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먹은 다음날이었어.
피곤한 몸을 일으켜세워 대충 씻고 어두운 새벽길을 나섰지.
출근길에 전철역까지 이르는길은 두갈래가 있었어.
훤하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과 어둡고 낡은 공원 산책노로 가는길이었지.
평상시는 좀멀어도 사람이 많은 길로 다녔었지.
하지만 그날은 몹씨 피곤했어.
그래서 공원산책노로 가기로 했지.
이곳은 날밝은 때는 괜찮았지만 어두어둑해지면 불량배도 많고 사건사고도 
많이 일어나는 곳이었지.
혹가다 귀신을 봤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있었지.
하지만 새벽에야 별일이 있겠어.
추운바람인지 긴장해서인지 옷깃을 바짝세우고 손을 점퍼속에 찔러 넣은채
종종걸음을 하고 있을때였어.
뒤에서 "삐거걱,삐거걱"하는 낡은 자전거에서 나는 소리가 났지.
왠 미친사람이 새벽에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걸까하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등골에 소름이 돋았어.
왜냐하면 내가 빠르게 걷고 있음에도 그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고
사람의 폐에서 올라오는듯한 그르렁 거리는 숨소리도 같이 섞여 오는듯 했어.
사람이 한번 무섭다는 생각이 들면 겁잡을 수 없어 지잖아.
두손을 빼고 뛰기 시작했어.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그 소리는 점점더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어.
이상한것은 십분이면 도착할 전철역이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어.
길을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면서 뒤를 돌아 봤을때.
가까이에 얼굴이 있었어.
어둡고 긴머리카락으로 덮여있어 알아 볼수는 없었어.
놀라 뒤로 자빠졌어.
그순간 머리카락 사이로 시뻘건 입이 벌어지며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어.
"그그그그그 나좀꺼내줘".
얼굴을 땅에 묻고 있다.
제정신을 차리고 다시 올려다 보니 아무것도 없었고.
전철역 앞이었어.

다음날 동네 사람들이 수근거렸어.
윗마을 사는 젊은 여자가 어두운날 낡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불량배들을 만나
피하다가 하수구 비탈로 떨어져서 사망했다는 이야기 였어.
그런데 경찰수사에 의하면 그여자가 사망한 날자는 그제 저녁이라는거야.
그러면 어제본 자전거탄 여자는 뭐였을까
다시는 공원길을 선택해 가지 않았어.
낮이던 밤이던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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