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해지


그다음날 수원의 한 찻집에서 기연과 효숙은 마주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거의 말을 하지 않고 한참을 보냈다.
먼저 효숙이 말을 했다.
"기연씨 어떻게 할까요. 말씀대로..편지대로..우리 끝장을 볼까요?"
"...."
"왜 아무말도 안하나요. 편지에 이름이 없으면 제가 모를거 같던가요.
제가 몇달동안 얼마나 불안 했는지 아세요. 오빠들 한테라도 이야기
하고 싶은데 꾸욱 참았어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말씀을 해보세요."
"제가 효숙씨 한테만 편지를 보냈다고 생각하세요. 총문팀장에게 똑같은
내용으로 같은날 동시에 보냈습니다."
"뭐라고요.. ..그런데 총무 팀장님은 아무 말씀 없던데요.."
"맞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비겁자인가보지요."
"그건 제가 따져 볼일이구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편지를 보내실건가요."
"아닙니다. 저도 더이상 집착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 마주 앉아 있다 그들은 헤어졌다.
그리고 몇일후 기연은 또다시 편지를 썼다.

"효숙씨 보세요.
그동안 이몹쓸 집착 때문에 얼마나 괴로우셨습니까?
집착이 집착을 낳는 모양 입니다.
마음 속으로는 내가 효숙씨를 사랑 하지 않고 효숙씨와 총무과장님에게
복수 해야 한다는 일념이라고 다짐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그냥 효숙씨가 떠나가는게 너무나 가슴저리고 슬퍼서 요사스런 핑계로
연결줄을 만들고 싶었나 봅니다.
끊난줄 알면서.. 왜 그랬는지 저도 제자신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설사 두분간의 관계 때문에 제가 외면을 당했다 해도 이러면 안돼는
거였습니다.
이렇게 사무치는 마음이 있으면서... 왜 회한이 남을 짓을 했을까요.
몇일전 당신을 만나 까칠한 얼굴을 보면서 몹쓸짓에 대한 결과라고 생각
하며 말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내 진정 사랑하는 효숙씨...
당신을 지금도 변함없이 사랑 합니다.
이제는 소용없는 메아리 겠지만..
부디 저의 치기 어린 행동을 용서하시고..
마음깊히 응어리진 아픔을 푸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저를 용서하시고...
앞으로는 두려움 없고 해맑은 삶을 영위 하시기 바랍니다.
...
제가 앞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영원히 당신을 잊지 못할 겁니다.
....."

----- 집착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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