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그동네는"
나는 때리고 싶었다.

얀성시의 동쪽끝에는 봉해동이 있다.
그 동네 뒤편 야트막한 언덕산에는 묘지가 많았다. 
하지만 그자리에 공공기관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있은지 
얼마되지 않아 이장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건식이가 살고 있는  그동네의 산비탈에는 열다섯가구가 골목길을 
따라 모여살고 있었고 그녀석의 집은 대로로 연결되는 동내
초입에 위치해 있었다.
그녀석의 집 뒤편은 석벼래 언덕위에 아카시아가 담을 대신하고 
앞으로는 봄만되면 쓰러질듯 위태로운 소리를 내는 골함석이 
서 있었다.
그래서 건식이는 동내에서 함석집네 아이로 통했다.
오늘도 건식이를 비롯한 또래 사내녀석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공동묘지 뒷산에서 신나게 전쟁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총칼 놀이에 심드렁 해질무렵 열살의 호기심이 왕성한 
녀석들눈에 들어온곳은 무연고 묘지를 파묘해 
이장하는 공사가 한참인 산중턱에 있었다.
인부가 해골을 조심스럽게 흙두덩이 옆으로 올려 놓고 아래로 
내려가 나머지를 파내고 있었다.
그때 같이간 녀석들중 짓궂기가 최고인 슈퍼집 반달이가 해골을 
공마냥 걷어 차고 말았다. 
데굴데굴 굴러가던 해골이 그예 부서지고 말았다.
인부들이 쫓아와 뼈를 수습하며 사내녀석들을 향해 불호령을 쳤다.
그 서슬퍼런 고함에 놀란 녀석들은 뒷걸음질을 치다 모두 집으로 
재빠르게 도망을 치고 말았다.
놀란 가슴에 비칠거리며 함석대문을 비집고 들어선 건식의 눈에 
윗집사는 용자네 가족이 보였다.
엄마와 용자댁은 툇마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옆에는
여덟살 용자와 두살터울의 용석이가 우산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힘없이 마당을 걸어들어오던 건식이가 미친듯이 
용석이에게 달려들어 밀쳐 버렸다.
어린용석은 마당으로 나자빠지며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엄마는 놀란 가슴을 쓰러 내린후 마루켠에 있던 우산을
집어 들고 건식을 패기 시작했다.
엄마의 용서없는 매질에 허리춤을 맞은 건식은 심한 통증을 
느끼며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소동에 용자댁은 애들을 데리고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갔다.
앓는 소리를 내며 방으로 들어가 누운 건석이 옆으로 엄마가 
다가서 허리춤의 옷을 올리고 물파스를 문지르며 동생을 갑자기
때려 이사달을 만드냐고 추궁을 했다.
울음 섞인 소리로 건식이 그 우산 말이야 용자하고 용석이가 가지고
놀던 우산 하며 말끝을 흐렸다.
동생 때린거하고 우산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데 라고 엄마가 말했다.
지난번 비올때 찢어진 우산 가져가기 싫어 그우산 가지고 간다고 
했더니 엄마가 우리집에 하나밖에 없는 고급우산이라고 
만지지도 못하게 했잖어라고 건식이 항변쪼로 말했다.
개네들이 가지고 노는걸 보는 순간적 나도모르게 너무 화가 났어.
아이고 이녀석아 그렇다고 어린 동생들을 그리 무자비하게 밀치니
다치면 어쩌려고 엄마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둘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무언가 결심한듯 엄마가 말했다.
내가 생각해보니 엄마 잘못이네 다음부터 비가오면 그우산 우리 
건식이만 사용하도로 해줄께 용자하고 사이좋게 지내 알았지.
그말을 듣던 건식은 겉으로는 아직 화가 덜풀린체 했지만 속으로는
자동으로 펼쳐지는 우산을 들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속으로 히죽거렸다.
상상속의 히열로 맞아서 욱씬거리는 허리춤의 고통쯤은 
그녀석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때리고 싶었다.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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