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지키는 벤또
(라똘 잡는 이관섭 효과)

요즘이야 안경썼다고 군입대 면제라는건 생각못할 일이지만
내가 국방의 의무를 행해야 했던 팔십년대에는 군자원이 
넘쳐나 어지간 하면 삼년의 현역이 아닌 그의 절반만 지내면
해제되는 방위라는걸 선호하는 장정이 꽤나 있었다.
안경을 쓴 나는 현역이 아닌 방위라는것에 불만이 있었지만
기간의 잇점을 생각한다면 배부른 돼지라고 할만 했다.
하지만 방위에도 편한 등급이 있었다.
제일 선호하는것이 기간이 육개월 밖에 되지 않는 독자등이
있었고 그 다음으로는 부대에서 뺑이치는게 아닌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거의 신선급 레벨이 있었다.
그런 신선급은 든든한 배경이 있던지 아니면 운이 억세게
좋아야만 가능했다.
나의 경우는 배경도 운도 없어 용인 남사에서 부대 방위를
하게 됐으며 여섯시만 되면 영락없이 퇴근을 할수 있었다.
내가 속해 있던 중대의 중대장은 부대원들이 성이 라씨여서
라똘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나는 교재에 들어가는 박격포등을 그리면서 라똘에게
이쁨을 받아서 인사계의 질투를 받긴 했지만  뺑이치는 
동료들과 달리 종종 막사내에서 편하게 지낼수 있었다.
그리고 사격훈련등은 대개 인사계가 시켰는데 문제의 그날은 
왠일로 라똘이 직접 시키겠다고 나대고 있었다.
25m 사로앞에 서서 파이프를 문 맥아더처럼 용감무쌍하게
지휘를 하면서 표적에 삼센티 영점이 모아지지 않는 대원들을
뺑뺑이 돌리면서 강도높은 반복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사격이 시작된 시점에 이관섭이라는 대원이 돌발적으로
일어서서 말했다.
중대장님 총이 나가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총구를 라똘을 향해 들이댔다.
그러자 얼굴이 하얘진 라똘이 
뒤로 물러나자빠 지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야아 너 왜그래 라며 당당하던 그의 태도는 온대간데 없고 
목소리가 뒤로 기어들어갔다.
그렇게 일순간 정적이흘렀다.
그러다 이관섭이 총구를 돌린순간 인사계가 총을 빼았고 
그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야 이자식아 감히 중대장님을 향해 총구를 겨눠..
하지만 이미 부대원들 뇌리에는 그리 멋지게 설치던 맥아더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리숙한 총구앞에 한없이 작아진 라똘만이
보일뿐이었다.
부대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관섭이가 뭐 라똘한테 감정이 있어 총구를 겨눴을리는 절대
없고 그는 태생이 순하고 약간 덜떨어진 면이 있어 정말
총이 나가지 않아서 한 행동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후로 부대원들은 라똘이 뭐라고 하면 뒤로는 비웃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그의 가오가 절반은 온대간대 없이 사라지는 이관섭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라지키는 벤또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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