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재취업
합격한지 2개월 만에 제법 빠르게 발령이 났지만 출퇴근은 어려운 거리였다.
하는수 없이 부모님과 자취방을 알아봐 간단한 짐을 옮겨놨다.
처음 출근하던날의 그 생소함을 기연은 지금도 잊을수 없다. 당연히 그가
다니던 공장과는 근무여건과 분위기등이 사뭇 다르기 때문일것이다.
같이간 동기들은 사무직 1명과 그를 포함한 기술직 2명 이었다.
처음 같이 이야기 하면서 기연은 공고를 졸업한 실력으로 입사를 했다는
자신감 보다는 다른사람들이 대학을 졸업했다는데 대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주눅감을 느겨야만 했다.
기술쪽 분야는 사무실, 일반전화, 전용회선, 전력이 있는데 같이간 기술
동기는 일반전화부분에 배치가 돼고 기연은 통신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전력분야에서 근무하게 돼었다.
기연은 애초의 학벌의 차이가 본인을 통신의 주분야가 아닌 변방에 배치돼는
주요한 원인일거라고 추측을 해보았으나 더이상의 상심에 빠지지는 않기로
했다.
전력분야 3교대 근무에 적응을 잘하여 1년이 흐른후 후배들이 들어 왔다.
기연때는 3명이 모두 남자였으나 이번에는 여자가 2명이나 있었다.
그들과 식사 할때나 회사내 활동등을 하면서 자연히 젊은 사람들끼리 어울리다
보니 흉허물없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가 돼었다.
그리고 특히 여직원 2명과도 농담섞인 말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었고 특별한
감정을 느낄때도 있었다.
하지만 여직원이 드문 회사였기 때문에 남자 선후배들 사이에서는 그녀들과 친해지
려고 많은 경쟁구도가 생성 돼기도 하면서 기연은 그들과 거리를 두고
문제가 발생 하지 않는것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모임등에서는 거침 없는 언변으로 그녀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다같이 모여 한잔 한김에 제가 이번에는 좀 야시런 이야기좀 해보겠습니다.
옛날에 내시들이 모여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위해서는 노조를 결성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합니다.
한 내시가 임금에게 가서
내시:임금님 저희 내시들도 권익을 찾기위해 노조를 결성해야 겠는데 승인좀 해주
시면 어떠실지요.
임금:그래 좋긴한데..문제가 있는거 아니냐?
노조를 결성할려면 정관도 있어야 하고 사정, 발기도 해야 하는데 너희들이
그걸 할수 있냐!?
내시:....
그래서 결국 내시들은 노조 결성을 못했다고 합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술자리가 마무리 돼고 어찌하다보니 기연이 여자후배 최효숙과 같이 걷게
돼었다.
"기연씨는 언제나 그렇게 유쾌하고 재미있어요."
"뭐 계속 그래 왔다고는 할수 없지만 이회사 들어와서는 궁합이 맞는건지
분위기를 잘맞출수 있네요..
"저는 유모어가 있는 사람이 좋더라구요."
"그래요.하하하.."
그후로 구내식당 식사 할때나 각종 모임에서 그녀와 대화가 많아 졌다.
기연은 한동안 행복해서 구름위를 떠다니는 기분을 느낄수 있었다.
저녁에 자취방으로 돌아가 누워있으면 그녀의 동그랗고 커다란 미소를 머금은
눈동자가 떠올랐다.
그녀의 생각으로 온밤을 지세우기도 부지기 수였다.
기연은 그러면 그럴수록 처음의 자연스러웠던 몸의 태도나 말투가 점점 제약을
받음을 느낄수 있었다.
그녀 앞에서 억지 스러워져가는 자신을 보며 불안해 지곤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는 자신이 연애의 경혐이 없어서 느끼는 압박이라고 치부해
버리곤 했다.
어느 금요일 집에 가기 위해 버스 터미널 까지 걸어 가는데 총무과 홍선배와
김정신씨를 만나 같이 걸어 가게 됐다.
정신은 2명의 여자 후배중 나머지 한명 이었다.
한참을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면서 걷다 홍선배가 이런말을 했다.
"어! 그러고 보니 기연씨와 정신씨가 커플룩 처럼 보라색을 입었네"
"예~.. 내 T티하고 정신씨 정장하고 색이 같네..하하하.."
홍선배와 기연이 이런말을 주고 받는 사이에 정신의 볼은 빠알갛게 물이 들어
있었다.
"둘이 어떻게 잘해보지 그래.."
"아이고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뭘 나이도 맞고 모든 조건이 잘맞는거 같은데..."
"안그래 정신씨."
"....." 정신이 아무말 없이 얼굴을 애써 다른곳으로 돌리고 있었다.
"어머나 수줍은가보네..호호호" 홍선배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쳐 하늘로 날라
갔다.
기연도 처음부터 관심을 안가졌던건 아니었다. 그녀가 그와 같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회사에 입사 한것 부터 같은 레벨의 수준이었던건 사실이기 때문
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관심을 가질수 없는 점은 이상했다. 기연이 좋게 볼려고
해도 그녀의 걷는 폼이 원숭이를 연상케 하는건 정말 생각하기도 싫기
때문이었다. 물론 얼굴은 예쁜편은 아니지만 보통 봐줄만 했다. 그러나 그녀의 걷
는 모습이 긴팔 원숭이와 중첩 돼면 도저히 봐줄수가 없었다.
물론 이러한 그녀의 외면적 모습이 그의 마음에 안든다는게 다인것처럼 느
끼고 있지만
또한편의 이유는 자신이 최효숙에 대한 연애적 감정이 있다고 하는
점을 기연은 간과하고 있었다.
그런 점들 때문에 그후 여러가지로 정신과 엮일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니
의도적으로 회피를 한것은 기연 자신의 의지였다고 볼수 있었다.
반면에 최효숙과의 관계는 어느정도 진전이 있다가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기연의 생각으로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컴플렉스를 효숙 또한 알기 시작 하면
서 관계의 진전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효숙은 사무분야고 기연은 기술분야라는 점 이는 우리나라의 기저에 까려 있는
기술 천시 풍토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것은 효숙은 지방이지만 명문대를 졸업했고 기연은 보잘것없는 공업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점이다.
이런 고뇌가 깊어 지면서 기연이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더욱 많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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