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그리고 감사..

 

10월 30일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나니..
집사람이 아침 부터 분주하다.
청소기 밀고..설거지 하고..이것 저것 열심히 한다.
괜한 미안함도 있지만..내가 이렇게 말했다.
"뭘 그렇게 다해.. 나머진 병원갔다와서해!"
"아이고 도와준다는 말은 안하고..."
......
"밑반찬 만들어 놨어..냉장고에 오징어 볶음재료
만들어 놨으니 해서 먹고..애들옷은 몇벌 정리 해 놓았으니
순서대로 입히고...자기 옷은 삶아서 정리 했으니 입어
그리고 마누라 아프다고 후줄근하게 다니지 말고 예쁜옷입어"
....
"우리 텃밭에 무우 얼마나 컸나 가볼까?"
텃밭에 가보니 무우는 2주정도 더크면 무우김치 만들기에는
충분할거 같다.

 


"자기 병원갔다오면 몸조리 해야 하니 무우 김치는 내가 손질해
담가야 겠다."

 

12시 30분경 인이를 마중가기 위해 학교로 갔다 집에와서
간식먹고 가라고 하는데..구지 그냥 BGA로 가겠단다.

 

집뒤편에 있는 식당에 가서 연밥을 먹었다.
항상 아이들과 같이 오다 둘이오니 괜히 멋적다.
집사람은 반이상을 남겨 싸가지고 집에 왔다.


2시경 빈이가 집에와 친구엄마에게 영어학원가는걸 맡기고
둘이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3시 20분
입원수속 절차를 마치고 4층 산부인과 2인실에 입원을 했다.
환자복을 입은  집사람이 낯설다.


집사람한테 빈이 전화가 왔다.
"엄마.학원에서 오니 괜히 슬퍼 눈물이나....."

아이들이 걱정된다. 할머니가 오셔서 봐주기로 했으나
온전히 엄마, 아빠 떨어져 보긴 처음이다.

 

"수술 때문에 오셨죠? 밤 12시 이후에는 금식이구요
6시경 의사 선생님 설명이 있으니 다른데 가지 마세요"

 

"내일 오전에 수술하게 돼구요..시간은 아마 한시간 반정도
걸릴겁니다. 산부인과 수술이 3건 밖에 없으니 적어도
오전중에는 끝납니다..."
"그리고 복강경수술이지만 유착이 심하면 개복수술을 할수도 있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의사선생님의 설명이 끝나고 싸인을 했다.

 

병원 저녁밥이 나왔다.
그리고 간호사가와서 면도및 관장을 했다.
저녁밥을 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피검사가 이어 졌다. 수술중 수혈이 있을지 몰라 검사를 해야 한단다.

 

10월 31일


새벽 4시 간호사가 와서 깨운다.
수술이 7시 반경 첫번째니 준비를 하란다.
집사람이 일어나 세수를 하고 화장품을 바른다.
속으로 수술할 사람이 뭐 세수를 해..하고 싶었으나
말이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다.

수액을 맞기위해 주사바늘을 꼽는데 꽤 아픈거 같다.
"수술중 수혈을 할지 몰라 제일 굵은거예요 아플거예요"

 

7시 30분경 이동용 침대에 실려 집사람이 3층 수술실로 갔다.
"보호자분은 수술실까지만 따라갔다 병실 전화로 연락이 오니
병실에서 기다리세요."
수술 대기실에는 할아버지 ,아줌마, 어린애들 족히 십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수술방 번호표를 달고 있었다.
집사람 손을 만지고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는 집사람을 보고
병실로 돌아왔다.
괜히 눈에 물이 자꾸 고였다.

 

어제 의사 선생님이 말한 부작용이 있다고 할까봐 30분동안
병실 전화기 앞에 꼼짝않고 기다렸다. 다행히 연락온건 없었다.
갑자기 배가 고프다.
집사람은 추운 수술실에서 고생 하고 있는데 나는 따뜻한 밥을
먹어야 하나...하지만 기운이 없어 밥을 먹으러 갔다.
그냥 국물이 많은 떡국을 시켜 훌훌 마시고 병실로 왔다.


처형한테 쪽지가 왔다.
"시간 잡혔어요."
"벌써 들어 갔어요"
때르릉
"왜 말을 안했어요"
.....

처형과 기다리면서 한시간 반이라고 했는데 왜이리 오래 걸리지 하는데
병실 전화벨이 울렸다. 9시 50분경
"수술 마치고 회복실로 옮깁니다. 한 3~40분 걸릴겁니다."
10시 30분이면 나올줄알았는데 족히 11시가 넘어서야 집사람이 병실로 왔다.
..
3시간 여를 대기 했는데 ..
이동 침대만 보면 쫒아가 확인해보면서...
30시간은 기다린거 같다.
..
집사람 얼굴을 보니 수술실로 들여 보낼때..있던 근심은 사라졌다.
..
차가운 발을 주무르며 ..
오늘은 처형이 집사람을 봐줄테니 ..집에가서 토요일 애들 학교 끝나면
데리고 오란다.
처형 정말 고맙습니다.


빈,인이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 괜찮아 살아 난거야"

장인 장모님도 오셨다.

 

집에와 아이들과 오징어 볶음을 해서 저녁을 먹었다.

 

11월 1일


허둥지둥 애들 챙겨서 학교에 보내고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목소리가 잠겨 있는게 안좋게 들린다. 왜 아니겠는가.. 지금 필요 없다고 해도
장기를 하나 떼냈는데...

 

학교로 아이들 마중을 갔다. 지원, 성현이 엄마들이 꽃바구니를 준다.
"뭘 이런걸 주세요"
"가보고 싶은데 오지 말라고 하셔서요"

 

 

 

삼각 김밥을 사고 차를 태워서 수원으로 가면서..아이들이 우울해 할까봐
마마미아 노래를 틀어주니 신나 한다.

 

병원에 가 엄마를 보니 너무나 좋아 한다.

 

 

 

저녁에 아이들을 이모집에 데려다 주고 나는 병원으로 왔다.

집사람이 한결 좋아진거 같아 보여 안심이 된다

어제는 피도 많이 나오고 해서 많이 놀라고 처형이 고생을 많이 하셨단다.
정말 고맙다.

 

11월 2일


오후에 안산 큰처남이 오셨다.

가운데 처남이 딸들을 목욕 시켜서 데리고 왔다.

다들 고맙다 이렇게들 신경을 써주니...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처형이 하루더 봐주기로 해서 안심을 했는데 전화해보니 혼자 있어도 된다고
오시지 말라고 했단다.
맘이 편치 않다.
아이들 밀린 숙제를 시키고 잠을 재웠다.


한밤중에 혜인이가 울면서 일어났다.
왜우냐고 했더니..
" 엄마 보호자 없잖어......."
...

 

11월 3일 
아침에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집사람에게 전화하니 몸에 부착했던 주사바늘등을
모두 뺐단다..
목소리도 밝고 힘이 있어졌다.

모두에게 기쁘고 고맙고..정말 할말이 없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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