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폭행

등장인물
센서티브 퍼선:모든 일에 민감한 사람
레그 임페어드 퍼선:한쪽 다리를 흔들며 걷는 사람

센서티브는 오늘도 이른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비몽사몽중에 고양이 세수를 마치고 소고기 무우국에
밥한술 말아 삼키고 엘리베이터를 타기위해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그의 목적은 전동차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침부터 상부층으로 올라간 승강기는 내려올줄
모르고 있다.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 센서티브의 뇌리에 잔상이
피어 오른다.
머리긴 여자는 언제나 허겁지겁 전철역사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저여자는 왜 저럴까 일 이분만 일찍 나서면 충분히
걸어서도 탈수 있을텐데라고 센서티브는
생각하면서 그녀는 멘탈이 약해서 뛰고 있는거라고
치부해버렸다.
센서티브는 아 나도 그여자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
삼분이나 일찍 나섰는데 승강기가 나를 도와 주지 않고
있다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꾸물거리던 승강기의 문이 열리자 그안에는 중늙은이
한명과 젊은 여자가 서있었다.
센서티브는 소심하게 그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째려보고는
문닫힘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두번 눌러 버렸다.
센서티브가 사는 공동주택은 그가 사는 동과 맞은편 동
사이에 전철역으로 나가는 출입구가 조성되어 있다.
출입구에 이르기 위해 센서티브가 주차구역 옆으로 
이어진 보도를 걷고 있다.
맞은편 동에서는 임페어드가 센서티브를 마주보고
어깨를 촐석이며 걸어오고 있다.
센서티브의 신경이 날카로와 지고 있다.
아니 저자식이 오늘도 나를 히롱하려고 다리를 절고
어깨를 촐석이며 나에게 오고 있잖아 라며
센서티브가 정원에 있던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뛰며 임페어드를 좌에서 우로 
후려쳤다.
그러나 임페어드가 날쎄게 허리를 굽히며 피하고 만다.
센서티브가 예견했다는듯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몽둥이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 칠것같은 모션을 취하자
임페어드가 좌측으로 몸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좌에서 우로 날아오는 몽둥에 맞고 쓰러지고 말았다.
이것은 철저히 계산된 센서티브의 페인트 모션이 효과를
보고 있는것이다.
이어지는 추가 타격에 임페어드는 절명하고 만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도 없는듯 센서티브는
상쾌해 보이는 분위기로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센서티브와 임페어드의 악연은 코로나의 창궐부터
시작되었다.
모든것이 예민한 센서티브는 바이러스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철저한 마스크 쓰기와 손씻기를 실천하고 오염된 인간들로
부터 떨어저 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남보다 출근을 일찍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상쾌한 아침 출근길과 널널하게 비어오는 전동차로
만족한 위생상태를 유지할수 있었다.
그러나 매스컴을 통해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나는 전염자의 숫자가
그의 민감함을 끌어올리며 맨탈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의 정신이 최고조로 민감해졌을 무렵부터 출근길 맞은편 동에서
임페어드가 어깨를 촐석이며 걸어오기 시작했다.
마스크도 쓰지 않은채 말이다.
센서티브가 그와 떨어지기 위해 걸음을 멈추거나 늦춰도 소용이 없었다.
임페어드가 그와 거의 흡사한 행동패턴을 보이며 센서티브
출근길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센서티브 잘들어봐 네가 살길은 임페어드를 없애 버리는거야
그래야 자네가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롭게 건겅하게 살수 있어
한달간 이어진 환청에 센서티브는 굴복하고 말았다.
센서티브는 공동주택 정원에 몽둥이를 마련해 놓고 매일 아침
임페어드를 절단내고 있었다.
하지만 임페어드는 오늘도 내일도 또 그다음날도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지쳐가고 있는 센서티브에게 목소리는 더욱더 처절하게 임페어드를
짓이겨 버릴것을 종용하고 있었다.
인간의 잔인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센서티브에게 전동차안에서
마스크쓰기가 해제 됐다고 노마스크를 하는 자들은 모두 하나의
임페어드에 불과했다.
어둑한 길가에 피를 흘리며 매일 쓰려져 버리는 인간들 사이에서 
센서티브는 자신이 신의 계시를 실현하고 있다는 악마의 충만한
미소를 짓고 서있었다.

묻지마 폭행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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