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만추..

 

요즘 개 머루 먹듯 집안일을 집사람 대신 해보며
이일 또한 만만치 않구나 하는 생각과 약간의 답답함이
속에서 부터 올라와 뜬금없이 이런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과 멋지고 이름있는 산으로 가을 단풍 여행을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하지만 올해는 생각을 접고 가까운곳에서 대리 만족을
해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하면 그것 마저 집사람에게는 미안하다.
..

일요일 집사람이 "애들아 집에만 있지 말고 아빠하고
비봉산이라도 갔다와라!"
그 말에 아침부터 TV, 컴퓨터, 닌텐도를 섭렵중이던
아이들이 밍기적 밍기적 준비를 한다.
큰딸이 "아빠 철탑 있는 곳까지 갈꺼예요?"
라고 물어 와
"안돼..거기까지 갔다 올려면 너희 걸음으론 3시간은
걸려야 해!   그냥 약수사나 아님 팔각정까지만 같다
오자"
집사람을 남겨두고 셋이 길을 나서자 낙엽이 깔린 길에서
두 아이들이 깔깔대면 신나한다.
막, 통일사 비봉산 초입에 다다렀을때 둘째가 갑자기 다리가
간지럽다며 긁기 시작한다.
"어떻게해 인아 더 갈수 있겠어?"라고 묻자
"아빠 올라가서 약수터 물로 닦으면 나아 질거예요.. "
큰딸이 대답했다.
작은 딸도 갈수 있다고 한다.


비봉산 초입은 제일 가파라서 힘든코스이다.
이곳만 올라가면 나머지는 그래도 문안한 편이다.
둘째딸의 등을 밀며 천천히 이 험란한(?) 코스를 통과했다.

 

 

가는 도중에 나무를 넘나드는 청솔모도 보고..
갈대도 보고..
셋이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도 했다.

약수사에 다다랐을 때 둘째딸의 가려움은 더 심해진 모양이다.
"애들아 그럼 여기 멋진 은행나무 앞에서 사진좀 찍고 올라온길하고
약간 틀린 코스로 내려가자"
"예!"
내려가다 보니 이름모를 무덤가에 너무 붉어서 멋진 단풍
나무가 있다.
"야 우리 뒷산도 단풍이 아주 예쁜데..."
조금더 내려가니 이번엔 대가 까만 대나무가 있다..
"애들아 너희들 강릉 오죽헌 알지...이게 거기서 왔을까?"
"잘 모르 겟어요..."


집으로 오며 둘째가 좀 힘들어 하는거 같아 30여 걸음을 업어 줬다.
아파트 담에서는 일찍가라고 담치기 해주는데 큰딸이 가시에 약간
긁혔다며 눈물을 보인다.


집에가 "인이가 가렵다고 해서 그만 내려 왔어요. "
했더니.." 너무 오래간만에 운동을 하니 지방이 타느라고 가려운거야..
운동좀 자주해..."
"그말은 나두 찔리는 데...껄껄껄... " 우리 모두 즐겁게 한바탕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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