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가 적은세대수의 공동주택에 근무할때의 일이다.
전기실 한켠에 준비되어 있는 근무실에서 대기하고 있을때 관리사무소 북키핑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2동 1004호에서 민원 전화가 왔는데 실외기자리에 까치가 나무가지를 잔뜩 
물어다 놔서 바람이 불거나 하면 날려 위험하다는 신고가 왔다고 했다.
매니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쇠스랑과 자루를 가지고 10층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은 일반 아파트처럼 베란다 한켠에 마련된 실외기 설치 박스가 아니었다.
작은방 창문밖으로 설치되어 있는 실외기인데 창문이 방바닥으로 부터 꽤나 높이설치 되어
있어 창문에 올라타고 까치집의 나무가지를 들어올려야 했으나 그것이 너무나 지난했다.
그렇타고 창문을 넘어 실외기로 내려가 작업하기에도 난감했다.
공동주택이 오래되다보니 녹슬고 낡아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고 쇠스랑으로 창문에서 나무가지를 이리저리 밀어 낼수는 더더욱 없었다.
그랬다가 아래층 세대에 피해가 갈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키퍼와 가아드에게 이야기 하고 셋이서 다시 가보았다.
가아드가 창문에 올라서 쇠스랑으로 몇개씩 나무가지를 끌어 올려 자루에 담았으나 그래가지고는
언제 일이 마무리될지 알수 없는 노릇이었다.
매니저는 고소공포증이 있는건 물론 실외기가 낡아 내려갔다가 떨어지는 날에는 대책이 없다고
어쩔수 없는노릇이라고 세대주인에게 이야기 하자고 했다.
그러는 사이 가아드가 창문넘어 실외기로 내려가 날렵하게 나무가지를 청소 했다.
키퍼와 매니저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당시 가아드는 나이가 칠십가까이 되신분으로 덩치가 작고 날렵해도 그런일을 처리할수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평상시에 그분은 자기가 특수부대 출신으로 예전에 아파트에서 밧줄타는 일을 했었다고는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나서서 일을 처리할줄은 몰랐다.
그런데 사달은 그후에 발생했다.
실외기 청소를 말끔하게 해주자 세대주가 가아드에게 영양제를 한병 줬는데 그걸 눈치챈 키퍼가
매니저에게 불만에 가득찬 소리를 해댔다.
그내용은 세대에서 물건을 받았으면 소장한테 보고하는게 우선인데 그냥 혼자 꿀꺽하고 마냐는
거였다.
매니저가 가아드에게가서 그민망한 말을 전달했고
70대의 가아드가 40대의 키퍼에게 소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를 몇번이고 되뇌이고 나서
겨우겨우 키퍼의 노여움이 가라앉을수 있었다.

요지경속 관리사무소 32.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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