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어머니표 청국장

 

청국장
겨울
방한칸
버스
교복
이런 단어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얼굴이 뜨거워진다.
고등학교시절 안성에는 없는 공업학교를 다니기 위해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평택으로 등교를 해야 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기술자가 최고 대접을 받는다는 사회적 공감대
때문에 나의 아버님도 공업계 고교로 진학해 일찍 취업을 하는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가지셨다. 나또한 장래희망에 대해선 무뇌한
이었기에 그저 그 뜻에 순종을 했다.
그시절 겨우내 도시락 반찬은 김치 였다. 어쩌다 도시락 위에 계란이
올라 갈때면 기분이 업되었지만 그도 잠시 친구들이 떼어가버리고
파편만 남았을때의 실망감이란..
그런 실망감 보다 나를 더 고통속에 몰아 넣었던건 바로 아침에 먹는
청국장이었다.
어머님이 겨울이면 청국장을 만드셨고... 아침에 자주 상에 올리셨다.
문제는 그 꼬리꼬리한 냄새였다.
단칸방, 5식구가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 한편에는 단벌 교복이 걸려 있고
바로 등교를 해야 했다.
그것도 만원 버스를 타고 30여분 걸려 평택으로 말이다.
내가 맡아봐도 교복에 밴 청국장 냄새는 장난이 아니었다.
그런 교복을 입고 버스를 탄다는게 죽기보다도 싫었 지만 어쩌겠는가
순종파 학생이 학교를 안갈수도 없고...
전후사정을 어머님께 몇번 말씀드렸지만 그후에도 아침 청국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요즘 같으면 페브리즈 라도 뿌리면 해결 되겠지만...
어제 저녁에 바로 그 청국장이 상에 올라왔다.
냄새와는 달리 맛있게 먹고 있는데 집사람이 이런말을 했다.
"그거 어머님이 만드신건데 마지막이야 이제 없어..."
아~..
어머님이 돌아가신지 벌써 18일 째구나...
이젠 어머니표 청국장을 다시는 맛볼수 없겠네..
잠시 두뇌 기능이 정지 했다.
그리곤 아무렇치 않게..대꾸 했다.
"그래...어머니 청국장 이제는 못먹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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