결해 줬걸랑요
윤:앞서서도 말했지만 백소장은 정말 대단해요
백:그니까 얻어 묵어도 돼요..체납관리비는 조금씩 해결하고 있어요.
윤:소액재판 해서 해결 했나요
백:그렇죠
윤:재판은 누구한테 하나요 임차인 또는 소유주 중에
백:임차인한테 먼저 하고 안되면 소유주 한테 하죠
윤:소액재판 할때 당사자를 관리소장이 할수 있나요
백:당사자는 관리단이고 법원에 소송대리허가 신청해서 허락받고 대리하죠
윤:그런데 소액재판전에 이행권고결정등본 송달 먼저 하는데 이때 해결되는 경우도 있나요
백:다툼의 여지가 없으면 인정하고 줄수도 있는데 대부분 이런경우 악질 입주자들은 관리비가
    과부과 됐네  비리가 있네 하면서 버티죠
윤:법원에서 체납 관리비를 내라고 하면 순순히 내나요
백:법원에서 내라고 판단하면 그때부터는 강제집행이 가능해지니 낼수 밖에 없죠
윤:아무튼 대단합니다. 백소장님 건승하십시요

그렇게 윤덕성이 법대출신 백소장을 불러 술한잔 하면서 도가사상을 설파하려던 꿈은 산산조각이 났고
해산물의 설득 작전 또한 땀의 결실인 소고기 쳐묵쳐묵에는 도저히 당해 낼수 없었다.
성과라고 할수 있는것은 임차인이 관리비 체납시 소송목적이 3000만원 이하이면 소액재판으로
처리할수 있다는 법률상식을 얻은것이었다.

*새로운 수법으로 sns를 활용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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